조회 : 1,728

나쁜 여자.


BY 2006-05-03

\" 이년아 니년이 사람년이여?

  나쁜년..그렇게 독하게 굴지 말어..

  내가 니년 남편을 낳았어야..써글년\"

 

아침 출근길에 버스안에서 면박을 주는 시모와 며느님을 봅니다.

무슨 사연이 있길래 저렇게 독하게 굴까!

눈을 창가로 돌립니다.

모두 아무도 말을 하지 않습니다.

모두 조용.

 

다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며느리의 입장을 생각할까요? 시어머니의 입장을 생각할까요?

댓꾸 없이, 묵묵히 입을 열지 않는 며느리의 독기 어린 눈빛이

머리속에서 떠나지를 않습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모르지만,

당신의 며느리에게 그 많은 사람 앞에서 면박을

준다면...나 같으면 어떠했을까요?

아무리 성인군자라도 절대..앞으로 영원히 용서하지 못했을 거예요.

아휴 독한 늙은이...

 

독한 늙은이 대 무표정의 며느리..

 

진짜 독한 사람은 누구일까!

갑자기 진한 생각을 해봅니다.

 

예전에.

학교 다닐때.

예쁜 친구가 있었습니다.

이 친구는 여자친구들끼리 있을땐

끼를 부리지 않는데, 꼭 남자들 앞에만 서면..

끼를 부립니다.

사실은 얼굴이 이쁘거든요.

그래서 애인을 뺏긴 친구도 많죠.

근데 이친구의 장점은 절대 큰 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주 조용히 간여린 여학생처럼 군다는 거예요.

그 모습이 싫어 그 친구와 만나는 것을 꺼렸습니다.

그런 중 나의 애인과 같이 만나게 되었습니다.

난 친구의 끼를 알기에 경계를 했겠지요.

아니나 다를까 우리 애인 그 친구를 나보다 더 보호합니다.

적어도 제 눈에는 그렇게 보였습니다.

집까지 모셔다 줘야 한다고 합니다.

왜!

술이 많이 취했고, 몸을 가눌수 없으니까 모셔다 줘야

한다고 하네요.

안돼!

참 친구끼리 너무 한다며 나를 더 이상하게 봅니다.

난 너무 서운해서 먼저 간다고 했습니다.

애인은 왜 그렇게 옹졸하냐고 날 뭐라고 합니다.

난 서글퍼서 눈시울이 적셔집니다.

애인은 술 취한 그 친구와 버티기를 하는 나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잡고만 있습니다.

그날 친구는 애인과 헤어진 상태였습니다.

 

생각이 주는 효과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전 무조건 친구를 여우라고 보고 있고,

애인은 술 취한 친구를 그냥 내버려두고 갈 수 없고,

친구는 애인과 헤어지고..

모두 각자의 상황이 타당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생각이란 것이 실타래처럼 꼬여 혼자만의

독선에 갖히다 보니 화를 내게 되고, 사람을 궁색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입니다.

오늘..

그 버스안의 사건도

할머니의 생각과 며느리의 생각이 아마 많은 충돌을

자아냈을 것입니다.

혼자만의 생각에 갖혀..

 

입장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사람만 잃게 되지요.

우린 늘 고정관념이란 게임에 중독 되어 있다는 것.

잘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 애인은 지금 남편이 되어 있고,

그 친구는 잘 살고 있습니다.

 

편견이란 것은 참으로 사람을 몹쓸 인간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내가 좀 더 바른 눈을 가지고, 좀 더 인간됨으로 살라치면,

안시(눈으로 하는 보시)를 해야 할 것입니다.

좋은 눈으로 사람을 보고,

좋은 눈으로 사람을 알고,

좋은 눈으로 사람에게 보시를 하는 것입니다.

 

버스안의 상황을 보며, 누가 옳다 그르다 할 수는 없겠습니다.

세상의 일은 다 이유가 있기 때문에..

그 눈을 뜨고 본다면, 좀 더 인간미 있는 현실이 되지 않을까요!

 

제가 엉뚱녀는 엉뚱녀 입니다.

왜 그 악다구니 속에서 옛날 뜬금없이 

친구과의 인연이 재현 되었을까요.

넘들은 다 조용한데..저만 입가에 웃음이 번집니다.

 

그래도 많은 사람 앞에서 자기 가족을 면박 주는 것은...

보기가 좋지 않습니다.

실수지요.

 

사실은 보기 좋은 것만 하고 살아도 못 사는 세상에 말입니다.

 

버스는 참 요상한 타임머신 입니다.

천년전 사람이 본다면...

기괴한 물건 이라고 했을 것입니다.

백년전 사람이 우리를 본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