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225

정.


BY 2006-04-25

1926년 병인생의 울 시어머니..

어머니 지금처럼.. 옆에 계셔주세요.

 

언제부터인가...정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늦잠을 자도 어렵지가 않습니다.

아들 보약 걱정해도 야속하지 않습니다.

아들 자동차 옆좌석을 내드리니 좋아하십니다.

앞에서 옷을 벗어도 부끄럽지가 않습니다.

눕혀 놓고 마사지를 해드리면 어린애처럼 좋아하십니다.

볼멘 소리를 하는데도 화가 나지 않습니다.

이상하지요!

 

여자 할 탓이라고..살림은 여자 몫이라고 신혼때

늘 불러 들였습니다.

나는..

일요일 신랑과 조용히 쉬고 싶은데..

애정이 쌓이는 일요일이 늘 참담한 일요일 이었습니다.

아침..

6시 기상 전화벨이 울리고, 무조건 어머니댁으로 갑니다.

하루 종일..

밥하고 청소하고, 어머니 살아온 인생 살이를 들어야 합니다.

남편은..

저쪽에서 잠을 잡니다.

난..

속으로 웁니다...엄마..

 

결혼의 몫으로 떨어진 것은 모두 희얀한 것 뿐입니다.

노동이고, 악다구니고, 화 뿐 입니다.

행복해지기 위해 결혼을 했는데..

이상하지요!

 

아기가 생기고 서부터는 나도 이력이 붙었습니다.

\' 어머니..애기가 자서 아직은 못가요..조금 있다 갈께요\'

\' 오냐\'

아! 신나라..

\' 우리 애기 고마워\'

누구 말대로 구세주 같습니다.

남편은 그런 내 꼴을 웃으며 봅니다.

지금 생각하니 아들넘 하나도 소용 없습니다.

 

이러구저러구 세월은 갑니다.

남편에게 이성적으로 어머니를 분석합니다.

어머니 어쩌구 저쩌구..

왜 그러냐구..

나도 기분 나쁘고 싫다구..

급기야..

당신집은 말야..

그 엄마에 그 아들넘이야..

어디서 왔는지 그 화란 놈은 날 송두리채 집어 삼킵니다.

난 간곳이 없이 화덩어리 입니다.

남편은 들어오지 않고..

난 허전 합니다.

머릿속은 어머니 때문이야를 외칩니다.

어머니가 밉지요.

싫어..어머니..

앙..

 

근데요.

애 하나를 낳으니..어머니 우리 어머니야.

애 둘을 낳으니..어머니 나도 이 집 사람 맞아요.

애 셋을 낳으니..어머니 당신을 조금은 이해해요.

되었습니다.

애들이 커 갈수록 어머니 나도 당신과 같습니다가 되었습니다.

이제 동지가 되었지요.

 

어머니도 나만 보고 이야기를 해요.

어머니도 나만 보고 서글프다고 해요.

어머니도 나만 보고 어리광을 부리세요.

어머니도 나한테만 쌈지 돈을 꺼네세요.

 

이젠 남편보다 어머니가 더 편합니다.

둘이 누워서 맛사지도 합니다.

밥상 어머니가 치운다고 쉬라고 합니다.

애들 어머니가 본다고 쉬라고 합니다.

 

패인 얼굴 주름만큼이나 날 보는 눈웃음이 짖어짐을 느낍니다.

 

깨닫고 보니..

그냥 순종했던 세월을 읽어 주셨나 봅니다.

 

인간사..

무조건 순종하는 세월도 좋을때가 있더군요.

그리고 지혜를 배워요.

어른들 억지소리..한때 입니다.

힘이 없어지면 그 억지 소리 세월에 묻습니다.

 

\" 이거 니가 가지고 있어..난 언제 갈지 모르잖니.

  너주고 가야지\"

 

어그적에 쌈지돈을 꺼내 나에게 줍니다.

 

눈물이 울컥 쏟습니다.

벌써 가실준비를 하시는 거 같아..마음이 절입니다.

 

\" 왜 그래요. 엄마..나 싫어요\"

\" 아무말도 마라..나이가 있잖어\"

 

그래요. 우리 어머니 이제 팔십한살이세요.

그렇게..대단하셨던 분이 이제 힘이 다 빠지셨어요.

 

이 무수한 돌고 도는 윤회속에..

어떤 인연으로 왔냐하고 묻는 다면..

그 인연 참 묘하지요.

 

사랑보다 더 깊은 것이 정이라고 했나요.

어머니 나의 어머니..

난 당신의 며느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