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태우고 계시다.
달게도 태우신다.
인생 담배 한대 태우고 나면 신음이 없다.
그래서 인생이다.
한국의 인물화에 많이 나오는 장면이다.
난 인물화를 좋아 한다.
특히 연세드신 분들을 초상은 뭔가가 있다.
인간의 내면과, 환경의 고단함이 더욱 사람을
심연까지 빠지게 한다.
오늘은 실물로 보았다.
상담을 하는 공간은 금연이겠지..
근데 이분은 태우신단다.
네 태우세요.
뭔 일 이신가요?
\'사람이 이렇게도 인덕이 없을 수 있나요?\'
없을 수도 있지요. 사람 사는 일에 뭔 일은 없겠어요!
\'식구(처)가 날 고소하고, 동생이 날 고소 했어요\'
왜요?
\' 돈 안준다고 그러지 뭡니까\'
..그까짓꺼 주지..
\' 나 아주 힘들게 돈 벌었습니다 \'
그래 육친덕 없고, 사막에서 혼자 살아남기 였겠다.
구설수도 많고, 홀로 외로히 정말 어려웠겠다.
갖은 것은 장사 수단 이것 하나 밖에는 없었겠다.
복..우습다.
그 돈 싸가지도 못 할 텐데 주세요.
\' 왜 돈 다 뺏기나요?\'
뺏기는 거 보다는 그냥 마음 후하게 주시는게 어때요?
\' 난 절대로 돈 못 줘요. 어떻게 번 건데..\'
그 마음은 아는데..계속 돈만 알고 있다가는 일 더 어긋나요.
\' 무슨 방법이 없겠어요?\'
그런 방법은 없어요. 마음 풀고 서로 상의 잘 해서 줘야지..
담배갑에서 한까치를 더 꺼내신다.
요는 이러하다.
금의 기운이 왕성해 열심히 무쇠처럼 모으는 재주만 있었다.
가족과 함께 외식 한번 가지 않고, 장사에만 온 힘을
다 기우렸다.
돈을 쓸 줄을 모르는 사람이다.
한마디로 인색하셨다.
옆에서는 인색하다 하여도 본인은 최소의 생활비와 인건비를
준 셈이다.
생활비는 아내에게 인건비는 동생에게..
그러나 그들이 들고 일어선 것이다.
쥐도 궁지로 몰면 물듯이 그런 셈이 된 것이다.
말을 해도 안 통하니 에라 엿 먹어라 하고 소송을 낸 것이다.
아내는 이혼 소송을 동생은 노동력 착취라나 뭐라나..
오호..이런 신수도 있다.
돈이 아까워 밖에서 밥 한번을 제대로 못 잡수신다.
어찌 이곳은 오셨을꼬..
식사는 하셨어요?
\' 먹어야지요\'
선생님..
\' 아이구 선생님은 요\'
제가 사는 방법 한수 배워야 하니 선생님 이십니다.
놀란 표정이시다.
선생님 연배에 사업을 하신 분들은 애처롭기 그지
없습니다.
죽기 살기로 열심히 일을 하셨습니다.
미친듯이 앞만 보고 일을 하셔고 모으셨습니다.
어디가서 술을 먹을 줄 아나 차려진 밥상 한번 제대로 받길
하나..그런데 말이죠.
지금 시대가 선생님 같은 분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하물며 가족도 인정을 하지 않는데..누가 인정을 하겠어요.
욕심 많아 돈만 번다고 하지..
요즘은 요..일만 죽어라 하는 것보다는
좀 넉넉히 풀 줄 아는 사람을 더 좋아합니다.
그래야 인덕도 있어지고, 가족도 좋아합니다.
담배갑에서 또 한까치를 꺼내신다.
완전 굴속 된다.
하루 담배 몇대나 태우세요?
\'두갑이요\'
폐도 안좋으실텐데요?
\' ...\'
그작저작 산다는 표정이시다.
점쟁이 한테 온다고 왔는데 풀어주는 것도 시원치 않고..
희얀한 소리만 하고..
담배만 태울란다.
선생님.. 조용히 불렀다.
돈 주세요. 그냥 쓸 만큼 주세요.
남한테 뺏기는 거 아니고 식구들에게 주는 것이잖아요.
이건 베푸는게 아니라 당연한 거예요.
돈 있고, 가족 잃으면 무슨 소용 있겠어요!
있는 돈 삼분의 일만 가족들 위해 쓰세요.
그럼 분명 또 다른 행복이 선생님 마음에 찾아 올 거예요.
이분 성격에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못 알아들었는지 모르겠다.
사주는 성격의 분석학이다.
그리고 살성의 순환이다.
인덕이 있고 없음은 이 성격과 잘 어울리는 사람을
만나고 못 만나고의 차이에 있다.
누구나 인덕 있길 바랜다.
또한 누구나 인덕은 있다.
헌데 사람의 덕이란..
받아들이는 작업이다.
수긍하고, 인정해 주는 열린 사고..
이것이 곧 쌓이고 쌓이여 인덕이 되는 것이다.
극에 달하면 목숨까지 위험 할 수 있는데..
제발 또 다른 세계를 알았으면 좋으련만..
죽어라 일만 하고 세상 떠나 실려는지..
내일도 오고 모레도 오고 계속 오시라고 했다.
돈은 안 받을 터이니..꼭 오시라고 했다.
나..
무슨 놈의 인덕이 심기 불편한 분들만 만나게 되는지.
희얀하게..
그 그림들이 나를 만나면 변해서 좋다.
이 선생님도 분명 변하실게다.
살고자 하면 살기 마련이다.
선생님이 가신 후에 창문을 확 열었다.
그리고 공기를 쐰다.
황사가 있다고 해도 담배의 실음이 훨훨 날아가니..
참 좋다.
개나리 노오란 꽃 그늘 아래..
환한 얼굴이 자리 잡는 그날까지..
인생이여 아름다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