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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의 휴가


BY 2003-12-30

 5년전 회사에 입사하여 내가만든 명함의 뒷면 프로필을 보면

나는 겨울 아이이다

12월 20일 결혼 기념일,26일 내 생일,28일 남편 생일

유치원에 다니는 꼬맹이들이 축하축하 하며 연신 카드를 만들어 댑니다.

다현이는 예쁜 코사지를 만들어 오고 막내 아현이는 삐뚤삐뚤

시원찮은 글씨로 카드를 내밉니다.

 

 무슨 날을 챙기며 살아보지 못한터라

쑥스럽기도 하지만

아줌마들끼리 모이면 늘 하는 기념일 행사 얘기에 나도 한번 끼어 봤으면

하는 바램도 있습니다.

 

 그런데 금요일 아침 손숙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이벤트에 당첨되어 박강성의 콘서트 티켓이 배달되어 왔다.

 

저녁에 남편을 설득했지만 "그런거 안가면 안돼?"하는데는 더이상 할 말이 없다.

 

휴무 토요일 이지만 원거리 고객들과 약속을 잡아 놓은터라 일찍 서둘러 서울로 향했다.

차를 공항에 세워두고 지하철을 곰꼼히 챙겨가며 뚝섬에도 가고,

미아리에도 가고 잠실에도 가며 부지런히 일을 마치고 나니 오후 5시다

공연까지는 2시간이나 남았다.

 

 사실 아침에 집에서 나올때는 공연을 포기할까 했는데

막상 서울에 나와서 그냥 돌아가려니 아쉬움이 너무 많았다.

 

집에 전화를 걸어 남편의 동태를 살피니  영 상태가 안좋아 보인다.

덜컥 오기가 발동하여 "공짜 티켓인데 너무 아깝잖아. 보고 갈께"

라며 전화를 끊고 돌아섰는데 영 마음이 개운찮았다.

 

공연 내내 마음이 불편했지만,

그래도 공연은 충분히 감동스러웠다.

 

결혼 12년,10식구 대가족 살림을 하면서도

왜 나를 위한 하루의 휴가를 당당히 요구 할수 없을까?

너무 속상하고 억울하다.

이렇게 한세상 살다보면...

얼마나 후회가 쌓일까?

 

 

 다음날 남편 왈 " 뭐야,결국 내가 10만원짜리도 안된다는거잖아?"

 

 

......가슴에 불덩이가 하나 솟아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