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잘 보내셨는지요
저희는 아무데도 가지 못했습니다.
추석 연휴 첫날에는 토마토를 따서 서울로 배달을 갔습니다.
모두해서 여섯박스.
보통은 택배로 부치는데 추석대목이라 하루만에 갈 수 없다 하여 할수없이
여섯박스를 가지고 직접 서울 까지 배달을 하고 왔습니다.
아침에 따서 서울로 가 일을 마치니 저녁 8시,대형 마트에서 장을 보고
9시에 출발하니 올림픽 도로에 웬 차들이 그렇게 많이 서있는지.
집에오니 새벽 2시가 넘었더군요.
아침에 일어나 보니 참깨가 터지기 일보 직전이라 참깨를 베었습니다.
연휴되기전 부터 깨를 베었는데 다하지 못했거든요
참깨는 터지기 전에 베어 천막 같은 것을 깔고 세워두어 말려야 합니다.
그렇게 말려 참깨를 턴 뒤 참깨만 골라야 하는데
이때 기술이 필요합니다.
키질이라고 하는데 오줌싸게들에게 쒸워서
소금을 얻어오게 하는 키로 깨를 고르는 것입니다.
하무튼 깨를 베어야 할때라 추석날 아침에도 밥을 먹고 깨를 베었습니다.
추석전날 서울서 사가지고 온 송편을 하나씩 먹고
우리 둘째 혜림이와 남편과 함께 깨를 베었는데 다 하지 못했습니다.
원래 농사짓던 분들은 사흘이면 끝낼 수 있다는데 초보 농부의 티를 벗지못한
저희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거기다 비가 와서 우리는 연휴 마지막날까지 비가 오면 중단하고 비가 그치면 베었지만
다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12일 저녁은 심상치가 않더군요
여기도 비가 많이 왔습니다.
작년 루사가 왔을때 20년 만에 처음으로 우리집 까지 물이 났다고
동네 분들이 그러시더라구요
그래서 이번에는 설마 했습니다.
그런데 13일 아침에 보니 강물이 넘쳐 우리 토마토 하우스앞까지
물이 와 있더라구요.
베다만 참깨가 하나도 보이지 않더군요.
실감이 나지않고 너무도 허망 했습니다.
조금 더 열심히 해서 마저 베었더라면 하는 후회가 들었습니다.
이때 부터 정전이고 물도 나오지 않는 겁니다.
전기는 아침 10시쯤 들어 왔는데 4일이 지난 지금도 물은 나오지 않습니다.
우리동네는 강바닥에 파이프를 묻어 물을 끌어 올려
앞산에 있는 물 탱크에저장하여 일곱가구가 물을 먹는데
강에 묻어둔 파이프에 이상이 생긴겁니다.
13일,14일에는 동네가 고립된 상태로 읍네까지 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어요
강물이 너무 많이 불어 마을을 출입하는 다리를 다 삼킨 상태였거든요.
화장실에 씻기 위해 받아둔 물로 설거지를 하고 밥을 겨우 해먹었습니다
반찬할 엄두는 내지 못하고 김, 김치, 오이지만 먹엇습니다.
15일에야 다른 마을에 가서 물을 길어 올 수 있었습니다.
불었던 강물이 제 모습을 찾은 지금은 흙더미 속에 묻혀 있는
참깨를 한포기라도 더 건질려는 남편을 따라 저도 밭으로 나가 볼렵니다.
저희보다 훨씬 더 많은 피해를 입으신 동료 농부 여러분들과
많은 수재민 여러분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내고 싶습니다
많은 분들에 비해 아주 조그마한 피해를 입은 저의 넋두리가 부끄럽습니다.
우리모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