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810

잘못된 만남


BY 2007-03-25

 

23살에 결혼했다.

내 인생 가장 꽃다운 나이 23살,

평생을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그 한마디만 믿고 결혼했는데

자식도 딸 아들 구색 맞춰 예쁘게 낳았는데

내 나이 47살

어느 새 난 중년의 아줌마가 되어 있었다.

 

그것도

남편에게 철저하게 이용만 당하고 버려진 힘없는 아줌마가 되어서

남편은 결혼할 때 공고 졸업장만 있었지 그 흔한 자격증 하나 없었다.

 

시부모는 평생을 돈이라곤 벌어본 적 없는 일자무식에 무일푼,

그저 사람 하나만 보고 결혼했다.

나만 잘하면 사랑 받을 줄 알았다.

남편이 하자는 대로 따라가 주었다.

나의 월급까지 남편이 모두 관리했지만 불평하지 않았다.

둘째 출산하면서 다니던 직장 관두고 4년을 쉬었다.

 

그 후,

내 남편 엄청 출세했더라.

올해 박사 될 꺼다.

공학박사,

충북에 있는 S대학 ㅇㅇ공학부.

 

옛 말 에 남자 출세시키지 말라는 말이 있다더니

그 교훈 무시했다가

내 인생, 죽 쒀서 개 주는 꼴 되었다.

남편의 약혼녀가 등장했다 유부녀지만 70년생이라 탱탱하니 예쁘더라.

 

뿐만 아니라 살펴보니

사방으로 남편의 여자들이네.

전국구로 하나씩

이미 수많은 유부녀와 놀아 난 남편,

유부녀킬러가 되어버린 박사남편.

 

이제 난 어쩌지?

간통으로 고소할 때 경찰이 한 말이 자꾸 뇌리를 스친다.

\"이 새끼 모가지부터 쳐야지 남아나는 유부녀가 없겠네 와, 인간 말 종이네\"

\"박사라 하면, 교수라 하면, 사죽 못 쓰는 이 여자들도 미친년이지 ㅉㅉ\"

 

이 바람둥이 남자.

한국 ㅇㅇㅇ 대학 교수다.

난, 눈 뻔히 뜨고 내 인생 전부를 

섹시하고, 당돌하고, 야무진 바람난 유부녀들에게 바치고야 말았다.

 

너무도 많은 일들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아~버러지보다 못한  이 서러운 인생,

견디기 힘들지만 다시 시작하려 한다.

 

내 것이 아닌 줄 진작 알았어야 했는데,

버릴 것은 버려야 했는데,

 

남편이 약혼녀에게 한 약속,

2011년엔 함께 살림 합치자고 둘이 손가락을 걸었는데.

그 때는 내 나이 50이 넘는데,

절절한 사랑고백, 안타까운 로망스.

 

다 늙어 버림받기 전에

내가 먼저 남편을 버리기로 했다.

 

그래도 그들의 메일을 먼저보고

미리 그들의 계략을 알았기에

내 가장 비참한 꼴은 면하게 되었으니

그나마 하나님께 눈물로 감사를 드린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나 자신임을 깨닫는데

미련하게도 나는 47년이 걸렸다.

나도 황혼이혼 이란 걸 하게 되었으니

이것도 영광이라 해야겠지?

 

스스로 나 자신을 다독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