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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자 탓을 해야지.


BY 2008-02-20

목사님은 하나님에게 모든 것을 다 맡기라고 그런다..

 

스님은 세세생생 지은 업이니 닦으라고 그런다..

 

그러나..누구탓을 해...내 팔자 탓을 해야지..

 

천간 넉자와 지지 넉자가 조합하여 팔자를 만들고

팔자에 가지고 있는 철학은 무한한 함축적인 의미를

품고 세인의 머리속에 스며 들었다.

 

개인의 잠재적인 속성을 잘 표현한 글...팔자!

 

어디에서 시작이고 어디에서 끝일지..

 

아마도 생명이 존재하는 한 이 인연은 끝이 없겠지.

 

손에 이끌려 병원을 찾았다

 

며칠째 책상을 정리하지도 못했다

정리하지 못한 몰골이 지금 내 머리속하고 똑같다.

 

병원에 누워 계신 분의 이야기를 듣는다.

 

\" 원래 집안이 땅부자로 누구집 아들하면 두발로 땅을

   걸어 본 적이 없었데..쯧쯧 그런데 무슨 팔자로 저런지..\"

 

알아주는 집안의 장손으로 태어난 분은 그 많은 재산 다

날리고 지금은 병원에서 풍치료를 받고 계신다.

 

당신이 소유하고 있던 땅들이 투기 열풍으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닫는데 그때마다 되려

은행에서 빚 독촉과 집안의 원성과 가족의 외면은

머릿속 모세혈관이 다 터지고 속에선 피까지 넘어 오며

급기야 수족까지 움직일 수 없게 만들어버렸다.

 

육십의 연세에 또 다른 인생이 시작 된 것이다.

 

물론 이 분의 팔자를 무엇으로 필 하랴마는

다 외면한 그분의 얼굴을 좀 뵙고 싶어 내가 청했다

 

\" 이 분이 아저씨 뵙고 싶어서 왔데요..저기 큰 절 다녀요\"

 

나를 소개하는 분은 말하기가 어색한지 돌려 말한다.

 

손을 잡았다.

 

내 인상이 편안해 보였는지 나를 보고 일그러진 웃음을 웃는다

 

참 쓴 웃음이다.

 

\" 어르신 일어나 걸으셔야지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 이제.....가..고... 싶..어..요 \"

 

우리 인생은 육십갑자를 살고 나면

다시 돌려 육십갑자를 맡게 되는데 이것이 환갑이다.

 

\' 갑자\' 가 다시 돌아오다..그래서 환갑이다

 

고로 인생은 육십부터라는 것에 이런 의미가 숨어 있다.

 

더듬더듬 이야기 하시는 모습이 왠지 가슴이 절이했다.

 

그래 사는 것이 이 분에게는 별 의미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너무도 많은 풍랑을 겪은 이분을 보며

길이란 과연 어떤 것이 바른 것인가에 대해 많은 숙제를 안겨준다.

 

\" 어르신 마음은 아는데...가시기에는 너무 젊으세요.

  가시는 것도 저승 문이 열려야 가시지 무조건 가시고 싶다고

  가셔도 문 안 열어 줘요..요즘은 그 길도 얼마나 까다로운데요\"

 

웃으신다.

 

\" 어르신 많은 생각이 쓰치지요? \"

 

끄덕이신다.

 

\" 그 생각 다 풀어 놓고 가셔야해요. 안 그러면 무거워서 가는 길도

  힘들어요...이제 그만 힘드셔야지요!\"

 

눈물이 빙그르 돈다.

 

사람들은 잘못만 본다.

 

결과만 본다.

 

그리고 편견만 갖는다.

 

그래서 세상은 옳은 것도 그른 것도 없다.

 

비록 집안 말아 먹은 놈은 되었지만...누구를 헤친 업 보다 퍼준 업이

사실은 더 괜찮을 수 있지 않은가!

 

데리고 간 보살님도 울고..병상에서 쓸쓸한 이분도 정이 그리워 운다.

 

눈이 말한다.

 

이제 아무것도 갖은 것 없이 공허한 눈에서

사실은 정이 그리웠노라고 말한다.

 

사주 풀어 놓고 인덕 없는 이 분을 보며 왠지 사람의 덕이

얼마나 인생에 있어 중요한 것인지..

다시금 새긴다.

 

자기것 잘 주는 놈치고 정 없는 놈 없고..

자기것 잘 나눠 주는 놈치고 다음생 가난하게 살 놈 없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분의 팔자가 춤을 춘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잘못 되었단 말이냐...

 

창에 비친 내 얼굴에게 묻는다.

 

누구를 탓하랴...태생이 그런것을...

 

팔자가 말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