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의 산림욕을 놓힐세라 세 사람은 허둥지둥 챙겨서
다솔사로 향하는 길에 올랐다.
다솔사의 아래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얼른 뛰어가 아줌마들께 인사를
드린다. 무척 오랫만에 들렀다고 반가워 하신다.
자판대에 놓여 있는 멀구대를 보면서 얼마입니까. 묻는다. 까만 봉투를 꺼집어 내면서
2천이라고 하신다. 담아 주세요.
오른 쪽에 있는 아줌마한테 인사를 하고 그냥 지나친다. 다른 손님이 물건을 살려고 흥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 통과해도 될 것 같았다. 3번 째는 아줌마라고 부르기엔 나이가 좀 드신
할머님이다. 국산 수수가 좋은 것이 나왔다고 권한다. 그냥 할머님의 말씀만 믿고 값을
지불한다. 4번째 아줌마한테 돌미나리의 값을 묻고는 돈을 지불한다.
성미 급한 아줌마가 큰 소리로 말한다. 보살님, 직접 만든 도토리묵을 좀 사가서 맛보라고
권한다. 권하는 맛에 담아 달라고 한다. 그리곤 전 보살이 아닙니다라는 말도 건낸다.
이곳에는 다솔사를 찾는 분들이 많고 물건을 사러 오는 분들에게 쓰는 호칭이 보살님인 것 같다.
물건을 파신 분들은 환한 웃음을 던진다.
골고루 팔아주고 가서 고맙다고 하신다. 그러나 나는 그 분들의 비위를 맞추는 물건사기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분들이 얼마나 힘든 생활을 하는가를 많이 보아 왔던 것과
봄 내음새를 이곳에서 맛볼 수 있기 때문에 꼭 들러는 코스이기도 하다.
등산하지 못하고 기다리는 두 사람을 생각하고 검은 비닐 봉투에 든 물건들을 들고 잰 걸음으로
와서 뒷 드렁크에 담아 놓고 이내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83살의 시어머님은 처음엔 힘들게 산을 오른다. 진달래꽃을 만나면서 속도를 낸다. 그리고 진달래꽃이 너무 많이 피어 있다고 좋아하신다. 나는 진달래꽃의 시를 낭송해 드린다.
진달래꽃이 너무 이쁘다고 주름살진 손으로 어루만지신다. 진달래꽃과 주름살이 스크랩 되다가
먼저 피었다가 고개를 떨군 진달래꽃에 눈이 머문다. 언젠가는 우리도 진달래꽃처럼 사라질 인생이라는 것에 생각이 머문다. 시어머님을 잘 모시라는 자연의 소리가 귓전을 맴돈다.
어린 아이처럼 어리광을 부려본다.
그런 며느리를 보면서 환한 웃음을 띄운다.
진달래꽃보다 고운 얼굴 미소를 보면서 우린 행복한 인생에 감사한다.
건강한 신체를 주셔서 산을 마음껏 오를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를 연신 되뇌이는 것은
봄을 알리는 진달래꽃을 볼 수 있음이 아닐까 하면서 시부적 갔는데 중턱의 휴게터까지 갔다왔다고
좋아하시는 어머님께 겁없이 말씀을 드린다.
엄마는 중늙은이에 불과하고 90살이 넘어야 늙은이라고...
저가 몇 년 전에 함양에서 근무할 때에 시골의 할아버지들이 제게 전해준 말씀입니다.
아이구, 별소리 다한다. 그러면서도 싫지않은 표정으로 봐선 나이들면 하나도 좋은 것이 없다고
하신 것이 현실적인 문제였음을 체감한다.
우린 진달래와 노래하고 얘기하는 오늘을 가장 사랑하는 모양이다. 시간만 나면 다솔사로
달려오는 것을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