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명순님에게서 받은 메일입니다. 우리 아줌마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인 것 같아 대신 올려드립니다.
--------------------- 이하 안명순님의 메일 내용 ------------------------
날씨는 꽤 쌀쌀하지만, 그래도 햇볕이 쨍쨍한 아침입니다.
아침에 누군가에게 받은 메일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 메일 드립니다.한번씩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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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이동통신회사에서 민원을 상담하는 일을 하고있는 이혜영라고 합니다.
2년이 훨씬 넘게 많은 고객들과 통화를 하면서 아직까지도 가슴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이야기가 있어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그날은 비가 많이 오는 날 이였어요.
그 날 따라 불만고객들이 유난히 많아 은근히 짜증이 나기도 했지요.
하지만 업무의 특성상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고객이 소리를 지르거나 욕설을 해도
저희 쪽에서 할 수 있는 말이란..
"죄송합니다.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서, 다시 조치하겠습니다"
이런 말 외에 같이 흥분하거나 소리를 지를 수는 없거든요...
그날도 비까지 오는데다가 컨디션도 많이 안 좋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제 사정이기 때문에 걸려오는 전화에 제 기분은 뒤로 숨긴 채 인사멘트를했죠..
목소리로 보아 어린꼬마여자 이였어요..
이혜영: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텔레콤 이혜영 입니다.
고 객: 비밀번호 좀 가르쳐주세요...
****(목소리가 무척 맹랑하다는 생각을 하며..)***
이혜영: 고객분 사용하시는 번호 좀 불러주시겠어요
고 객: 1234-5678 이요...
이혜영: 명의자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고 객: 난 데요.. 빨리 불러주세요..
***(어린 꼬마애가 엄청 건방지군...)***
이혜영: 가입자가 남자 분으로 되어 있으신 데요?
본인 아니시죠??
고 객: 제 동생이예요. 제가 누나니까 빨리 말씀해주세요.
이혜영: 죄송한데 고객 분 비밀번호는 명의자 본인이 단말기 소지 후에만 가능하십니다.
저희 밤 열시까지 근무하니 다시 전화 주시겠어요??
고 객: 제 동생 죽었어요. 죽은 사람이 어떻게 전화를 해요??
***가끔 타인이 다른 사람의 비밀번호를 알려고 이런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전 최대한 차가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혜영: 그럼 명의변경을 하셔야 하니까요 사망진단서와 전화주신 분 신분증 또 미성년자이시니까
부모님 동의서를 팩스로 좀 넣어 주십시요.
고 객: 뭐가 그렇게 불편해요. 그냥 알려줘요.
***너무 막무가네였기때문에 전 전화한 그 꼬마 애의 부모님을 좀 바꿔달라고했죠***
고 객: 아빠 이 여자가 아빠 바꿔 달래..
***그 꼬마 애의 뒤로 아빠와 엄마 그리고 그 가입자의 말소리가 들리더군요..
"비밀번호 알려 달라고 그래... 빨리.."
아 빠: 여보세요...
이혜영: 안녕하세요. **텔레콤인데요.
비밀번호 열람 때문에 그런데요 명의자와 통화를 할 수 있을까요??
아 빠: 제 아들이요? 6개월전에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콰당??? 그럼 사실이란말야???)***
그 때부터 미안해 지더군요.. 아무 말도 못하고 잠시 정적이 흐르는데 아빠가 딸에게 묻더군요.
아 빠: 얘야 비밀번호는 왜 알려고 전화했니??
딸이 화난 목소리로 엄마가 자꾸 혁이(그 가입자 이름이 김혁이였거든요)호출번호로 인사말 들으면서 계속울기만하잖아.
그거 비밀번호 알아야만 지운단 말야..
전 그때 가슴이 꽉 막혀왔습니다.
아 빠: 비밀번호 알려면 어떻게 해야합니까??
이혜영: 아??? 예... 비밀번호는 명의자만 가능하기 때문에 명의변경을 하셔야 합니다.
의료보험증과 보호자 신분증 넣어 주셔도 가능 하시고요..
아 빠: 알겠습니다..
***(전 감사합니다로 멘트 종료를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저도 모르게..)***
이혜영: 죄송합니다.. 확인후 전화주십시요...
아 빠: 고맙습니다.
이혜영: 아.. 예....
그렇게 전화는 끊겼지만 왠지 모를 미안함과 가슴아픔에 어쩔 줄 몰랐죠..
전 통화종료 후 조심스레 호출번호를 눌러봤죠.. 역시나..
"안녕하세요. 저 혁인 데요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식으로 멘트가 녹음되어있더군요.
전 조심스레 그 사람의 사서함을 확인해 봤죠.
좀 전에 통화한 혁이라는 꼬마 애의 아빠 였습니다...
첫 번째 메시지입니다....
"혁아... 아빠다.. 이렇게 음성을 남겨도 니가 들을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오늘은 니가 보고 싶어 어쩔 수가 없구나..
미안하다 혁아. 아빠가 오늘 니 생각이 나서 술을 마셨다.
니가 아빠 술마시는거 그렇게 싫어했는데...
안춥니? 혁아...... 아빠 안보고 싶어???“
가슴이 메어 지는 거 같았습니다...
그날 하루을 어떻게 보낸 건지..
아마도 그 혁이의 엄마는 사용하지도 않는 호출기 임에도 불구하고
앞에 녹음되어 있는 자식의 목소리를 들으며 매일 밤을 울었나 봅니다.
그걸 보다 못한 딸이 인사말을 지우려 전화를 한거구요..
가슴이 많이 아프더군요.
일 년이 훨씬 지난지금이지만 아직도 가끔씩 생각나는 잊혀지지 않는 이야기 입니다.
그 가족들을 위해 부족한 저지만 다시 한번 기도 드립니다.
이젠 혁이의 엄마 더는 울지 않으시길 절대로 잊을 순 없는거지만 이젠 덮어두시고 편히 사시길...
그리고 제 기도가 하늘에 닿기를...
다들 건강하시고, 부모님께 효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