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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되는 겁니까?


BY 라라 2000-04-26

어제 PD수첩을 보셨습니까? 저는 너무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었습니다. 방송에서는 외국인 노동자와 결혼한 한국 여성들, 그들이 왜 이산가족이 되어야하는지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 문제는 몇 년 전부터 언론에 많이 거론되어 왔었는데 아직 나아진 것이 별로 없는 것 같아 답답합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주위에서 얼굴이 검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많이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대개가 파키스탄이나 방글라데시 같은 동남아 사람입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도 한때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꿈을 좇아서 바다 건너 미국 땅으로 떼구름처럼 몰려간 적이 있었지요. 그들 역시 그들 나라에서는 먹고 살기가 힘들어 '코리안 드림'을 안고 한국에 와서 생존의 기반을 닦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윗분들은 그들이 우리나라 국민의 기득권을 위협한다고 합니다. 위장결혼 등을 통해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며 한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것이죠.. 그래서 그들은 불법체류자가 되어 암담한 미래에 절망하며 숨어지내거나 본국으로 쫓겨나 가족과의 생이별을 견디고 있습니다.

아이가 있는 부모들의 마음은 비슷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들이 만일 하나 신분상승을 위해 우리나라 여성(그쪽에서 볼 때는 선진국 여성임)과 일부러 결혼했다 해도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되면 자신의 가족에 대한 사랑이 생겨나는게 당연하거 아닐까요? 그리고 그들이 다 일부러 결혼한 건 아닐 것입니다. 정말 이국의 여인을 사랑해서 결혼한 사람들도 많을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만들어낸 사랑의 보금자리가 정말 산산조각이 나도 괜찮은 것인지 물어 보고 싶습니다.

물론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합니다. 외국인보다는 자국민의 이익이 먼저인 것이 당연하겠지요. 하지만 그들과 결혼한 우리나라 여성들과 그 자식들은 그럼 우리 국민이 아니란 말입니까? 여기서 저는 또다른 울분을 느꼈습니다.

만일 우리나라 남성이 외국여자와 결혼했다면 과연 그 남자들은 멸시와 천대를 받으며 쓰레기 취급을 당할까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외국인 남자와 결혼한 여성들은 그녀들의 남편이 후진국남성이기 때문에 멸시를 당하고 또 그녀들이 여자라는 이유로 다시 한 번 천대를 당합니다. 분명히 성차별적인 요소가 있는 것이죠. 취재기자가 이점을 물어보니 법무부 관계자는 '그 문제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하는말이 "국가와 사회의 안전을 위해서는 가정이 희생되어도 괜찮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 말을 듣고 너무 화가 났습니다. 국가와 사회를 이루는 가장 기본이 바로 가정 아닙니까. 청소년 문제 등 온갖 사회 문제의 발단이 바로 가정에서 비롯되는 거 아닙니까. 국가와 사회의 안전을 지키려면 먼저 가정의 안정을 지켜줘야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추상적인 개념인 '국가와 사회의 이익'을 위해 현실적인 존재인 '가정'이 파탄나도 된다니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외국인 노동자들과 그의 가족이 뭔가 엄청난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단지 직업을 얻을 수 있는 비자를 원하고 있습니다. 일자리를 구해 돈을 벌면서 가족의 생계를 꾸릴 수 있게 되는 것을 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가난하더라도 가족이 함께 살 수 있기를 소망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법무부 관계자는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당신 남편이 우리나라에 무슨 쓸모가 있냐"구요. 돈이나 많이 갖고 들어와 우리나라에 도움을 주면 몰라도 기생충처럼 우리나라 사람의 일자리만 야금야금 갉아먹으니 안 된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입니다. 그 사람들이 돈이 많으면 여기 와서 이렇게 천대를 받고 살겠습니다. 이건 언어도단입니다. 한 사람의 인생이 어떻게 쓸모가 있냐 없냐하는 실용주의적인 잣대로 판가름될 수 있단 말입니까.

지금 코리안드림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과 제도적인 족쇄 그리고 인권 유린 때문에 산산조각이 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인들에 대한 적개심을 가진 사람도 많아 외국에서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보복당하는 사례도 점점 늘고 있다고 합니다.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그렇습니다. 우리는 단지 그들이 우리보다 약간 못사는 나라 사람이라는 이유로 그들을 깔보고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재채기 한 번 하면 우리는 독감에 걸린다지요? 강자한테는 굽신거리고 약자는 짓밟으려하는 한심한 태도 - 정말 답답합니다. 구박받은 며느리가 엄한 시어머니가 된다더니 그새 우리는 어려웠던 시절을 잊은 건가요? 역지사지의 아량과 배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큰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우리는 그들을 포용해야 하는게 아닐까요. 이 문제를 '우리 아이가 먹을 빵을 옆집 아이가 빼앗아먹으려고 하니 무조건 안된다 ?아내자'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주부 여러분, 당신의 아이가 단지 힘이 없다는 이유로 다른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한다면 '우리 애가 힘이 없으니 당연하다'며 그냥 덮어두실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다음은 법무부의 홈페이지입니다. 가서 항의합시다!! (대화의 광장 -나도 한 마디 코너)
http://www.moj.go.kr/justice/index.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