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조님의 시를 읽으며....
빨래
옷상에 널린 빨래가
다냥한 햇빛 받아 눈이 부시다.
오랜만에 사람을 벗어버리고
찌든 때를 씻어내고 냄새도 털고
날아갈 듯 가볍게 펄럭거린다
이제는 각자 옷 그만 두고
새나 되어 훨훨 날아가겠다는 듯
온 하루 빨랫줄을 잡고 흔든다
바람이 부추기면 신바람이 나는지
쩔쩔매는 바지랑대 혼자 바쁘다
주인의 흉허물을 싸고돌던 한통속
백주에 속속들이 드러나면 저렇게
서로 다른 색깔로 아우성칠까
자중지란 난파된 갑판에 서서
수기를 흔드는 보트 피플들 같다
다시 보면 가을 운동회 날
하늘에 나부끼던 만국기 같은
저 옥상에 넌 빨래를 보면
아직 덜 마른 내 마음이 무겁다
사람도 때를 씻고 무게를 덜면
저렇듯 깨끗하고 가벼울 수 있다면
제멋대로 부시게 펄럭일 수 있다면
젖은 빨래처럼 몸 무거운 날
나도 눅눅한 마음 꼭 짜 널고 싶다
한 점 얼룩 없는 백기로 펄럭
내 멋대로 세상에 나부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