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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덟살 어린 윗 동서 ~


BY 범생이 2000-06-01


▶ 나의 윗동서(형님)는 나보다 나이가 여덞살이나 어리다.
처음 아주버님이 결혼하신다고 했을때 (우리가 먼저 결혼했
음)

동서지간될 사람의 나이를 듣고 정말 착찹. 찜찜.비참함. 기타등등 이상한 여러가지 복잡하고도 복합적인 감정에 휩싸였었던 기억이 있다.

참고로 우리 남편은 나보다 나이가 한살 어리다
그러니 나의 마음은 더욱더 비참하고 초라할밖에.....

자기 형은 새파란 여자와 살고 자기는 자기보다 더 늙은
(?)여자와 살고 있으니 (물론 자기가 선택한 일이지만)

가족기리 모일 기회가 있을때마다 웬지 껄끄럽고 어색하고
나만 궁지에 몰리고 기가 죽을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들고.

그 옛날 남편은 자기의 소신대로 확실한 선택을 했다고
하면서 나를 다소 위로해 주었고 " 당신이나 형수나 비슷해
별 차이 안나보인다니까!" 피부만 놓고 본다면 당신이 더
아래인것 같아" (사실 형님이 168cm의 늘쩡한 키에 얼굴은 영화배우 심혜진을 닮은 구석이 있어 예쁜데 피부는 피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드름이 많고 그 여드름 자국때문에 좀 우둘투둘 한것은 사실임) 라면서 나에게 위로 같지 않은 위로를 해주기도 했었는데

세월의 흐름이란게 그렇고 또한 그런 상황들에 놓이게 되면 남편의 생각들도 달라지며 후회 비슷한 감정들로 변하며
그나마 위태한 우리의 결혼생활이 박살날까(???) 노심 초사 하던 날들...

그리고 어린것(?)이 나를 우습게 알고 기어오르고 나를 짓
누면 어쩌나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등등 정말 기분이 그랬
었다.

나에게 아무런 잘못을 한적도 없는 사람이 이유없이 밉게
만 보이기도 하고.....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나의 모든 걱정은 정말 기우였
다. 역시 큰 며느리는 큰 며느리 였다.

꽤나 변덕스럽고 고집스러운 시어머니에게 된통 시집살이
를 당하면서도 꿋꿋히 잘 직장생활까지 하며 (삼성전자 영양
사) 잘 견뎌내고 우리 아이들에게도 때마다 (생일. 크리스마
스. 어린이날등) 선물도 잘 챙기고 나에게도 선물세례...

모든 일에 빈틈이 없었으며 나에게도 꼬박 존대를 해주었다.

그렇게 우린 동서라는 인연으로 5년 가까운 세월을 함께 공
유 해왔다.

몇달전 생각지 않은 희귀한 병마로 병원에 우리 큰애가
입원하게 되었을때 모두들 얼마나 놀라고 당황했었는지....

그때에도 형님은 당황해서 우왕좌왕하는 엄마대신 백방으로
전문병원을 알아보고 회사에 결근하면서까지 병원을 옮겨서
입원하는날 같이 동행해주고 이루말할 수 없는 은혜를 입
게 되기에 이르렀다.

입원해 있는 동안 한날은 우리 친정엄마(내가 직장생활 하는
관계로 엄마가 병원에서 밤낮으로 병수발을 들었음) 너무 힘드
시겠다면서 아이와 하룻밤 자기가 병원에서 자겠다며 엄마
등을 억지로 떠밀어 집에가서 쉬시게 하고.....

이제는 아이도 많이 좋아지고 한시름 덜게 되었다.
난 분명히 형님에게 말했었다.
형님을 정말 평생의 은인으로 알겠다고.

할머니나 부모야 자기 핏줄이니까 그렇게 노심초사하고 기도하고 애 쓰는거야 당연하지만 사실 큰엄마가 무엇인가

애끓는 마음이 생기는 혈육도 아니요
그냥 단지 인연이라면 인연이랄밖에 (넘 야박했나?)

자기 혈육끼리도 죽이고 잡아먹으려는 이 험한 세상에.


난 딸만 둘이다 형님은 큰 며느리로 시집와서 첫 아들을 낳았다. 그때에도 난 진심으로 기쁘고 좋았다.

그런데도 난 마음뿐 표현력이 없어서인지 우리 아이들한
테 형님이 하는것만큰 조카에게 잘 못해줘서 미안한 마음
뿐이다.

지금 형님은 또 둘째 아기를 가졌다. 딸이었음 좋겠다고
한다. 원하는 대로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건강한 아이
낳기를 기도해 본다.


성님! 우리 남은 인생 죽을때까지 좋은 인연으로 아름답
게 살아가요.

나에게 좋은 인연을 만들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나는 모범생 범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