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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실랑이.....


BY 자운영 2000-06-17

백화점 셔틀 버스가 좌회전 깜박이를 켜고
신호 대기중이다.

쇼핑한 물건을 양손에 들고 씩씩한 아줌마들이
앞줄로만 쏠린다.
"이거 왜이래요 내 짐이 이 앞에 있는거
안 보여요?"
파란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아주머니가
갑자기 자기 앞으로 돌출해 나온 아주머니
어깨를 탁 치고 눈을 위,아래 부라렸다.
"엄마야! 사람이 줄 서야제, 머언 짐 보따리만
던져놓으면 장땡이가"
어림없는 수작 말라는듯 한마디 일갈하고
그 아줌마는 위세도 당당하게 서열 열 두번째에 섰다.
파란 원피스 아줌마는 가당찮다는 표정이다.
"이것 보세요, 너무 더워서 짐만 순서대로 놓고
저 쪽 그늘에 서 있었단 말예욧. 비키세요."
슬쩍 손으로 서열 열 두번째 아줌마를 찔렀다
풍채 좋으신 열 두번째 아줌마가 더운데 왠 시비냐는 듯이
몸을 휙 돌려 허리에 양 손을
걸치고는

"어따 아줌씨가 사람 찌르겠네
열 두번째고 세번째고 앉아서 가면 ?瑩?
덥어 죽겄는데 왜이리 샀노 차암 말로"

줄을 서 있던 아줌마들이 킥,킥. 웃기 시작했다.
파란 원피스 아줌마는 누군가
나서서 한 마디라도 해 주길 바랬던
모양이다. 사람들을 쭈-욱 둘러 봤는데
전부 대수롭지 않은 표정들이다
앉아 갈수 있다는 생각들 때문인지
표정들이 여우롭기 까지 했다.
파란 원피스 아줌마가 자존심이 상했나 보다
셔틀버스가 도착했는데도
"택시" 하고 저쪽으로 갔다
혼자서 궁시렁대면서....

열두번째 아줌마는 태평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한 표정이다
사람들 표정엔 아쉬움이 묻어났다
잔 재미를 놓쳤다는듯이...

여기서 공중도덕이니 준법정신이니
그런 무거운 얘기를 하자는게 아니다
그냥 일샹생활에 본것을 그림 그리듯
적어본 것 뿐...

어쨌든 오밀 조밀 재미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