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35

영재보다는 예절바른 아이로 키우고싶다.


BY 유수진 2000-06-19


은비가 겨우 아장아장 걸어다닐때, 유모차타는거 한참 싫어하고 고집불통으로 넘어지면서도 뒤뚱뒤뚱 걸어다닐때,
난 뒤에서 천천히 유모차를 밀고 따라가고 있었다.
순간, 붕붕카를 타고 너댓살 된 남자아이가 내 앞으로 끼는가 싶더니, 그대로 은비 뒤를 치고 달려가는것이었다.
난 당황해서, "애기한테 그러면 안돼지!" 하고 소리쳤다.
다행히 움찔하며 은비뒷다리를 치고 멈춰섰고, 나는 자지러지게 울고 있는 은비를 안았다.
은비 뒷다리는 이미 발갛게 부어오르고 있었다.
난 아까 아이에게 소리지른게 미안하기도 하고, 아이 엄마가 사과해 오겠지 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런데,아이의 엄마인듯한 여자가 유모차를 밀며 나와 눈을 마주치고는 그대로 지나가는 것이 었다.
난 잠시 황당하게 은비를 달래고 서 있다가 한팔에 은비를 않고,다른 한 손으로는 유모차를 밀며, 그 모자들을 찾기 시작했다.
문방구 앞에 그 붕붕카가 세워져 있고, 그 모자들(유모차에 남자아기가 또 있었음)이 있었다.

"이 아이 엄마세요? 아이가 우리 애 치는거 못보셨어요?"

"못봤는데요."

아까 나하고 눈이 마주친 여인은 누구였을까?

"그래요. 아이가 우리애를 쳤는데 미안하단말씀 없이 그냥 가시길래 여기까지 따라왔어요."

"미안해요."

에....

그게 단가.
난 아이에게 충고를 할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 엄마 대신 내가 아이에게 말했다.

"아가한테 그러는거 아니야, 여기봐. 아가가 얼마나 아팠겠어.
담부턴 그러지마."

한마디하고 돌아서는 내 뒷통수가 얼마나 따가왔던지.
'애가 그걸 알아 듣냐'라는 눈빛이었다.
여자아이와 남자아이들 키우는게 다르다는거 친구들을 통해서 충분히 들었고 이해한다.
하지만 아주 기본적인 옳고 그름은 설명해줘야 한다고 본다.

매스컴에 나왔던 영재아 키우기에서 첫번째가 엄마가 화장을 하지말아야하고(스킨쉽을 위해) 두번째가 이웃집에 되도록이면 안간다고 했는데(아무래도 남의집에서는 하지말아라를 남발하게되니까) 난 영재보다는 예절바른 아이로 키우고 싶다.
아이에게 예절을 가르키는것은 백일때부터 해야한다고 본다.
공공 식당을 활보하고 다니고, 아래층 이웃에게 피해가 갈 정도로 뛰어다는것이 왜 나쁜지에 대해 설명을 해 줄때, 우리 아이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깨우쳐 나갈것이다.
부모의 이런 모습이 있을때, 아이의 버릇없는 행동도 이웃의 부드러운 시선을 받을 수 있을것이다.

어쨌든 아이들을 그냥 '오냐 오냐' 키웠을때 그 아이의 미래는 부모가 고스란히 돌려 받을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