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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의사 아들을 둔 아버지의 염려


BY 의사의아버지 2000-08-05

> 의사 아들을 둔 아비로서의 염려
>
> 나는 금년(2000) 2월에 정년 (62세)을 맞아 집에 들어앉은 전직 국어교사다.
> 빠듯한 박봉에 아들, 딸이 건강하게 잘 커 주어서 늘 하느님께 감사하며 살던
> 차에 1987년 아들이 서울 의대에 입학하게 되어서 눈물나게 감사했다.
> 의학 공부하는 데엔 본인도 열심히 해야 하겠지만 사립의대 학부형의 말을
> 들어보면 엄청난 경제적 뒷받침이 없고서는 의사 되기가 어렵다는 말을
> 들었지만, 다행히 서울 의대 기숙사 시설이며, 장학제도가 좋아서 큰 무리
> 없이 의사 아들을 두게 되어 마음 흐믓한 바가 있었다.
>
> 그런데 난데없이 의약분업 문제가 제기 되면서 '의사와 약사의 밥 그릇 싸움'
> 이란 비판 기사와 '약물 오남용을 막기위한 국민 건강을 위한 제도'라는 등
> 정부시책이 좋은 제도임을 알리는 공익광고까지 등장한 것을 보고 있다.
> 나와 같은 교회의 집사인 김안과 의원에게 '폐업사태' 이후 대통령 등
> 정부측의 배려로 의료수가 개선이 있었는가 물어봤다.
>
> "예를 들면 100원 받던 것을 200원으로 올리면 겉으로 보면 100% 인상한게
> 되지요. 그러나 의료수가 등 보험부담률이 군인들이 정권을 잡아 민심을
> 얻기 위해 워낙 낮게 잡았던 게 되어서 다소 비율을 올려 봐도 그게
> 그거지요."
>
> 김의원은 최근 근시 등 안경을 안 쓰게 하기 위한 수술용 최첨단 의료기기를
> 7억원을 주고 도입했고 그것을 옮겨 설치하는 데만 일천만원이 들었다고 했다.
> 나는 그 비싼 첨단장비의 감가상각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가 걱정스럽기만
> 했다.
>
> 같은 교회의 장로님으로 군의관 대령 제대후 개인 모의원의 내과과장으로
> 일을 하시던 원로장로님과 바로 어제 같이 식사할 기회가 있었다. 의약
> 분업에 대해서 여쭈어 보았다.
> "의료수가에 대해서는 사회주의 제도로 의료인은 봉사(낮은 보수)만 하라
> 하고, 병원 시설이나 첨단 장비 구입은 나라가 해 주는 게 없으니 모순이
> 생기는 거지요. 예를 들면 감기 환자가 오면 일만원 정도의 의료비에서
> 육천원 정도는 보험공단에서 부담해 줘요 그러나 MRI는 보험으로 안되고
> 45만원을 개인이 부담해야돼요. 노인네들이 의치를 하고 싶어도, 보험이
> 소용 없지요. 그러니까 국민들은 불안해서 이중으로 암보험이니,
> 당뇨병보험이니 하면서 일반 보험으로 안 되는 것들을 위해서 한달에
> 3만원에서 5만원짜리 보험을 따로 들고 있지 않소?”
>
> 강진숙이라는 문화 비평가의 글을 읽어 봤는데 지난 20년 동안 정부와
> 기업주가 내는 의료 부담금을 끊임없이 감소시켜 왔다는 거다. 현 정부도
> 선거 공약을 통해 의료 보험 재정 50% 지원을 약속한 바 있지만 실제의
> 지원금은 25%정도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란다.
> 정부는 국민들이 내는 의료보험료를 물가 상승률을 무시한채 거의 동결
> 상태로 묶어 둘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저보험료
> 정책”은 국민의 주머니 사정을 걱정해서라기 보다 자신들의 지원금 감소극을
> 교묘히 숨기고 국민적 저항을 피해보려 하는 방책이라고 보고있었다.
>
> OECD국가중 우리나라 공무원의 보험료율 (의료보험료/전체소득)은 4.4%인데
> 독일은 13.4% 프랑스는 18.3% 일본은 8.5% 대만은 8.0%라고 한다.
>
> "사람 분만료 3만원 강아지 분만료 15만원"이라는 말이
> 유행어가 되다시피 한 현행 의료 보험 제도하에서 병의원들도 땅 파서
> 장사하지 않는 한 본전은 건져야 하고 그러다 보니 정부에서 허가한
> 치료비보다 더 비싼 식대, 병실료, 주차료까지 국민에게 뒤집어 씌우고
> 있는 형편이란다.
>
> 한국의 의약분업은 약사인 공무원들에 의해서 강제 분업으로 만들어졌다는
> 것이다. 의사가 한 달치 약 30알 처방(고혈압 당뇨등)을 내면 의사도
> 4,000원이고 약사는 그 알을 세어서 주기만 해도 14,000원의 조제비를
> 받는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병원에서 3200원 내고 원스톱 서비스를 받다가
> 시간도 더 걸리고. 호주머니 지출도 두배가 늘고, 노인 환자, 때로는 다리
> 아픈 환자는 택시비도 더 들 것이다.
> 국민의 선택권을 빼앗아 강제로 약사들의 배를 불리겠다는 이 정책 입안자가
> 당시엔 약사인 사무관이였는데 지금은 워드팜이라는 약국체인점 회사를
> 만들어서 대표로 있고 서울대학교병원 앞에 개업했다고 하니 이런 뻔뻔스러운
> 상혼을 가진 약사들에게 둘러싸인 14년간 고생하며 공부한 의사인 내 아들의
> 앞날이 어떻게 될지 너무나 걱정스럽다.
>
> '한 개업의의 글' 속에 나타나 있는 집안 식구들의 걱정스런 표정들, 아빠가
> 홧김에 사직서를 내고 말가봐 실실 눈치만 보다가 저가 좋아하는 충무공전 게임
> 도 못하고 소파에서 기다리다가 새우잠을 자고 마는 아들 녀석을 보는 아빠의
> 안스러운 표정...
> IMF때 개업했다가 3개월만에 폐업하고 당시 아이들 용돈 끊고, 신문끊고, 학원
> 끊고 했던 쓰린 경험을 겪은 개업의의 아픔, 그게 다시 내 아들 내 손주,손녀,
> 며느리의 안스러운 모습들로 현실로 나타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15년
> 고생하며 어려운 의학을 공부한 의사들의 자존심을 허물어뜨린 정책입안자,
> 그 엉터리 정책을 문명국이 되는 첩경인 양 밀고 나가는 현 정부, 그 수반인
>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갈아치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