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358

-----------백돼지 보다는 꽃돼지가 낫지않갰수?--------------


BY 장현숙 2000-12-07

이 세상 사람이면 누구나 남에게 절대로 말하고 싶지않은 비밀
한 두가지쯤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내게도 스물 다섯살이후 오늘까지 살아오면서 절대로남에게 말하지 않는게 두 가지 있어요. 친구들에게는 물론 15년 동안 같은 방을 쓰는 남편에게까지도...
그 대단한(?) 비밀이 무엇인고하니 바로 몸무게와 키!
둘중에서도 키는 구두 뒷굽의 높이에 따라 다소 보는이의 시선을
속일수도 있지만 몸무게는 그게 안 되더라구요.

사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스물다섯전에는 자그마한 키에 쬐쯤 통통했지만 봐줄만 했거든요.
그런데 나이에 비례해 몸무게도 차츰 늘어가더라구요.
그러다가 남편과 만날때쯤엔 내 몸무게도 피크였죠.
오죽하면 맞선 보러 가면서 맞는 옷이 없어 친정엄마 옷을 빌려 입고 나갔겠어요?

그런데 지눈에 안경이라더니 남편은 살찜이 있는 여자가 좋다며 결혼하자고 하대요. 그래서 했죠. 무엇을?-그야물론 결혼이죠.

결혼하자마자 2년 터울로 두 아이 낳고 보니 그새 몸무게는 추락을 모르고 상향곡선을 긋고 있더라구요.
이상하게도 아이 가질때마다 입덧 한번 않하고 산후 조리 할때도
입 맛한번 놓치지 않았으니 말예요.
심지어 어떤날은 미역국을 열번 먹은 날도 있었으니 ...
뿌린대로 거두고,심는대로 난다고(이 말이 맞게 쓰인건가?)
어쨋든 몸무게는 점점 위로...

그러던 어느 날 오랫만에 친구를 만났는데

"어머! 얘 너 또 애기가졌니?"
"얘는 둘째 난지가 얼마나 됐다고..."
"글쎄 말야.그렇긴 한데 난 또 애기 가진줄 알고 깜짝 놀랐다 얘.
그나저나 너 다이어트좀 해야겠다."

그 날 저녁 친구가 살 빼란단 말을 전해들은 남편.

"치아라,니 다시 시집갈일 있나? 우리 꽃돼지가(여기서 주목해주세요.) 뭐 어때서.괘안타. 니 굴러 다녀도 내 만 좋으면 안 돼나?"

나라고 뭐 살 뺄 마음이 없었겠읍니까마는 남편이

"우리 꽃돼지,우리 꽃돼지 ."
하면서 괜찮다고 하길래 그러려니 하면서 살았죠.

그런데 ,그런데 말이죠.작년 여름이었어요.
살때문에 여름이면 땀을 엄청 흘리거든요. 지가요.
그 날도 빨래하고 청소하고 나니까 땀이 억수로 나드라구요.
그래서 샤워하고, 한숨자는데 집에 일찍 돌아온 남편이 저 자는 모습을 보고는

"아이고 ,이게 웬 백돼진고?"
"당신도 참 너무하네요. 백돼지라니...기분나쁘게."

내가 정색을 하고 화를 내자 남편은 흰 티셔츠에 흰 파자마 입고 자는 내 모습을 보는 순간 느닷없이 백돼지 생각이 났다며
어쨋든 그 날이후 남편은 내게 백돼지라 부르고 있는데...
내가 남편에게 얘전처럼 꽃돼지라고 불러 달라고 하면

"꽃돼지나 백돼지나 그기 그거 아이가?"하지만 그럴때마다 난

"무신 말씀,백돼지보다는 꽃돼지가 낫지 않겠수?"
하며 바득바득 우기고 있답니다.
사실 같은 돼지라도 백돼지보다야 꽃돼지가 어쩐지 이쁜거 같잖아요.

안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