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있는 언니집엘 갔다.
울 언니.형부 두사람은 청운의 꿈 아닌 노운의 꿈을 품고
지금은 뜻한바있어 양계장을 하신다.
아니다.
뜻한바 소리는 걍 내가 캐보는 소리고 어쩔수 없어서...
언니집엘 가면 마음이 확 터인다.
공기좋아, 사랑하는 언니 얼굴 볼수 있어좋아,
날 잘 따르는 조카들이랑 그 꼬맹이들 있어서 좋아.
산다는 의미와 재미를 톡톡히 확인하고 오는데...
그날도 그랬다.
부화장에 들어가서 메추리 구경도 하고
계사에 가서 방금 낳은 따뜻한 알을 구경하다보니...
갑자기 몸에 생리적 신호가 온거라.
집안까지 들어갈려니까 귀찮아서 마당 한귀퉁이의
화장실아닌 변소엘 갔다.
평소엔 절대 안가는 곳이지만 급하니까 우째.
시골의 변소라는데 아시는분은 아실라나 모르겠다.
이집 마당의 변소는 도데체 누구의 다리 사이즈를
기준으로 했는지 콩크리트 바닥에 네모난 구멍만 펑
뚫버놓았는데 이쪽 저쪽하고 사이가 무지 넓다.
자칫하믄 빠질까봐 겁나는데 빠지면 진짜 궁물도 없다.
너무 깊어서 아마 내 목까지 차오를꺼라...
그래서 다리를 조심조심.....
근데 갑자기 뭣이 툭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옴마야. 이기 뭐시고 싶어 움직거릴려는 찰라
몸중심을 잃고 빠질거 같아서 그걸 잡지를 못했는데...
툭~
바닥에 팅기면서 탕속으로 퐁당 빠지는 물체.
다름아닌 내 작으마한 휴대폰였다.
바지 포켓에 넣었는데 옷을 얼릉 내리다보니 빠진기라...
에구~ 흑흑.
일단은 30초동안 시원하게 볼일을 보고선 나왔다.
'언냐. 일로 와봐라. 우짜꼬?"
울언니 전 부쳐준다고 밭에서 정구지 뽑다가 내 큰소리에 놀라서
후닥닥 달려왔다.
"왜? 왜 뭔일있나?"
"뭔 변소 구멍을 저리 크게 만들었노. 내는 몰라.
휴대폰 빠졌다"
그넘의 변소 설계자 욕을 딥따 하고
구멍 넓은 변소문을 홀겨 보는데
울언니 벌써 변소 문열고 안을 들다보고 있다.
"아이구 건져야지. 요기 보인다. 너 형부 불러봐라"
그래서 고기 낚시 아닌 휴대폰 낚시가 시작되었다.
매미채 비스무리한걸 얼른 급조를 해서 우여곡절 끝에
꺼집어내긴 냈는데....
캬악!!!
울언니 문제의 황금색갈을 들고 부리나케 우물가로....
비누를 들고 이리 저리 씻는 언니를 보니 웃음도 나온다만
이기 웃을일이가?
전에거 냉장고만큼 큰 전화기라고 울 남편 꼬득여서
거금 48만원을 주고 산 폴드인지라....
언니가 수건으로 닦고 드라이기로 말리는동안 정작
난 멀뚱하게 기가차서 쳐다보기만 했다.
버릴수도없고 갖고 다닐려니 비위약해서 올라올려고 하고...
구석 구석 딱든 울 언니. 햇볕에다 말린다고
빨랫줄에 휴대폰을 댕그렁 메달아 놓았다.
"야. 그래도 사용하는데는 지장없다"
위로인지 울언니 웃으면서 하는말.
'저걸 우째 사용하노...뭔 변소가 저 따위고. 좀 고쳐라"
"니가 뒤숭시러버서 그렇지. 우린 아무리 사용해도
괜찮드라"
뭔일이 이런일이 다 있노 모르겠다.
휴대폰 저리 됐는것도 속상한데 뒤숭시럽단 소리까지 듣고...
"다 말랐다. 전화함 걸어봐라"
쳐다보기도 싫은데 쥐뿔도 없는 백조주제에 어쩔수 있남.
오만 인상 찡거려서 향수까지 뿌린 전화기를 건네받고
우선 쿵쿵 거리면서 냄새부터 맡아봤다.
웩~
아무래도 냄새가 베여서 나는거 같았다.
흰색도 약간 노르스럼하게 변색된거 같기도 하고.
그래 비니루에 싸서 가방안에 넣어버렸다.
근데 밉다하니 뭐한다고 왠 전화는 자꾸 오는지...
"언냐. 이거 비밀이다. 알았재?"
그래도 뒤숭시러븐 여자 지 챙피한줄은 알아가지고
혹여 소문날까봐 언니 입막음부터 했다.
맘 같아선 이넘의 휴대폰 내버리고 새로 했으면 좋겠다만
내가 그럴 처진가. 흑흑.
오늘 이틀째동안 전화가 걸려오면 오만 인상 쓰면서
전화받고 있다.
몰론 꽉 잡지도 못하고 어설프게 잡으면서..
울남편한테는 당연히 말 안했지.
그런거 미쳤다고 얘길하나.
좌우간 부부 일심동체라도 이런건 얘기 안하는기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기라....
애구 또 저넘의 휴대폰이 울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