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 나의 도서관
남편과 연애할때 그는 가끔 공부한다고 부산 s시립도서관엘 다녔고,
나도 한두번쯤 그곳에 간 적이 있었다.
학생들이 공부하기 위해 가방을 들고 줄을 지어 서 있는 그런 모습이었다.그리고 그런 풍경들은 살면서 잊혀진 사진처럼 까맣게 지워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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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결혼하고 아기가 세살이 되면서는 다시 직장생활을 하고 5년여가 흐른 다음 직장을 청산했다.우리집이 있는 부산의 k동은 약간 비탈진 곳이고 숲도 좀 있는 그런 동네인데 평지에서 산쪽으로 하얀 건물이 하나 보였다. 나는 그곳이 신경정신과 요양소인줄 알았다.누군가가 그병원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고 우리 마을에서 가깝다고 했던 것 같아서... 그러나 그 건물은 도서관이라고 아기아빠가 말해 주었다. 일요일이면 가끔씩 뒷산 약수터에도 오르고 그랬는데..어느날..갑자기..하얀 건물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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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편더러 함께 가달라고 했다.남편의 사고방식은 매우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편이라 쾌히 그러자고 했다. 나는 집에서 신던 플라스틱 슬리퍼를 끌며 입은 옷 그대로 도서관엘 갔고 회원등록을 했다.그것이 나의 첫 출입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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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나날이 흘렀다. 나는 학교때 공부는 꾀를 부리고 하지 않았지만..그렇다고 빈둥 거리고 허송세월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항상 뭔가 채워지지 않는 욕구의 현실에서 뛰쳐나가고 싶어 틈만나면 공상과 꿈의 틈에서 다른 아이들이 보기엔 좀 괴짜 같은 아이였다.가끔 부산일보에 일기나.詩가 보내지고 두세번 글이 실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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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다닐때도 차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져 신문에서 작게 오려낸 아름다운 글의 구절을 꺼내서 음미하거나 지하철에서도 작은 시집을 펼치기도 했다.그러나 애초에 나는 잡지광이었다. 그 잡지가 나아가서 이제는 시집이나 혹은 소설로 바뀌게 된거다. 만화를 좋아하다가 책으로 옮아가는 수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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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던 집에서 10분 정도 걸리는 k도서관엘 드나들면서 책읽기는 차츰 차츰 밀접한 생활의 한 부분으로 다가 왔다. 화장도 하고 제일 예쁜 옷으로 입고 단정하게 드나들었다.마치 성스러운 종교의식을 치르는 신자처럼...어떤때는 두번씩도 갔다. 눈만뜨면 가슴이 콩닥 거렸다. 아~!오늘은 어떤 작가의 어떤 문장이 내 마음을 감동 시킬까?..하고..그리고 남편도 가끔씩 책을 빌려보았다. 그이는 무협소설이나 추리소설,역사소설이 주 메뉴였지만 나는 그런걸 제외한 나머지가 또한 나의 메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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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벚꽃 철이 다가 왔다. 밤새 내린 비로 도서관 앞에 늘어 선 까맣거나 하얗거나 회색빛 나는 매끈한 승용차 유리 위에 송글송글 수많은 이슬들이 ?션薦羚駭? 뿐만 아니라 잘디잔 벚꽃들이 낙하하여 그 위에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수 놓고 있었다.k도서관에도 대학생 들이 주를 이루는 곳이다. 고시 공부를 하는지 빛을 못본 것 같은 하얀 얼굴에 추리닝을 입은 학생들도 자주 눈에 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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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열람실 책상에 마주 앉은 어떤 남학생에게선 담배 냄새가 풍겨 실망을 느끼기도 했다.그즈음 내 마음을 사로 잡은 책은 -요절한 우리나라 작가들- 이란 책이었다.제목이 확실하게 생각은 안나는데 -천재는 요절하는가- 아무튼 이런 제목을 달고 있었다. 윤동주,이상, 김소월,이장희,등등 그들은 불치의 병을 앓았거나 일본 감옥에서 운명을 달리했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그런 경우인데... 그들의 삶을 조명해준 내용이 섬뜩했지만 내마음을 휘어잡는 힘은 대단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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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사서들과도 친해졌다. 매일 보고 웃으며 인사하고... 그게 전부였지만... 여사서는 아주 미인들도 더러 눈에 띄었다. 하얗고 갸름한 얼굴에 조용하고 지적인 얼굴...그리고 소매를 조금만 걷은 은은한 색갈의 니트를 입고 청초하게 자리에 앉거나 서서 그들의 일을 하는 거였다.직원은 한 대여섯명 정도인데 젊은 남자 장애인도 한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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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중의 하루는 온가족이 도서관 등나무 아래에서 보내기도 했다. 어차피 책을 끼고 사는 형편이었고, 그 등나무 그늘이 너무 시원하기 때문이었다.그리고 가을이 왔다.도서관에서 전화가 왔다. 독서주간을 맞아 우수회원으로 선정 되었으니 나와 주십사고...
중고등학생부.대학생부.일반부.이렇게 구분되어 있는데 나는 일반부였다.1년동안 대개 .4.5십권 혹은 7.8십권을 읽었다고 그들은 털어놓았다. 그런데 나는 ...300권을 읽었다고 나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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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책들을 꼼꼼하게 다 읽은것은 절대로 아니다.빌려와서 읽어 보면 내 취향이 아니거나, 어렵거나, 너무 허무맹랑하여 시시하거나 ,이런책은 다 읽지 못한채로 반납이 되지만 정말 나의 세포처럼,혹은 편안하게 잘 어울리는 옷처럼, 나에게 딱 맞는 그런 책들은 옮겨 쓰기도 했다. 3년의 그런 생활이 지나갔다.국내 문인들과 영적인 교류를했고 외국 작가는 그다지 친하게 (?) 지내지 못했지만 카뮈혹은 헤세와 조금 거리가 가까워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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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남편의 직장 관계로 경남지방으로 이사를 왔다. 모든것이 낯설고 쓸쓸하던 겨울 이었다.하필이면 천주교를 스쳐 지나가면 5분후에 그 건물이 나왔다.주일이면 또한 나는 교회로 향하는 그들속에 섞여 도서관으로 향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성당 건물은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건물이었고 겨울날 수녀님 두분이 나와서 길가에 간판을 매다는 모습을 보았다. 바람에 까만 옷자락이 마구 휘날렸다. 머리엔 하얀 부분도 있었지만..그 모습도 잊지못할 그림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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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곧 이곳 도서관에가서 등록을 하고.....봄을 맞고 여름을 맞으며 신록 속으로 작열하는 태양을 받으며 열심히 그곳엘 드나들었다.
요즘은 인터넷을 하느라 책을 읽지 않았었다.그런데 또 다시 책과의 연결이 되는 거다. 편지 쓰기를 할때도 곧잘 책이야기를 해주거나 책을 사서 부치거나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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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으로 가는 과정까지도 나는 사랑한다...푸른 보리밭과 까치와 겨울날의 길섶에핀 빨간 열매를 달고있는 키작은 나무들의 행렬이나 가을날의 코스모스..뿌연 연기나 안개나 마구 쏟아지는 소낙비나..대형트럭의 횡포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