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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 30년 후 서글픈 나의 자화상인데.....-


BY 박 라일락 2001-05-04

새벽 어판장 일 마치고 늘 하는 습관대로 사우나에서 있었던 일.
오늘 30년 후 서글픈 나의 자화상을 보았다.

언제나 서두르는 목욕탕 입구에서 8순 노인 할머니 세분을 만났다.
여탕이 2층이기에 할머니들이 계단을 올라가시기에는 좀 힘들었고
승강기를 타려고 하니 가동을 할 줄 모르시고...
이 뇨자가 다가가니 같이 올라 갈 사람을 만나 넘 반가워하여라.
세분 모두가 지팡이를 가지고 계셨으니,
아마 이 뇨자 보기에는 80순이 넘어 보였다.
천천히 승강기에 오르게 하시고 지팡이를 받아서 내가 쥐고
목욕탕으로 안내를 하고 옷장을 열어 드렸더니
감사하다는 인사를 몇 번이나 거듭하시네...
"아이고. 새댁아 이걸 어찌하지? 너무 고마워서....."
세분 모두가 한 입에서 거듭 인사를 하시니
받는 나의 입장이 도리어 더 무안했구나..
당연한 일을 했는데 왜 저 어른들이 저렇게 감사를 하실까....
"할머님들. 당연한 일인데 그렇게 감사하다고 인사 안 하셔도 됩니다"
"새댁아 뭐라카노...우리 손자도 지 할미 한테 늙은이 냄세 난다고 싫다 하는데..."
"할머니님들 올해 연세가 얼마나 되세요?"
그 중에서 가장 허리가 덜 굽은 할머니 말씀.
"나는 83살이고, 이 늙은이는 84살이지. 그리고 저 할망구 니는 몇 살 이제?"
"그래 나도니 하고 동갑이잖아...83살이다."
허리가 좀 굽고 머리가 하얗게 백발이시지 서로가 말씀하시는 모습은
아직은 젊어 깨끗한 모습으로 보였다..
그런데 한 가족의 입장에서 냄새가 난다고 한담...
아무리 철없는 손자손녀들이라고 하지만........찝.
목욕탕 안에 자리를 잡아 드리고
좀 있다가 등을 밀어 드리고 싶다고 했더니
"아이고 고맙다만 우리끼리 서로 밀면 되니깐 새댁은 염려하지 말거라.."
"예......."
그리고 찜질 몇 번 드나들고 나서 생각이 나서 할머니 계신 곳을 보았더니
아 벌써 다하시고 나가셨네...
뜨거운 탕 속에서 두 둔을 꼭 감고 생각해 보았다..
그 할머님들.
꼭 30년 후 나의 자화상인데.....
나 역시 그 때쯤 냄새가 난다고 내 가족들에게 소외 당할까....
나 홀로 목욕을 와야 할까....
그 할머니 정도의 기동성이 과연 있을까...
왠지 탕 속에서 피어오르는 김 살이 나의 서글픈 눈물이 되어서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