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에 관한 추억이다.
남편의 직장때문에 경북 경산에서 2년간 살았었다. 아이가 4살때다.
처음엔 아는 사람도 없고, 사투리도 낯설고, 길도 몰라서 집앞의
시장에 나가는것 조차 겁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웃과 친해졌고
아이도 친구들이 생겼다.
이웃 엄마들이 표준말을 쓰는 나에게 아이들의 한글 공부를 부탁하여
두 아이를 가르치게 되었는데,천진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다보니
나까지 절로 재미가 났었다.
어느날 낱말 카드로 공부를 했다. 사람의 몸에 대한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등'이 그려진 그림을 가리키니 아이 둘이서 입을 모아
"등거리"하는 것이 아닌가? 다음은 '엉덩이'가 그려진 그림, 대답은
"궁디이" 나머지 시간은 나의 그치지 않는 웃음때문에 엉망이 되었다
한번은 아파트 같은 라인에 사는 아이들이 우리집에 모두 모여
놀고 있었다. 팝콘 튀기는 기구가 있어서 나는 바구니 한가득 팝콘을
튀겨 주었다. 아이들이 흘리지 않고 먹을리가 없다. 웬만큼 흘린건
봐주겠는데 바구니를 완전히 뒤집어 버렸다. 나는 빗자루를 ?으러
베란다로 가면서 이렇게 말했다.
"빨리 담어"
그런데 빗자루를 가지고 거실에 와보니 바구니는 비어 있고,
아이들은 열심히 바닥에 쏟아진 팝콘을 주워 먹고 있었다.
"너희들 뭐하니? 바구니에 담으라니까!"
"이모가 빨리 다 먹으랬잖아요?"
나는 빗자루를 팽개치고 뒤집어졌다.
'다 먹어'라는 말을 경상도 사투리로 하면 '다 머'라고 들리지
않는가?
2년동안 나에게 친구가 되고 언니가 되고 동생이 되어 주었던 그
이웃들과 헤어진지 벌써 2년 반이 되었다. 아이들도 많이 컸겠지.
보구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