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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자유주의자 유시민


BY 핑~ 2001-08-19


[인터뷰]자유주의자 유시민

[인터뷰]자유주의자 유시민 MBC 100분 토론의 진행자인 유시민씨를 만났다. 그에게 우리 토론문화의 현주소와 100분토론을 진행하면서 느낀점, 여성문제에 대한 시각 등을 들어보았다. '영원한 자유주의자'라는 평가답게 실제로 만나본 유시민씨는 생각이 자유로운 사람이었다.다음은 유시민씨와의 일문일답.

-지:토론 프로그램을 진행하시면서 우리의 토론문화가 정착되어간다고 보십니까?
=유:아직 멀었다고 봅니다. 이제 시작단계라고 할 수 있죠.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토론은 기본적으로 잡담과 달라서 논리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논증과 근거제시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정당화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논증을 잘하지 못하는 것이 토론이 되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그건 우리사회가 가지고 있는 권위주의 또는 잘못된 교육 탓이겠죠.

-지:100분토론의 가장 큰 성과 중의 하나가 그동안 패널로 나온 우리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이 얼마나 철학적으로 빈곤하고, 경직된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있고, 토론 능력이 부족한지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 토론을 잘할 수 있을까요?
=유:토론이라는 것은 관계 맺기입니다. 상대방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죠. 소통이 가능한 용어와 논리로 자기의 생각을 밝히는 기술적인 측면도 있어야 할 거구요. 공격을 당했을 때 불쾌해하지 않아야 합니다. 논리의 오류를 지적당하는 것을 인격적인 모독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문제를 직시할 수 있는 용기 등을 종합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 지식인들은 일방적인 글쓰기는 좋아하지만, 토론에는 응하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지금까지 나온 패널 중 가장 인상깊었던 패널과 최악의 패널은 누구입니까?
=유:두발자유화 문제때 나왔던 '학생인권과 교육개혁을 위한 전국중고등학생 연합' 육이은 대표입니다. 논쟁을 할 줄 안다는 측면에서 어른들보다 훨씬 나았다고 생각합니다. 또 기억나는 분은 미술교사 누드 파문의 주인공 김인규 선생님입니다. 진심이 전달되는 토론이었습니다. 최악의 패널은 딱히 실명을 거론하긴 그렇고, 방청객들의 반응에 손가락질을 해대는 국회의원, 교수 등입니다.

-지:토론문화의 정착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유:어른한테 말대꾸한다는 말이 없어져야 합니다. 아이들이 의견을 제시하면 듣고 논리적으로 답변해주지 않고, 억누르는 일이 계속된다면 토론문화는 정착되기 어렵습니다. 토론할 권리나 의사 표현의 자유는 터무니없어 보이는 의견까지도 말할 수 있는 자유가 포함되어야 합니다.

-지:가장 기억에 남는 토론주제는 무엇입니까?
=유:첫 진행을 했던 '베트남 전쟁 우리에게 무엇인가'입니다. 폐쇄적인 민족주의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고자 하는 목적이었는데, 사회적으로 성과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지:흔히 진보인사로 분류되는데, 김규항씨 같은 분은 강준만, 유시민 정도를 진정한 보수주의자라고 분류하던데, 우리사회의 보수와 진보의 개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유:보수는 나라마다 다릅니다. 우리에게는 진정한 보수가 없고, 정체성과 자생력을 갖추고 있지 못합니다. 좋은 것을 개선하고, 지키는 것이 보수인데, 뭘 지키려는지 궁금합니다. 그들은 독재체제가 규정했던 질서 속에서 편하게 지냈으며, 시련이나 도전에 직면한 적도 없어 형성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습니다. 보수를 극우와 구분지을 줄 알아야합니다. 아직은 극우를 공격하면 화를 내는 유아기적 단계입니다.

-지:그럼 보수와 극우의 차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유:극우는 사람과 사람, 집단과 집단을 적과 아군으로 구분합니다. 하지만 정상적인 보수는 라이벌로 구분합니다. 또 극우는 사상적인 목표를 추구하는데 있어, 국가적인 폭력 또는 사적인 폭력을 사용합니다. 반대로 정상적인 보수는 경쟁자의 말할 권리를 인정합니다. 제 스스로는 리버럴리스트(자유주의자)라고 규정하는데, 상대적인 개념인 것 같아요. 극우와 자유주의가 함께 할 수 없으므로 진보로 규정하는 것 같은데, 그런 것에 개의치는 않습니다.

-지:개인홈페이지가 없으신데, 팬들이 만든 홈페이지에 보면 진중권, 홍세화, 김규항씨 등과 같이 분류되는데 대한 생각은?
=유:개인적으로 다 좋아하는 분들입니다.

-지:요즘 가장 큰 화두는 언론개혁입니다. 언론개혁에 대한 개인적인 소신은 무엇입니까?
=유:일반적인 준칙에 따라야 할 것입니다. 모든 기업이 지켜야될 시장의 질서는 언론도 지켜야합니다. 상호견제의 시스템이 필요한데, 상호견제를 받아들이는 것이 민주주의입니다. 언론은 공론의 영역에서 기능하는 산업이므로, 그것을 바로잡는 개혁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가야할 것입니다.

-지:조선일보의 보도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신 것으로 아는데
=유:현재 민사, 형사 소송이 진행중입니다. 허위 사실에 입각한 악의적인 비난이었습니다.

-지:한국의 여성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혹은 존경하는 페미니스트는?
=유:성역할 분담, 여성성, 페미니즘 문제에 대해 조한혜정 교수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페미니즘 저널 IF에서 제기하는 발랄한 의견제시를 좋아합니다.

-지:운동사회내 성폭력 추방을 위한 백인위의 문제제기 방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유:발표하기 전에 개인적인 소명을 받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너무 서둘렀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런 점에 대한 아쉬움은 있습니다.

-지:미스코리아, 안티 미스코리아 대회에 대한 생각은?
=유:미스코리아 중계방송을 못하게 만든 것으로 보아 안티의 성과는 있었다고 봅니다. 그런데 전 이렇게도 생각합니다. 남성들을 벗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남자들이 태국으로 섹스 여행을 가면 여자들은 자메이카로 가든지 하는 것도 하나의 문제해결 방식이라고 봅니다.

-지:간통죄나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유:없애야한다고 봅니다. 결국 성의 자기결정권 문제인데, 얼마전 보도를 보니 강간범에게 딸을 결혼시키는 부모도 있더군요. 악용되는 측면이 더 큽니다. 전 악용되는 사례만 많이 봤지. 그것 때문에 간통이 줄어든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 문제로 감옥에 집어넣는건 인권유린이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섹스=결혼을 법으로 연관시킨다는 건 넌센스 아닐까요?

-지:김강자 방범지도과장 등이 주장한 공창 논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유:우리는 사실상의 공창입니다. 공인받고 있지만, 법으로는 금지되어 있죠. 자기가 선택해서 매춘을 하는 것은 법으로 통제하지 말고, 포주, 매춘 조직은 엄하게 처벌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유럽의 마약정책의 경우 공급책과 운반책은 엄하게 처벌해도, 최종소비자는 처벌하지 않습니다. 생계수단으로 매춘을 택한 경우에도 징역을 보내다보니 음성화되어서 업주, 포주를 만나게 되고, 결국 돈도 못벌게 되는 상황은 비인간적입니다. 술집에 가면 건강도 버리고 혼자 매춘을 하는 경우 권장할 일은 못되지만, 사실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는 않는 일이죠. 지금은 매춘여성을 피해자로 만드는 최악의 시스템이라고 봅니다. 실제로 보호하려는 여성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지:'남녀차별은 여전한가?'라는 주제를 다룬 적도 있는데 한국사회에서의 여성의 지위를 어떻게 보십니까?
=유:인프라는 갖춰져 있습니다. 직무능력, 교육, 일할 의지 등은 선진국 수준입니다. 하지만 의사결정권을 행사하는 자리에 여자가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길은 다져 놓았는데, 사람이 아직 덜 다니는 거죠.

-지:남성들 사이에서 '여성의 권익을 향상시키는 제도는 사회생활에서 남성에 대한 역차별을 조장한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는데.
=유:그런 얘기하는 사람들은 이성적이지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자 혹은 남자가 상대를 집단적으로 이해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성차별에 관한 문제만큼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문제는 없다고 봅니다. 남성들이 여성들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단순합니다. 그것을 인정하게 되면 자기 일상적인 삶에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는 거죠.

남자들이 두려워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매일 술을 마신다든지, 친구를 만날 수 있다든지 하는 등의 전통적인 성역할 분담에서 누리고 있던 것을 상당히 빼앗기는 고통을 수반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그것을 인정했을 때 어떤 변화가 올지 알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풀리기 힘든 것이죠. 다들 안받아들이는 것을 혼자 받아들인다는 것에 대한 피해의식 때문에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입니다.

-지:그럼 어떻게 해야 차별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요?
=유:페미니즘 이전에 휴머니즘적인 생각을 가진다면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일상적인 삶이 만들어낸 더러움을 제거하는 것이 가사일일 것입니다. '내가 만든 때는 내가 치운다'는 단순한 원칙이 문제해결의 첩경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남자들이 떳떳하지 못한 거죠.

-지:누님(유시춘)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가지시고 계시다던데.=유:사람들마다 다 누이에게는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요? 똑같은 감정입니다.

-지:글쓰기와 토론진행 중 어떤 것을 더 어려운가요?
=유:진행자의 중립성 요구 때문에 현재 글쓰기는 못하고 있습니다. 글쓰기는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생활이 어렵고, 방송은 팀웍이라 어려운 점이 있지만, 소득이 글쓰기에 비해 낫습니다.

-지:친여적 성향, 편파적 진행에 대한 일부 비난이 있는데요.
=유:야당이 잘하는게 있으면 편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일관성의 결여, 논증의 취약 등을 지적하는 것이 사회자의 임무 아닌가요?

-지:'거꾸로 읽는 세계사' 이후 사상적 변화는 있으신가요?
=유:원래 저한테 사상이란 것은 별로 없습니다. 상식에 의해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지키는 것이고, 앞뒤가 맞지 않는 언행은 하지 않겠다는 상식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사상적으로 깊어질 일은 없다고 봅니다.

-지:최영묵씨가 "유시민의 '색깔'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달라지지 않는다. 유시민이 고민해야 할 것은 오히려 권력에 대한 비판, 사회적 약자에 대한 노골적 옹호 같은 '유시민' 색깔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유:좋은 의견으로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글과 달리 방송은 공동작업이고, 저 혼자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지:현 정권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유: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습니다. 임기 끝날때까지 사고나 안쳤으면 합니다.

-지:좋아하는 정치인은 있습니까?
=유: 젊은 정치인들은 괜찮다고 봅니다. 민주당 김근태, 노무현, 이인제, 한나라당 이부영, 김원웅 의원 정도. 사실 30분 이상 토론할 수 있는 정도가 되야 정치인의 자격이 있다고 봅니다.

-지:100분토론이 거둔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유:시사토론 프로그램의 본령은 사회적으로 중요성을 띄는 사안에 대해 국민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안티조선부터 시작해서 6차례 언론개혁에 대해 다뤘는데, 이렇게 정치지형을 결정지을 정도로 큰 사안이 될지는 몰랐습니다. 오해도 있었지만 과감하게 이슈를 선점해서 사회적인 공론화를 이룬 점이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지:시사프로가 토크쇼로 가야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으신데.
=유:모두 다는 아니고, 토론프로 중에는 격식을 깨고 할 수 있는 프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송승환의 '시사난타'가 조금 더 편안한 분위기로 갔으면 합니다. 토론은 원래 술자리에서 주로 하는 것인데, 왜 TV에선 정장입고 해야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앞으로 다루고 싶은 관심주제는?
=유:여자들의 참여가 적어서 여성패널도 많이 섭외하고, 여성과 관련된 문제를 많이 하고 싶은데, 남성쪽에서 유림, 남성운동에서만 나오게 돼서 토론이 어렵습니다. 사실 원만한 토론을 하기 어려운 분들입니다. 문화적인 것들도 많이 하고 싶고, 신세대와 관련된 것들도 하고 싶은데, 워낙 무거운 것을 다루는 쪽으로 이미지가 굳어있어 조심스럽습니다.

-지:마지막으로 토론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유:'필요할때는 돼지우리에 가서도 싸운다'는 말이 있습니다. 공격적인 토론을 할 자신이 없으면 우기지 말아야 합니다. 공론의 장에서 얘기할 자신이 없으면서 남을 공격하는 주장은 안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니리포터 지승호 기자 triana@freechal.com
웹진 시비걸기"http://www.freechal.com/sibi"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