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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잊는구나!


BY wndi 2002-04-26

현아!
사월이 다 가려한단다.
이쯤이였겠지. 네가 떠난날이 이제는 어렴풋해지는구나.
유행가에서 떠들지 않아도 정말 사월은 잔인한 달이였지.
지금은 편안하니. 네가 간곳은 정말 편안한거니.
네가 갈때만 해도 이세상은 아무 의미 없는 곳이였는데.
네가 간지가 십구년이구나. 강산이 두번 변할만큼 긴 세월인데도
내머리속엔 넌 항상 어벙한 미소로 서 있단다.
난, 오늘도 아이들 걱정. 반찬준비 뭐해먹을까 타령.
남편 언제 들어오나 기다림. 공부해라 채근까지 해가며.
허허실실 하루를 보낸다.
내 가슴엔 시린듯 서 있는 너를 아무도 모르게 살고 있구나.
네이름이 오늘은 생각이 안나더구나. ㅎㅎㅎㅎ
그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눈동자 그입술은 내가슴에 있네.
뭐 그런말이 있을까. 어떻게 이름을 잊는단 말인가.
이해가 안되었었지.
이제 나도 산날 보다 살날이 덜 남은 모양이야.
현아. 그래도 네생일은 절대 잊지 않는단다.
울남편 생일이 너랑 같지 뭐야. 세상에 이런 인연도 있는지.
정말 착하고 좋은 사람이란다. 너보다 훨씬.............
적어도 나보다 먼저 갈거란 소린 절대 안하거든.
요즘 우리나라도 좋아졌단다. 글쎄 뭐가 좋아졌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학교문을 닫는 일은 없어졌더구나.
그때나 지금이나 어이 없는 일은 세상에 널려있어서
네가 좋아하던 투사들은 어느새 비리의 온상으로 우릴 배신하고.
난, 평범하다 못해 조금은 모자른듯한 아줌마로 소리없이 살고
있단다. 아무 생각 없이... 생각의 기능이 정지된것마냥.
그저 내가족 하루 무사하면 하늘께 감사하고
요즘은 흔치않게 비행기도 떨어지고 이런 저런 죽음이 일상이
되어버렸단다. 현아! 주절 주절 네게 이야기 하니 저리던
가슴한켠도 실실 녹아가는듯 하는구나. 다음에 만날땐
시잘떼기 없는 수다 그만 하고 네가 좋아하던 토론할까.ㅎㅎㅎㅎ
잘있어. 넌, 날 잊었나봐. 한번도 그 어벙한 얼굴 내밀질 않으니
말이야. 네가 사는 그곳에서 살림이라도 차렸니. 아님. 거기서도
너 잘났다고 뛰어다니느라고 밥도 제대로 못먹고 사니.
이젠, 잘난체 그만하고 그냥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살으렴.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같은 자식 사랑하면서.
그렇게 살고 있을거라 믿을께....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