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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보다 감미로웠던 것은...


BY 팡팡녀 2002-04-29

섹스보다 감미로웠던 것은... 3년쯤 전이었던 것같다. 무던히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다. 도무지 연애를 할 줄 몰랐던 그 사람. 많으면 이틀에 한 번,없을 때에는 6개월,아니 1년쯤 지난 뒤에 연락을 하곤 하던 사람. 속이 허물어져 내려 잊어야지 하다가 진정 잊을만 하면 불쑥 찾아오던 그 사람. 그 사람과 좋았던 기억이래봤자 6개월,아니 3개월정도나 되었을까. 횟수로는 3년이 넘게 사귀어오면서 말이다. 그 좋았던 3개월중에 우리는 덕유산으로 여행을 갔다. 차가 없었기에 우리는 함께 버스를 타고 덕유산 입구 어느 한 민박집에서 짐을 풀었다. 제법 오래 사귀었건만 늘 우리는 만나면 왠지 어색했던것 같다. 그 사람이 사랑이 처음이듯 나역시 이게 사랑인가 무었인가 나조차 헷갈릴 때가 많았다.나이가 든 풋사랑쯤 되겠지. 그렇게 우리는 많이 서툴렀고 그런만큼 말다툼도 잦았다. 마음은 서로가 그렇지 않으면서도 말이다. 이윽고 밤이 찾아왔다. 이부자리를 따로 펴두고 우리는 뜰에 나가 별을 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곤 했다. 꿈이랑,인생이랑 뭐 대충 그렇고 그런 이야기였던것 같다. 밤이 늦어 방으로 들어 온 우리는 각자 자리에 누웠다. 불이 꺼지고. 인사를 한 뒤 제법 오랜 시간이 흘렀나 보다. 피곤한 몸을 뒤로하고 왠지 더욱 말똥말똥 해지는 눈. 갑자기 살며시 다가오는 그의 손. 나의 손을 꽉 잡는다. 그렇게 한참을 (아마도 서너시간은 되리라) 그는 내 손을 잡고 있었다. 손에서 땀이 나도록 우리는 계속 그렇게 손을 잡고 잠이 들었다. 굉장히 싱겁게 우리는 그렇게 밤을 보냈다. 두 손을 꼭 잡은 채로만 말이다. 만약 그 때 그가 나의 몸을 원했더라면 나는 주었으리라. 아무것도 원하지 않은 채 그냥 담담히. 손을 잡고 누워있던 그 시간들의 그 묘했던 감정들,그 순수했던 (아니,바보같던)감정들을 누가 쉽게 경험해 볼 수 있으랴. 그 사람과는 결국 헤어졌다. 기쁨보다 아픔이 훨씬 많았던 사람이지만 내가 처음으로 사랑을 느끼게 한 사람. 나에게 가슴벅찬 감정을 처음으로 느끼게 해 준 사람. 자기보다 나를 더 소중하게 생각해준 사람. 그 바보같던 사람은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내가 행복하듯 그 사람 역시 어딘가에서 나보다 훨씬 괜찮은 여자 만나서 행복하기를 이 순간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