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겐 저를 키워주신 외할머니가 계십니다.
할머니는 30대에 남편(외할아버지)을 잃고 저희 엄마와 외삼촌 둘을 혼자서 키우셨어요.배우신게 없으셔서 이 장사 저 장사 고생이 많으셨답니다.나중에 그나마 외할아버지께서 남기신 약간의 땅은 아들 명의로 해서 큰외삼촌에게 모두 물려주시고 본인 명의로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으셨답니다.나중에 당연히 장남이랑 살거라고 생각하셨나봐요(예전 노인들 대부분이 그렇듯).
할머니는 첨엔 큰외삼촌댁에 사셨는데 외숙모와 사이가 안 좋으셔서(외숙모가 엄청 귀챦아하시고 눈치를 주십니다) 저희 엄마가 그리 마음이 불편하시면 저희집(지금 친정)에 와서 사시라고 해서 직장다니는 저희 엄마 대신 저희를 키우시며 같이 사셨습니다.저희 집엔 외삼촌이 가끔 들리셨고 외숙모는 공식적인 일 외엔 할머니를 뵈러 오시는 적이 없으셨습니다.
그러다 작년에 저희 친정에 아주 안 좋은 사정이 생겨서 할머니가 다시 큰외삼촌댁으로 가시게 되었습니다.저희 친정도 할머니 계신 곳에서 4시간이나 떨어진 먼 곳으로 이사가게 되었구요.
제가 중학교 다닐 땐가 외할아버지 제사때 저희 큰외숙모와 작은 외숙모가 엄청나게 싸우시고는(이년 저년하고 머리 끄댕이 잡고),작은 외숙모는 공식적이 집안 행사(제사나 생신등)에도 오시질 않습니다.다만 작은 외삼촌만 가끔 왔다가시곤 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큰외숙모가 제사를 도맡아하고 할머니는 그때마다 가서 도와주셨습니다.
그런데 이제 저희 할머니가 같이 사시게 되니 원래도 껄끄러운데다가, 하는 말이 외손주 봐주다가 다 늙어서 죽을 때 되니까 온다는 식으로 할머니에게 엄청 구박을 하고 꼬인 말을 자주 하시는 것 같습니다.제가 할머니 집에서 1시간 남짓하는 곳에 살아서 가끔 가보는데 저 보는데서도 그러시니까요.
오늘은 어버이날이라 전화를 드리니, 큰외숙모 할머니 안 계신다고하시고 어디 가셨느냐고 하니까 내가 아냐고 하시며 전화를 딱 끊어버리시더군요.
불쌍한 할머니,우리 집만 그렇게 되지 않았어도 우리 친정집에서 사시다 가시는건데.지금 할머니는 우울증 때문에 정신과에서 외래로 치료를 받고 계신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