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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의 두번째 생신날 아침


BY 가기싫은 아줌마 2002-07-14

오늘은 시어머니의 두번째 생신날이다.
아침에 회사일로 출장을 가면서 남편은 이렇게 숙제를 내어주고 갔다.
우리엄마한테 돈 주지말고 어디 모시고가서 여름옷이나 한벌 사주고 오라고...
어제 형님이랑 오후 4시경에 만나서 저녁을 한끼하자고 다른 형제들이랑 약속해놓았다고 얘기를 해도 그런다.
우리엄마는 며느리가 옷사러 밖에 나가고 그런것을 더 좋아한다나..
근데 난 사실 작년 결혼 1년동안 당할만큼 당했다. 시어머니가 가질수 있는 용심과 홀시어머니가 가질 수 있는 욕심말이다.
작년 첫 생신때 난 죽는 줄 알았다. 그때 역시 신랑은 출장중이어서 형님네 차에 어른 다섯과 형님네 애들둘이나 타고서 외식을 하려고 했었는데 그날 생각을 하면 오늘이 너무 뻔하다.
시어머니는 44년생인데 혼자 사신다.
큰아들은 25살에 결혼해서 벌써 초등학생 학부모로 따로 살고 세째아들은 회사기숙사에 살고 둘째아들인 나의 신랑과 살다가 작년에 결혼했기에 현재는 혼자사신다.
홀시어머니라 우리친정부모님과는 비교하고싶지 않다. 상황이 다르다고 다들 이해라고 하니까...
근데 부모로써의 마음이 너무 달라서 비교가 되는 것을 어떻게 하랴..
작년 생신때 먹은 외식은 그럭저럭 괜찮은 한정식집이었다.
1인당 2만원짜리였는데 시어머니는 이따위 음식먹으러 여기까지 왔냐며 화를 내셨다. 한정식집에서 나와 돈봉투를 드리자 한번 웃으신분이다. 어찌나 자신의 건강을 챙기시는지 채식주의자이다.
그래서인지 난 결혼1년 6개월동안 시어머니댁에서 생선한번 돼지고기한번 먹어보지 못했다. 그건 그렇다고 치자.
신랑이 오늘 내어준 숙제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난 사실 생신이라고 드리는 돈은 5만원생각중이다.
다달이 생활비 드리고 일주일전 제사비드렸기에 돈도 없다.
근데 옷을 사드리라니...
작년 시어머니께서 이사를 하셨다 11평정도 되는 연립으로...
시댁이 그렇게 가난한 줄 모르고 결혼했다가 시어머니 혼자 사시는 곳이 너무 불쌍하고 안쓰러워서 텔레비젼을 사드린다고 했다가 혼난적이 있기에 난 머리가 아픈것이다.
11평밖에 안되는 좁은 집이라 사실 난 20인치나 25인치 텔레비젼을 생각하고 있었다. 근데 시어머니께서 대리점에서 고른 것은 내가 결혼할때 고른 29인치평면 텔레비젼을 고르셨다. 황당했다 . 그정도의 텔레비젼이라야 한다나? 마지못해 신랑도 29인치를 하되 반평면텔레비젼을 골라드렸는데 신랑이 출근한 바로 다음 전화를 받았다.
그까짓 텔레비젼 사주면서 유세할려면 때려치우라는 것이었다.
근데 오늘 옷을 사드린다고 하면 얼마짜리 옷을 생각하실까?
신랑은 올 우리아버지 생신날 대학동기들 만나야 한다고 점심만 달랑 먹고는 친구들 만나러 간 사람이다.
아침에 그얘기를 치사스럽지만 했는데 그건 별개란 얼굴로 나갔다.
여러가지 대출돈으로 결혼후 사기당한 느낌이 들어도 참고 있는데 이젠 웃긴 이기적인 생각만 하는 남편이 웃기다는 생각이든다.
오늘 이렇게 살아가는 내가 싫다.
내 친정부모님은 편찮으시다. 16일날 엄마의 3번째 조직검사결과를 기다리느라 친정식구는 조마조마한 심정인데.... 그런것은 관심도 없는 놈이 자신 부모에게만 유난이다.
다른 며느리들은 눈감고 다 신랑의 요구를 들어주는 걸까?
미치겠다. 시간은 벌써 1시를 향해 가는데...
준비하고 나가기가 이렇게 싫어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