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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어제 국민포럼의 정몽준


BY yoosohee 2002-11-14

우리나라 대통령 후보가 그정도라니...
정말 자존심상하네요...특히 콩나물...정말 아줌마로써 실소를
금치 못하겠습니다. -------------읽어보세요.

조금 전에 끝난 'KBS 국민포럼' 정몽준 후보 편을 보았다. 이는 KBS에서 명망가 중심의 패널 선정을 탈피해서 국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실시한 토론회로 신선해 보인다. 어느 후보도 지지하지 않는 100명의 서울시민(갤럽의 도움)을 뽑아 질문을 작성하게 한 뒤, 20여 개의 질문을 선정해서 국민들이 질문하고 후보가 대답하는 형식이다.

일단 총평을 내리자면 정몽준은 사오정에 전령, 그리고 도덕 교과서다. 말을 잘못 알아듣고 동문서답과 딴소리를 일삼아서 사오정이며 남의 얘기, 남의 나라 얘기, 통계 얘기는 많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실천을 할지 고민과 대안이 거의 없어 전령일 뿐이고, 옳은 이야기만 하고, 듣기 좋은 말만 하지 현실성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도덕 교과서다.

나는 노무현 지지자이며 정몽준으로 단일화되더라도 이회창의 집권을 막는 것이 내겐 역사의 명령이기 때문에 정몽준을 지지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왜 이런 혹평을 내렸는지 한번 써 내려가 보겠다.

공교육 부실에 관한 대책을 묻는 질문에 사교육비가 너무 많이 든다고 장황하게 설명한 다음, 대통령이 된 뒤에 공교육을 바로잡을 중지를 모으겠다는 답변 정도만 하였다. 추가 질문을 하자 역시 구체성이 떨어지는 답변을 하였다.

사립대학의 족벌경영 문제가 심각하다는 질문에 일부만의 문제이지 전체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대답하였다. 사립대학의 전횡을 막을 수 있는 사립대학법 개정 등에 대한 질문은 회피하였다.

사립재단의 횡포문제는 지난번 상문고 문제 때는 전사회적인 문제로 비화하였고 최근에도 어느 여대 등에서 시위까지 벌어지는 등 큰 문제이다. 이는 그 자신이 울산대 이사장이기 때문에 답변을 회피한 것이다.

대통령은 공정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이사장 직함을 계속 가지고 있다면 사립대학의 이사진에 불리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겠는가? 정후보는 울산대 이사장과 아울러 축구협회장 등의 모든 공식직함을 내놓길 바란다.

교수가 국회의원에만 출마하려고 해도 교수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상식인데 정후보는 직함을 모두 갖고 대통령에서 당선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러니까 정 후보가 대선을 완주할 생각이 없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이공계 기피 방지 대책에 관한 질문에서는 엉뚱하게 고시 얘기를 꺼냈다. 서울대가 고시학원이 됐다는 남의 의견을 소개한 뒤(다른 사람 의견 인용은 토론 끝까지 계속된다), 행정고시 : 기술고시의 선발인원 비율이 7 : 1이나 된다고 하면서 행정고시에 과학기술 문제를 포함시키고 행정고시를 단계적으로 철폐시켜 각 부서에서 필요한 시험으로 인원을 뽑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니, 이공계 기피가 기술고시 인원이 적은 탓인가? 과학기술 정책이 국가정책 가운데 우선순위로 저 밑에 있고, 기업이 어려우면 연구직부터 줄이는 등 과학기술 경시풍조 탓 아닌가. 과학기술인력 우대, 과학기술 연구에 국고지원 등의 대책은 단 한마디도 없었다. 사립대학법 문제와 마찬가지로 이 문제에서도 안일한 현실 인식을 보여 주었다.

서울과 지방간 격차해소 문제에 대해서는 3가지 대책을 제시했다. 지방재정 확충, 지방대학 육성, 기업본사 이전이 그것이었다. 대통령이 되면 대기업 경영자를 만나서 설득하겠다고 하였고, 경영자의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다고 하였다. 신문에서 정 후보는 대기업 본사 지방이전을 위해 세금혜택을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대기업 본사가 이전을 하지 않는 것은 세금 몇 푼 따위와 경영자의 의지부족 때문이 아니다. 협의해야 할 정부부처와 고용해야 할 인재들이 서울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것은 정부부처의 지방이양과 지방대 육성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미국은 주립대학이 명문이라서 좋다 이런 식으로 말했다. 말 한번 잘했다.

미국은 주정부가 상당부분의 입법권과 재정권을 가지고 있는 이유로 가능한 것이다. 즉, 우리나라도 돈을 중앙에서 구걸하고 따내서 집행하는 정도를 넘어서, 지방정부가 예산을 기획하고 세금을 독립적으로 걷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조례제정 정도에 머물렀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전환하여 입법권의 많은 부분을 강화해야 한다. 지방의회와 지방정부 강화가 필요한 것이다.

'위대한 지방의 시대'를 말했지만 왠지 립서비스 차원의 공염불 수준으로 들린다. 지방과 수도권의 이해가 충돌하면 지방의 이야기를 들어 줄지 과연 의문이다.

정치인의 이합집산에 대한 질문에서는 우회적으로 이회창 후보를 비판하였다. 이전의 대선에 나왔고, 또 5년 간 당권을 장악했으며, 이번에 다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면서 계속 당의 전권을 쥐는 사당화 현상을 비판한 것은 겉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이후보에 대한 비판으로 들린다.

이 부분이 충격이었다. 단일화 불발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통령이 되어서도 국민들이 50% 이상 그만두라고 하면 물러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진짜 질문인 단일화 실패시 향후 행보에 관해서는 답이 없었다. 대선까지 완주할지, 노무현 후보에게 양보할지, 이회창 후보에 붙을지 등 말이다. 거참 정몽준의 향후 행보가 진짜 궁금하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 부분 질문에 또 부산·대구를 방문한 얘기를 꺼내고 어느 신문에서 검찰 출신이 경찰의 수사권 확대를 주장한 칼럼을 읽었다고 하면서 남의 의견에 의존해 자기 의견을 합리화하는 믿음직스럽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부산, 대구, 전주 등을 방문한 이야기를 자주 꺼내는 것이 정말 가끔 지방에 방문해서 일부러 저런 말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한미행정협정(SOFA) 개정문제에 관해서는 일본 오키나와에서는 미군의 성희롱 사건으로 미국 국무장관과 대통령이 사과했는데 우리나라는 학생이 죽었는데도 그런 사과가 없다면서 화난다는 얘기를 오랫동안 하더니 정작 대책에 관해서는 일본과 독일 수준으로 개정돼야 한다는 정도의 이야기만 했다. 대책에 관해 보충질문을 하자 초동수사 참여, 관할권 행사 등을 이야기했다.

회사원과 자영업자의 조세 불평등 문제에 관해 묻, 김지하 시인의 예를 들면서(김지하와 정몽준은 전혀 매치가 안 되는데) 우리나라가 이만큼 된 것은 묵묵히 일한 노동자 덕이라고 하였다. 왜 자꾸 전문가나 남의 의견을 들어 립서비스를 하는 것인가. 자기 말에 진실성이 부족해 보일까 불안한 것인가.

그 대책으로 연말 상여금을 분리 과세하여 많은 소득이 돌아가게 할 것이라 답변하였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을 때 자기가 상여금 분리과세 법안을 입법했다고 하였다. 겨우 상여금 좀 더 받게 해주겠다고 하는 것이 대책인가. 자기는 세금 다 내는데 남은 안 낸다는, 상대적 박탈감이 문제 아닌가. 결국 질문자는 다시 질문을 해야 하는 수고를 했다. 이 문답에서도 질문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는 사오정 모습을 보여 줬다.

농촌문제를 질문하자 선친도 농민이라서 고생하셨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자기가 농민이 아니라, 선친이 그것도 농민이'었'지 않은가. 게다가 정주영은 농민이 아니라 성공한 '기업인', '재벌총수' 아닌가. 여기서도 현정부의 농정실패를 비판하였지만 새로운 대책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답변 시간이 2분 30초라면 1분 정도는 남의 말 인용이나 자기가 어딜 방문한 이야기로 전령 역할을 하고 1분 정도는 현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면서, 자기도 그 문제를 안다고 이야기한 뒤 30초 정도만 대책을 이야기했고, 그 대안도 별로 구체성이 없어 보인 게 많았다.

더구나 이전 포럼 때는 사회자가 시간이 부족하다고 제지를 여러 번 하였지만 이번에는 한번도 제지하지 않았다. 시간을 잘 지켰다기보다는 별로 할 말이 없어서 시간이 남았던 것으로 본다. 정몽준 후보가 답변을 끝나고 난 뒤 3초 정도 썰렁할 때가 많았다. 시민들도 "답변 끝난 거 맞나? 더 얘기해야 될 것 같은데..."라고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보충질문도 다른 후보에 비해 많았으며 그나마 보충질문이 분명 필요한데도 그냥 넘어간 것도 몇몇 있었다. 그것은 대부분 질문의 핵심에 대한 답변이 너무 엉성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부동산 대책을 묻자 또 싱가포르, 일본, 유럽 등으로 날아갔다. 우리나라 대책을 말해 달라는데 왜 자꾸 외국의 예가 나오는 걸까? 분명 외국의 선례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의 특수한 사정도 있는 것인데...쩝. 정부가 택지를 싸게 사서 공급을 늘리면 아파트 값을 30% 인하할 수 있다고 한다. 글쎄, 자기 돈을 써서 아파트 분양가를 50% 인하하겠다는 허황한 공약을 내놓았던 정주영씨가 생각난다.

이 부분이 압권이었다. 여성 직장인의 성차별과 처우개선에 관한 질문에서 느닷없이 여성들이 보육문제 때문에 출산율이 줄어든다면서 보육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말하는 것이었다. 또한 일전에 대구에 국공립 보육시설이 몇 개 있을 것 같으냐는 질문을 받고 100개 정도 있지 않느냐고 했다가 망신당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실제로는 0개임)

하하하!!! 웃고 싶지만 웃음도 안 나왔다. 저런 사람이 일국의 대통령 후보라니...국공립 보육 시설이 대구에 100개라고 생각했다고? 서민의 생활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그걸 자랑이라고 이야기하나, 이회창 후보가 옥탑방이 머냐고 재질문하는 수준이다.

장애인과 노인 대책의 문답이 끝난 뒤에 질문자가 정치인들이 연례행사로만 복지시설을 방문한다고 화를 내자 자기는 이번 대선에 처음 나온 거니까 자기 말은 보증수표라고 했다. 대선만 선거인가. 국회의원 선거도 선거 아닌가..

울산에서 지역구에 출마할 때 자기 지역구에만 엄청나게 돈을 쏟아 부어 노동자들의 환심을 사고, 그것으로 당선되었다는 비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게 바로 민주노동당의 지지세가 강한 울산에서 정몽준이 당선되는 비결일까. 국가예산에 정몽주씨의 돈을 쓸 의향은 없는지 묻고 싶다. 그리고 장애인가 노인 대책을 물었는데 정 후보는 '노인' 대책만 이야기했다.

의약분업 질문에 관해서는 당사자인 환자들과 국민들의 의견만 존중하면 모든 문제가 풀린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그렇게 끝나면 얼마나 좋겠냐, 어휴...

유전자 변형식품과 과다농약 농산물에 관한 질문에서(여기서 그의 허무개그가 빛난다) 미국 사람들이 유전자변형 식품을 먹는다면 우리가 먹어도 되고, 그 사람들은 안 먹으면서 우리만 먹으라고 수출하는 것이라면 규제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게 대통령 후보의 현실인식 수준이라니, 그걸 후보가 알고 나와야 되는 것 아닌가? 그리고 미국넘들이 먹으면 우리도 먹어도 된다니...우리가 미국 시다바리가?

국민들이 모두 착하게 교육받으면 불량음식을 비양심적인 인간이 사라질 거란다. 세상이 설마 도덕 교과서대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가? 푸하하...

이제 진짜 압권이다. 자기는 집에서 콩나물을 길러 먹는다고 했다. 그거 별로 안 어렵단다. 그러자 사회자가 "구민들이 모두 집에서 콩나물을 길러 먹을 수는 없지 않나?" 했더니 정 후보 曰, 아내가 귀찮다고 반대해서 지금은 사먹는단다. 하하하...국민들의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멋진 개그 한 판이었다. 대통령이 되면 '집에서 콩나물 길러먹기 운동'을 할 것인지 궁금하다.

공약 이행 여부를 국민에게 홍보하는 부서를 만들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갑자기 또 미국으로 날아가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이야기를 하면서 참모들이 '지금부터 후보 시절에 했던 공약은 모두 무시하십시오'라고 충고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그 일화 말한 이유가 뭐냐? 자기도 공약은 입발림이니 무시하겠다 이거냐?

아까 했던 국민 다수가 요구하면 대통령에서 물러날 수도 있다는 언급까지 했으나 질문자가 부서 창설의지가 있느냐고 다시 묻는 웃기는 사태가 또 일어났다. 이제 막 선거권을 획득한 학생이 대통령 선택의 기준을 묻자 대통령은 뉴스에 매일 나올 텐데 키도 크고, 젊고, 그럴 듯하게 생긴 사람을 뽑으란다. 대통령이 무슨 연예인 인기투표냐? 그러면 차라리 정우성을 뽑겠다. 자신이 이미지에 의존하는 정치인임을 자인해 버린 셈이다.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하는 과도한 선행교육에 관한 질문에는 학원이 공교육을 부실화하고, 학원교사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답변이 거의 도덕 교과서 수준이다. 공교육 붕괴문제도 "학원들 반성하고, 나는 노력하겠다"는 수준이다.

아, 교육부 해체와 교육부 기능의 지방정부 이양을 말했는데 그건 획기적인 방안이다. 교육은 백년지계라 국가가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추진해야 한다. 그렇지만 교육부도 이 모양인데 장기적 교육계획을 지방단체가 세울 수 있겠나? 국가 차원의 전체적인 기획조정은 누가 하나?

이 부분에서 과도하게 쪽지를 보고 이야기했다. 권영길 후보와 노무현 후보는 거의 서서 자신의 주장을 말하던데 정몽준 후보는 너무 보고 말한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사람과 전문가의 의견을 대신 말하는 사람의 차이다.

햇볕 정책에 관한 부분에서 지금까지 모든 정부에서 북한과 대화와 교류를 추진해 왔다고 한다. 말이야 맞는 말인데, 김대중 이전에는 대화보다 압박이 먼저였다. 7.4 남북공동성명이니 그런 거 말로만 해놓고 거의 뒤집혔다 실무자가 한 협정, 김일성이 뒤집어엎고, 옛날 것들은 그냥 선언 수준이었다.

그렇지만 대화는 계속해야 한다, 전쟁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된다, 이번 달 중유는 지원되어야 한다, 인도적 지원은 계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등의 이야기들은 높게 평가한다. 나는 정몽준이 평화세력이라고 믿고 있다.

인터넷 정보등급제에 관한 질문에서는 그게 뭐냐고 질문자에게 다시 물어 왔다. 정보통신부보다는 문화관광부가 하는 것이 바람직하단다. 즉, 정보등급제는 찬성인 셈이다. 음란·폭력물은 안 된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우리가 정보등급제를 반대하는 것은 불온물 단속이라는 명목으로 사상·언론·출판의 자유가 침해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정몽준 후보는 인터넷 공부좀 더 해야겠다.

전체적으로 이전의 노무현, 권영길 후보 토론회보다 수준이 상당히 떨어졌다. 질문의 핵심을 이해하지 못하고 다른 각도의 답변을 한 경우가 몇 번 있었으며, 현상 설명과 현정부 비판에 비해서 대책이 너무 부실하거나 부족했고 사람이 모두 착하면 해결된다는 식의 도덕 교과서식 대답이 가끔 엿보였다.

남의 의견을 많이 인용하는 것이 자신의 철학이 부족해서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고 툭 하면 외국, 특히 미국으로 날아가서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 이야기도 했다. 그리고 서민의 생활은 아주 '가끔' 체험한다는 것이 눈에 띄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의 말에 정말 치열한 고민과 번뇌, 분노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상과 현실의 간극 때문에 고민하고, 현실에 절망한 적이 한 번도 없었을 테니까...제발 공부 좀 더하고 토론에 나오기 바란다.

그리고 '젊은 대한민국'이 구호라...가슴에 와 닿는 감동이 없다. 내일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나오는데 창과 몽 가운데 누가 더 토론을 못할까. 이거 관찰하는 것도 대선 정국의 묘미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