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선창은 (chang@wwint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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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6(월)
점수: 102
촛불은 흥하고.....
타임즈는 아시아판에서 지난 2년동안 무려 19개국의 여론이 친미에서 반미로 돌아섰으며, 비록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라는 전제를 덧붙였지만 현 부시행정부가 벌이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이 미국을 고립화시키고 있음을 시인했다. 발리 폭탄테러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에 번지는 반미운동은 미국정부를 당황하게 만들고 있고, 북한이 1994년 핵개발 중단 협정 이후에도 핵개발 연구를 계속 진행했었다는 고백과 핵폭탄을 개발할 수 있는 플루토늄 생산을 시작했다는 발표에도 아랑곳없이 한국 내에서 번지고 있는 반미시위에 의아함을 표시했다. 하지만 산업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거대 소비시장인 아시아의 주도권을 중국에 이대로 빼앗겨서는 안된다는 조언으로 그 기사의 끝을 맺었다.
NBC는 북한의 전통적 우방인 러시아가 한국의 치밀한 외교전에 밀려 이제 한국 편에 서서 북한에 압력을 행사하기로 했다고 보도하면서 북미관계의 미국쪽 종속변수였던 한국이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자임하며 전통적 맹방인 미국편도, 적국인 북한편도 아닌 역할을 하고 있다고 언급하고, 한국측의 중재안이 비록 부시 행정부로부터 거부당했지만, 만약 받아들여졌더라도 상원심의에서 인준되지 못했을 거라며 불쾌감을 토로했다.
미국의 모든 미디어들이 현재 독선으로 치닫고 있는 부시행정부의 외교정책과 테러와의 전쟁이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음을 조금씩 말하기 시작했다. 단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유럽과 아시아에서의 반미 행태를 애써 무시해오던 기조가 무너지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미국내 여론은 요지부동처럼 보인다. 현재 미국내 여론은 부시의 직무수행에 대해 61%에서 65% 정도로 지지를 보내주고 있고, 부시 개인에 대한 선호도에서도 61%에서 68%가량이 Favor쪽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클린턴이 대통령시절 40%와 50% 초반을 넘나들던 것에 비하면 가히 전폭적인 지지라고 불리어 질만 한다.
하지만 현 부시의 아버지인 부시 시니어의 경우 임기 3년 차인 걸프전쟁 즈음에 거의 89%까지 육박하던 직무수행에 대한 지지도가 같은 해 말 50%까지 떨어졌고 그 다음해 92년에는 무려 29%까지 떨어지는 수모를 맛보았다.
미국 내에서 대통령의 힘은 여론에서 나온다. 부시는 현재 아버지가 걸었던 길을 똑바로 따라 하고 있다. 외부로부터 긴장을 조성하고 지속적으로 그 긴장의 강도를 유지하면서 국민을 위협하며 여론을 몰아가는 전통적 극우진영의 전술을 답습하고 있다. 그래도 아버지의 몰락을 옆에서 지켜봤던 아들은 얼마전 자신의 경제참모진을 대폭 물갈이하고 며칠 후에 경기부양책을 발표한다고 한다. 대규모의 세금 감면안을 바탕으로 전반적 소비심리 부양에 관련된 것들일 것으로 예상되어진다. 현재 미국은 경기부양을 위한 초저금리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더 이상의 금리인하로 경기하강을 방어할 수는 없다. 또한 기업들의 회계부정 후유증은 여전히 투자자들의 심리를 위축시켜 미국경제의 원동력인 주식시장은 작은 등락폭 외의 반등의 조짐은 느껴지지 않는다. 현재 자동차 업계는 최악의 불황을 탈출하기 위해서 무이자 할부와 더불어 $2~3000에 달하는 현금 보너스를 제시하고 있지만 소비는 살아나지 못하고 있으며, 주택경기도 현재 급속도로 냉각되어 3~6개월 정도 걸리던 평균주택 매각기일이 1년 이상으로 넘어가는 지역도 태반이다. 또한 정부의 재정적자는 날로 그 폭이 커지고 있고 이번에 예상되는 대규모 감세조치로 그 규모는 더욱 증대될 것이다.
부시행정부는 한쪽으로는 전쟁을 위협하며 다른 쪽으로는 소비를 자극한단다. 본국도 침공 받을 수 있다, 제2, 제3의 9·11테러는 또 일어날 개연성이 충분하다면서 긴장이 느슨해질라 치면 무슨 테러가 어디서 일어날 첩보가 입수 됐다느니, 테러범으로 추정되는 놈들을 국경에서 잡았다느니 하면서 겁을 잔뜩 준다. 그러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이라도 경제를 잡겠다면서 위축되지 말고 경제 소비활동을 하란다. 전쟁과 전쟁의 소문이 소비심리 및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건 초등학생들도 아는 일일텐데… 그렇다고 긴장을 풀자니 여론이 흩어질 거 같고, 현 행정부를 밀고 있는 군수업체 및 정유업체 눈치도 봐야겠고, 경제를 부양 안하면 아버지 꼴 날것 같고, 아 어쩌란 말이냐….
지금으로 봐서는 부시의 재선이 기정 사실처럼 보이지만, 이제 부시는 그의 아버지와 같이 경제에 발목이 잡힐 공산이 크다. 그래도 아버지는 외교는 잘하고 경제를 잘 못 이끌었다는 평을 받았지만,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고 있는 부시의 마초이즘적 행태의 외교는 서서히 미국여론의 레이더에 걸려 들어가고 있다.
신나는 일이지만 부시 지지도의 하락은 늦어도 올 하반기부터는 그 조짐을 보일 것이다. 지지도의 하락은 부시독트린에 대한 의회의 도전을 허용하게 된다. 일례로 클린턴 정부 시절 힐러리를 중심으로 한 의료개혁안이 저지된 후 여론이 급격히 반 클린턴 쪽으로 몰리고 급기야 권력이 깅그리치를 중심으로 한 공화당 의회에 넘어갔던 적이 있는데, 당시의 위기때 클린턴은 정책들을 좀더 공화당 쪽으로 바꿈으로 해서 힘들게 주도권을 되찾아왔다.
지지여론을 등에 업은 부시의 공화당 매파 일변도 정책들도 지지도의 하락과 더불어 온건파들과 제휴해야 하는 상황을 불러들이게 된다. 독주가 아닌 타협의 정치가 미국 내부에 형성되고 그 기류는 곧 국제정치에도 영향을 크게 끼치게 될 것이다.
우리정부의 외교책임자들은 미국과의 외교채널을 좀 더 다양화시킬 필요가 있다. 공식적이건 비공식적이건 현 미국측 정식외교라인과 더불어 공화당 비둘기파의 마음을 미리 움직여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너무 서두르지 말고 약간의 시간을 끌면서 현재 미국경제 상황이 부시의 발목을 잡을 때까지 긴 숨을 쉬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미국 미디어들의 보도행태는 어려운 정부관료들의 정책이나 말보다는 사고, 시위, 전쟁 등 좀더 명료하고 센세이셔널한 쪽에 치우치는 편이다. 현재 미국의 TV 및 라디오 신문들이 한국의 반전 촛불시위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그리고 한반도 관련 모든 자료 사진들은 대부분 반전시위자들의 모습으로 채워져 있다. 지속적이고 평화적인 반전 반미 촛불시위는 미국내 반전여론을 형성하는데 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무현 당선자의 어떤 발언보다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지금은 갈라질 때가 아니다.
하나만 기억하자. 광화문에서 워싱턴의 여론을 바꿀 수 있다.
아틀란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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