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멤버 3명에서 인원이 늘어 5명이 될때 쯤.. 시작하고 7개월이 지날무렵이었던 거 같은데...
사장님은 감사의 표시로 어느날 근사한 저녁과 그 자리에서 각각의
이름으로 된 은행통장을 3개 내미셨어요.
그동안 제대로 월급도 못 받았는데..못 미치지만 감사의 표시라고 하면서...조금씩 회사가 규모를 갖추어 가는데 조금 더 커지면 그땐 해주고 싶어도 못하기 때문에 주는 거라구...
모두들 감사하게 받으며 얼굴에 화색이 돌았죠.
식사를 마치고 같은 방향인 나는 사장님 차에 올라 집으로 향했는데 사장님은 외국에서 다시 돌아와 늦은 나이 창업을 하기도 하고 엔지니어 출신이기 때문에 더 힘들었던 행정적인 일들을 내가 알아서 잘 처리해 주어서 고맙다는 말씀을 또 하시면서 도와줄 수 있으면 돕겠으니 공부를 더 해보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나이도 있고 그동안 가정과 아이, 남편에게 소홀했으니 시간이 나면 이제 그쪽에 먼저 신경을 써야겠지요.....라는 말씀을 드리니.. 그럼 뭐..작은 소원이라도 있으면 말해보라고 하셨는데 아마..소원이라는 말을 사용했던 것은 외국에서 오셨기 때문에 부탁이라는 말을 의미했던 것 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차안에서 내내..우리 아이의 이름을 대면서 필요한거 있으면 사주고 싶다고 하시기도 하고 남편의 직장생활을 물어보시기도 하셨어요.
남편은 우리 회사가 조금 커지면서 직장을 옮겼고 다시 또 같은 회사내에서 생활하게 되었는데..아무리 생각해도 남편과 난 대단한 인연 같습니다. 사내커플로 결혼하고 거의 같은 시기에 퇴사하고 난 여기서 남편은 다른 회사를 다니다가 1년만에 다시 나와 함께 근무하게 되었으니 말이죠!!!
사장님과 사람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가 창 밖을 내다보니 투둑 투둑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죠.
대답을 잠시 잊고...문득 비와 함께 난 그대가 떠 올랐어요.
어느날 갑자기 헤어지자며...아니 헤어지자는 말도 없이 연락을 끊고..가버린 그대..
수소문 끝내 여러가지 일들로 당신은 캐나다로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았고 내가 전화를 걸었을 땐 떠나기 하루전 날이라는 것을 알았었고.....우는 나에게 떠나는 것과 관계없이 그냥 싫다는 말을 전하는 그대에게 난 울음소리밖엔 전하지 못하고 수화기를 놓치며 주저 앉아 울었어요....그때 직장 사람들은 이상하게 소문이 돌아 내가 죽을 병에 걸려 우는 줄 알았다고 하니..내가 얼마나 울었는지 짐작하시겠어요?
아무튼 난 그때의 순간을 떠올리며 사장님께 소원은 대부분 이루어지지 않는 것 아니냐고 물으면서...사실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했어요. 소원이라기보다는 그냥 잘 지내는지...궁금하다고 했는데... 내가 그렇게 얘기했던 것은 사장님이 그대가 떠났던 캐나다에서 오신 까닭에 혹시 알 수 있나 하는 맘에 그랬던 것 같아요.
사장님은 대번...어떤 사람이냐고 하시면서 평소 전혀 생각치 못했던 면을 내게 보신것처럼 놀라워하시면서도 담담하게 같은 업계라면 충분히 알아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시면서 흘리셨습니다.
다음날..아침이 되니까.. 괜한 얘기를 했다..싶었어요.
그냥 우리 둘에게만 묻어둔 아프지만 아름다움으로 묻어둘껄...후회를 했죠.....사장님 얼굴 보는 것이 더 민망하기도 하고...
그렇게... 일 주일 뒤...그런 후회도 나름대로 괜찮다고 위로하며 잊혀질 무렵!! 사장님께서 친구분으로 부터 전화를 받고 저녁 약속을 하셨는데 같이 가자고 하셨어요.
이유같지 않은 이유였지만 전에 뵌적이 있었으니..그리고 외국에서 오셨으니..거듭 거절하기도 이상했죠.
7시전.. 난 사장님과 그분을 만나기 위해 약속했던 호텔 로비로 향했고 그 분은 예전보다 더 반갑게 나를 맞아 주셨으며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면 다 그렇듯 두 분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가족안부에 친구들 소식...회사 경영에 대한 것..
자리를 옮겨 식당으로 향하고 직원이 물잔을 놓으며 메뉴판을 전하니 그 분은 한 사람 더 올사람이 있다고 하면서 메뉴 오더를 미루셨는데....
얼마후..7시가 되면서....우리 앞에 당신이 나타난거예요.
...
난 눈 앞이 그렇게 아찔해 질 수도 있구나 라는 것을 난생 처음 알았고 내 심장이 그렇게 크게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뛰고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어요.
당신도 많이 놀라는 것 같았어요. 아니..놀래고 있었죠.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차분했어요. 내게까지 인사를 깍듯이 처음보는 사람처럼 했으니까요. 곧 식사가 시작되고 .....난 아직도 그때 내가 무엇을 오더했는지 기억이 없어요.
식사가 끝날때까지 당신과 난 사장님과 그 친구분..그러니까 당신도 잘 아는 그 분의 얘기를 귀 담아듣는 입장이었어요.
물론 난 다른 생각들이 나를 뒤 흔들고 있었는데...얼마후 ..마치 그 두분은 약속이나 한듯 같이 자리를 잠깐 비우셨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당신과 나만 그 자리에 있었죠.
반갑다고...
얼마만이냐는 말에...난 7년만이라고...
지금 생각하니 ..글쎄요...란 말을 했어야 했는데 마치 난 하루 하루를 카운트 하고 있었던 사람처럼 대답하고 말았어요.
정말 바보같이...
7년만이네요...
왜 그랬어요...
그렇게 떠나야 했기 때문에 그냥 내가 싫다고 했냐고 물었죠.
그러고도 내가 연락한 것 같은데..왜 답 한번 하지 않았냐고..
내가 너무 여려보였데요.
자신은 장남이고..밑으로 공부하는 동생이 세명..환자이신 아버지.. 자신에게 너무 기대가 큰 어머니..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 큰 짐이 자기에겐 있었다고... 이젠..결혼도 했고 아이가 있고..자리를 잡은 것 같다고... 덧 붙였죠.
정말 다른 이유가 있었는데 그냥 지나간 일이니까..그렇게 말한거 아닌가..내내 생각했어요.
그런 일...사랑하는 사람이라면..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말이죠.
당신이 말하는 사랑은 나와 차원이 다른건가 생각했어요.
7년만에 당신을 만났어요.
이젠 정말 오래전의 기억인데.. 그날...그러니까..생각해보니 그게 마지막 만남이었는데 한강다리를 걷다가 추워 다시 버스에 올라 춥다면서 손을 비비고는 무엇을 떠들어 댔는지 참새처럼 종알거리는 내게
아무 대답없이 내내 고개를 숙이며 내 손을 잡고는 어느 순간에 아주 꽉 잡았던 기억이 나요.
아프지 않았으면 몰랐을 것을...또 아프다며 푸념하고...내 다섯 손가락을 펼치며 가만히 바라보던 그대에게 난 빨갛게 칠한 두 손톱의 메니큐어만이 맘에 걸려 그냥 칠해 보았다고 하면서 그냥 슬쩍 넘겨보려하고 하였고 전혀 반응없이 그대 무릎위의 내 손을 가만히 덮어만 주었는데...나중에서야 하나 하나...다 알겠더라구요.
우리...7년만에 만나고 그 뒤로 이렇게 또 다시 시간이 많이 흘렀네요.
이젠 같은 업종에 있다보니 개인적인 일은 아니지만 얼마나 회사가 잘 되어가고 있는지 가끔 소식을 들어요.
이젠 사장님의 거래처 네임카드에서 그대의 전화번호도...멜주소도 보게 되었고...
어느날 우리 회사에서 주최한 세미나에 그대가 직원과 함께 오고...
사장님은 물론 남편은 당신에게 가서 악수를 청하고..난 그 모습을 보면서 참 알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이 쏟아졌어요.
남편은 해 맑은 사람이고 따뜻한 좋은 사람이죠.
그대가 떠나기 전날 수화기를 놓쳐가며 주저않아 울부짖던 나를 다독여 주던 사람...
그 때의 그 상대가 당신이라고는 생각못하고...가끔 업체사람들 예기를 할 때 당신 얘기도 꺼내요.
좋은 사람이라고 참 똑똑하고 괜찮을 사람이라고 남편은 말하죠.
...
남편에게도 고맙고 당신에게도 고마워요.
눈과 비가 흩날리네요.
잠시...그대 생각을 했어요.
사랑이라고도 그리움이라고도 말하고 싶진 않고..그냥..이렇게 한 번씩 잘 지내고 있는지 알고 싶을 뿐이죠.
당신은 내 삶에 머물렀던 소중한 기억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