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그 힘은 향수에 비유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떤 작용으로
그런 특별한 힘을 지닌 향기가 생겨나는지에 대해서는, 아마도 그것을
만들어 낸 조향사조차 설명할 수 없으리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일은
어려우리라.
그러나 설명이 가능하고 말고에 관계없이, 배합된 어떤 종류의 향료는
발정한 동물의 냄새처럼 이성을 끌어당긴다. 어떤 냄새는 100명중의 50명을
끌어당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에는 100명 중의 한 명이나 두 명만을
아주 강하게 끌어 당기는 냄새도 존재한다. 그것은 특별한 냄새다.
그리고 내게는 그런 특별한 냄새를 명확하게 감지해내는 능력이 있었다.
그것이 자신을 위한 숙명적인 냄새임을 나는 알고 있었다.
저 먼 곳에서도 확실하게 그 냄새를 가려낼 수가 있었다.
그런 때, 나는 그녀들의 곁으로 가서, 이렇게 말하고 싶어진다.
'말이야, 난 그걸 알 수 있어' 라고.
'다른 어느 누구도 알 수 없을지 모르지만, 하지만 나는 알 수 있어' 라고.
--------------------<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 무라카미하루키 >
하지만 나는 그녀의 얼굴 생김 속에서 분명하게 '나 자신만을 위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좋아했다. 나는 만나면, 한참 동안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응시하고만 있었다. 나는 그 속에서 보이는
무언가를 강렬하게 사랑했다.
"뭘 그렇게 빤히 보고 있어요?" 하고 그녀는 내게 물었다.
"당신이 예뻐서 그래"라고 나는 말했다.
"그런 말을 하는 건, 당신이 처음이에요."
"나밖에 모르는 거야"라고 나는 말했다. "그러나 나만은 알 수가 있지."
--------------------<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 무라카미하루키 >
이 책을 또 읽었어
처음 읽었을 때 만큼 재미있었고, 가슴 아팠고 그랬어
비디오를 다시한번 보는 거랑 어째 비슷한걸..
난 그랬잖아..
분명히 전에 몇번이고 본 영화인데도
다시 보면 또 푹 빠져서 보고..
그 영화.. 맞어, 참 재밌었지.. 근데 내용이 뭐더라...???
이런 식이었잖아
이번엔 문장 하나하나를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었어
하루키의 글은 내용보다도 읽는 과정 자체가 더 즐겁잖아
이런식으로 글을 쓸수도 있는거구나.. 하고 또 생각했어
다른 것들도 하나씩 봐야겠어
..................옮겨 적기........................
일요일 새벽이야
처음으로 당직이라는 것에 걸려서 지금 회사에 나와 있어
할일도 없고 빈둥거리며 시간만 때우려니까
너무 심심하고, 허전해서
아무 종이나 꺼내놓고 이렇게 긁적이고 있어
자판으로 글을 쓰다가 오랜만에 종이에 글을 쓰려니까, 기분이 묘한걸..
내가 원래 글씨는 잘 못쓴다는 걸 알긴 했지만
이렇게 쓰면서 보니까, 정말 볼품 없다
다시 컴퓨터에 옮겨 적을 땐 멋있게 보이겠지..?
당신도 글씨 그 자체만 보면 아주 예쁜 글씨는 아닐거야.
하지만 그 글씨에는 당신만의 무언가가 있었어
아주 오래전 당신이 내게 처음으로 편지를 썼을 때
난 이런 느낌이 들었을거야
흠,, 당신은 이렇게 글씨를 쓰는구나..
아주 작고.. 조금은 기울어지고..
글씨보다는 글자들이 모아진 문단의 모양이 더 이뻐보이는..
그리고 당신의 글씨를 사랑하게 되었지
수첩에.. 연습장에 써 있는 글씨를 보면 알 수 있어
이건 당신의 글씨구나.. 하고 말이야
잊고 있었네.. 오늘이 보름달 뜨는 날이구나
잠시 구경하고 와야지..
...
달을 보고 왔어.. 한 10분 정도 뚫어지게 보았어
자정이 넘은 탓일까..
달은 생각처럼 크지도 않았고
조금 찌그러진게 아주 동그랗지도 않았어
저런 달에는 소원을 빌어도 들어주지 않을거 같았어
달 왼쪽 아래에 유난히 밝게 빛나는 별이 하나 있었어
실제로는 분명 달보다 훨씬 멀리 있을텐데
이상하게도 보이기에는 달보다 더 가깝게 느껴졌어
마치 가느다란 줄에.. 말하자면 거미줄처럼 가는 선에
연결되서 달에 매달려 있는거 같았어
미세한 바람에 촛불이 흔들릴 때 처럼
별도 바람에 조금씩 흔들거리는 것 같았어
나뭇가지 같은 것에 작은 거미를 올려 놓고 아래로 툭 치면
떨어지던 거미는 공중에 매달려서
거미줄을 타고 다시 나뭇가지로 기어 올라가지
나뭇가지를 계속해서 툭툭 떨구면
작은 거미는 필사적으로 위로 가려고 하지만
결국 공중에서 제자리 걸음을 하고 말지
별은 작은 거미 처럼
필사적으로.. 마치 그게 자신의 운명인 양
달을 향해 가려는 것 같이 보였지만
제자리에서 흔들릴 뿐이야
누가 세차게 훅, 하고 불어버려서
거미줄이 툭 끊겨 버리면
별은 금방이라도 땅으로 떨어질것만 같았어
그 모습이 왠지 애처롭게 보였어..
..................................................
낮에 밖에 나갔을때
우연히 애견?事?강아지들을 보았어
약간 살이 통통한게 꼭 장난꾸러기 같이 생긴 쉬츠 하나..
이리저리 분주하게 왔다갔다 하기도 하고
짧은 다리로 저혼자 뛰어 보기도 하는 모습이 귀여웠어
쉬츠보다 더 작은 말티즈 하나..
어디가 아프기라도 한건지
좀체 꼼짝도 하려고 하지 않았는데
그 눈빛은 그윽하고 좀 슬퍼 보였어
엄마가 그리운 걸까..
귀여운 강아지들을 보면서
잠시동안 얼굴에 미소가 번졌어
그동안 계속 머리가 아팠었는데
이제 많이 좋아졌어
당신 때문에..
지금 별은 어떻게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