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잔인하다,,
신의 장난이란 말이 있음을 나도 알지만
내가 그것의 희생물이 될줄은 몰랐다.
과연, 신은 무엇을 기준으로
자신의 장난에 희생될 대상을 고르는것일까,,
아주 오래전 어느 책에선가 실렸던 귀절이다.
초라해질대로 초라해진 오늘의 내 모습을 대변한 것 같다.
너무 무책임한 말일까,,
비가온다,,
겨울도 아닌듯 봄도 아닌듯 이새벽에 소리없이,,
낯선곳에서 조그맣고 초라한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이십여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낯설고 또 외롭다.
내게는 실패란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었었다.
하지만 신은 어떠한 이유로, 그 무엇을 부여하기 위해
내게 이리도 쓰라린 패배를 안겨 주었을까,,
내 나이 삼십대,,
내겐 울음을 닦아 줄 남편도,
이를 악물고 울음을 삼키며 길러야 될 자식도 없다.
결혼이란걸 해보지도 않았기에,,
아니, 결혼 그 자체에 별 무게를 두지 않았던,
어쩌면 자만심에 빠져있었던 나였었는지도 모름이다.
평화로운 어느 휴일의 오후 레스토랑,
외식을 나온 단란한 어느 가족의 저녁 풍경을 보며
웬지 가슴 한 켠이 내려 앉음을 느낀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서서히 조금씩 조금씩 내가 추락하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며
두려워지기 시작했었던 그 즈음이었다.
남들이 흔히 말하던,
초라한 더블보다 화려한 싱글이 좋다라는 표현의 나,,
능력있고 똑똑하고 참하다던 그 여자가 과연 나였던가,,
그날들의 그여자는 이제 사라지고 없다.
거울속의 낯선 얼굴에 섬뜩해짐을 느끼고, 언제부턴가
예전 내모습의 연민마저도 사라져 차라리 담담함을 느낀다.
몇해 전 한 남자가 결혼을 했다.
집안과 모든 여건에서 나와는 비교가 안되었던 남자,
너무 잘나서 나 조차도 뒷걸음질 쳐야만 했던 사람,,
종가집 집안의 장손이자 파워풀한 부모님의 기대와 자존심이었던
한 집안의 장남이었던 사람,,
중매로 모든면에서 합당한 조건의 여자와 결혼을 했다.
결혼식 전 날, 차마 가슴아파 내게 하지못하던 그 말,
나 결혼 해,, 난 두달 전 부터 알고 있었는데,,
어차피 난 그사람을 보내주기로 마음을 다지고 다졌었기에
올것이 왔다는 담담함으로 조용히 그를 보내주었다.
단 한번도 그를 붙잡아 보지도 않은 채,,
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알 수가 없는 것이었다.
어느날 갑자기 돈을 벌고 싶어졌었다.
그것도 우습게시리 빌딩을 지을거라는 참으로 황당무개한
야심으로 똘똘 뭉치게 되었었다.
그렇게 자그마한 사업을 시작했다.
내 가진 모든것을 다 걸고서,,
그 사람앞에 당당하게 일어선 내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참으로 비뚤어진 야심이 아닐수 없었다.
인생의 실패와, 또 패배는 자신앞에 이유없이 닥치는게 아닐까,,
그렇게 난 내 인생의 커다란 실패를 눈앞에서 지켜봐야 했다.
난 모든걸 다 잃었다.
남에게 돈을 빌려 본 적도 아쉬운 소리 해 본 적도 없이 살았던 나,
시집간 친구들의 부러움의 대상이었고
친구로서의 능력있는 든든함이었고 때로는 조금의 질투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던 나,,
주위 사람들에게도 나쁘다는 말 보다 칭찬에 더 익숙해져 있었던 나,,
어느날 갑자기,
눈을 떠보니 내가 아닌 낯선 타인이 되어 있었다.
가게와 집을 정리하고
17평 오피스텔에서 낡고 초라한 13평 원룸으로 이사오던날,
두시간 남짓 되는 거리를 운전하고 오며 수없이 흘렸던 눈물,,
난 정말 혼자인가보다.
아는이 하나 없는 이곳에서 오직 나만이 나를 돌볼 수 밖에 없다.
싱크대 배수구가 고장나서 물이 새어도,
전구가 참 많이 어두컴컴해 갈아 끼우는 것도 이젠 다 내 몫이다.
이삿짐 아저씨들이 달아준 커텐이 잘못돼 내가 고치려다
나사못이 빠져버려 아예 내려 앉아버린 불쌍한 유리문까지도,,
누군가가 많이 그리워지는 날이다.
혼자여서가 아니다.
그저 힘이든다고 느껴지는 이시간에 누군가의 따스했던
두 손이 참 그리워지는 날이다.
내 아프던 날들,,
싱긋한 미소만이 전부였고 어설픈 애정표현으로
닫혀진 내 가슴을 두드리며 조용히 다가왔던 또 한 사람,,
아프게 선택한 또 하나의 사랑,,
용서받지 못할 사랑 허락받지 못한 만남이기에
내 안의 싸움으로 더 힘겹기만 했던 날들,,
비내리는 새벽,,
가만히 생각해보면 세상이 참 덧없다.
영원히 내 것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가 보다.
삶도 사랑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