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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정말 기막힌 곳입니다.


BY 나그네 2003-03-19


'뇌경색' 삼성SDI 노동자 산재인정 논란



노동자측 "구조조정 희생자"... 사측 "인정 못한다"


작년부터 이미옥씨가 삼성SDI 울산공장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일요일에도 일이 있으면 출근하고 회사 일을 내 몸처럼 여기며 18년 넘게 삼성에 충성을 다했는데, 이제 와서 산재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니, 너무나 억울합니다."

한 노동자의 아내가 남편의 산재를 인정할 것을 요구하며 매일 아침 삼성SDI 울산공장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지난 해 11월 20일부터 시작된 1인시위는 이미 100일을 넘어섰다.

삼성SDI LCD평판사업부 김명동씨가 '산재'를 당한 것은 2001년 12월 19일. 이날 김씨는 삼성SDI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부서별로 열리는 그룹경영전략 회의에 참가했다. 회의를 마치고 장소를 옮겨 과장, 대리, 반장 이상이 모여서 가진 회식중 그는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급하게 후송된 병원에서 김씨는 뇌경색이라는 병명을 들었다. 재발이 되면
살아남기 힘들 정도의 심장마비 뇌출혈이 일어날 수 있는 아주 위험한 상태라는 것이 담당 의사의 소견이었다.

그러나 걸어서 병원에 들어간 김씨가 입원하지 2, 3일이 지나면서 병은 더욱더 악화되어 오른쪽 팔, 다리가 완전히 마비되었고 말을 할 수 없는 언어장애가 발생했다.

더욱더 기가 막힌 건 한글이며 아라비아숫자며, 자신의 이름은 물론 사랑하는 아들과 딸의 이름까지 깡그리 잊어버렸다는 사실이다.
부인 이미옥씨에게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김명동씨의 병이 악화되어 가는 상황에서도 삼성SDI는 산재가 아닌 병가로 하자며 부인 이미옥씨를 종용했지만, 산재로 인정해달라는 부인의 애원에는 들은척 만척이었다.

김명동씨와 같이 뇌경색으로 쓰러진 노동자가 산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
원인이 과로나 스트레스가 되어야만 한다.

18년동안 삼성SDI에서 일해온 김명동씨는 그동안 과로로 인정될 만큼 12시간 맞교대 등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 왔지만 김씨가 쓰러지기 두달 전부터 물량이 없어서 특근이나 잔업없이 하루 8시간만 근무해왔다고 한다.

김씨의 부인 이미옥씨는 "남편은 악질적인 구조조정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견디다 못해 쓰러졌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명동씨가 쓰러질 즈음 삼성SDI가 구조조정을 무리하게 진행했고 김씨도 이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왔다는 것이다.

이씨는 "남편이 매일 2시간밖에 못자는 등 불면증에 시달렸고 1년전에 끊은 담배도 매일 두갑씩 피우며 잘리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러나 사측은 희망퇴직 신청자 접수는 김씨가 쓰러지기 40일전인 11월 10일에 끝났다고 주장하며, 김씨가 구조조정과 관련해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이씨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씨의 주장은 다르다. 희망퇴직이 끝난 11월 10일 이후부터 12월말까지 360여명의 노동자들이 강제퇴직당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도 정규직노동자의 비정규직화와 함께 강제퇴직이 진행되고 있으며, 김명동씨도 강제퇴직에 대한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쓰러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울산지방노동사무소는 삼성SDI에서 2001년 11월부터 2002년 9월까지 총 440여명이 퇴사했다고 밝혔다. 이중 결혼이나 이직 등의 사유로 퇴사한 이들도 있겠으나, 삼성SDI가 대기업이라는 인식 때문에 자진해서 회사를 그만둔 이들은 적을 것이라고 지역주민들은 생각하고 있다. 거의 대부분이 구조조정에 의해 회사를 나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게 지역주민들의 생각이다.

이씨는 2002년 3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요양신청을 했지만 같은 해 4월 불승인처분을 받았다. 근로복지공단측이 삼성측에서 제시한 서류만을 근거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 3월 17일 울산시 언양터미널 앞에서 지역 노동, 인권, 정당 회원들이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연설을 하고 있는 이는 김명동씨의 부인 이미옥씨.

ⓒ2003 김석한

"남편이 쓰러진 이후로 회사에서 몇번 찾아와 위로금조로 돈을 조금 주겠다고 하며 병가로 하자고 했다. 내 몸이 망가져 병이 드니까 헌신짝 내버리듯 차버리는 삼성SDI의 처사에 분노한다"고 이씨는 말하고 있다.

삼성SDI에서 근무한 노동자 중 구조조정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병을 얻은 사람은 김씨가 처음이 아니다. 작년 1월 삼성SDI 한 노동자가 구조조정으로 인한 심적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 사건이 있었는가 하면, 구조조정의 스트레스로 정신분열증을 일으켜 집에 불을 낸 노동자, 하반신 마비로 치료를 받고 있는 노동자, 심장마비로 고인이 된 노동자도 있다.

한편 김씨의 소식을 들은 지역의 노동단체, 정당, 인권단체들은 부인 이씨의 싸움에 함께 하고 있다.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현미향 사무국장은 "노동자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측이 이씨의 1인시위까지 막으며 산재 사실을
은폐하는 것은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조차 빼앗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구조조정으로 인해 생존권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건강할 권리까지 빼앗기고 있는 현실의 핵심은 사측의 무리한 구조조정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씨는 근로복지공단이 남편의 산재요양신청에 대해 불승인 처분을 내린 것에 반발하고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남편이 쓰러진 이후에도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강제퇴사가 있었는데도 이를 증언해줄 사람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씨는 "무조적 숨겨두려 묻어두려 하지만 말고 불쌍한 근로자들에게 속죄하고 구조조정으로 인한 뇌경색을 산업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며 "삼성이 산재로 인정할때까지 1인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기사는 <울산인권운동연대> 소식지에 실린 글을 보완해 재작성한 것입니다.

-부인 이미옥씨 삼성의 구조조정에 대해 증언해줄 분을 찾고 있습니다.


2003/03/18 오전 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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