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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과 72억 사이 - 희망돼지의 돼지꿈은 멈추지 않는다.


BY jerome 2003-07-16

일부 신문의 왜곡보도를 근거로 대선자금에 대한 흑색비방선전이 난무하여 이에 대한 반론을 싣습니다.

서프라이즈 김창환님의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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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혁을 향한 돼지꿈은 계속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논쟁을 할 때 가장 짜증나는 것은 기본적 사실 관계를 왜곡한다는 것입니다. 왜곡이라는 것은 없는 사실을 만들어 낸다거나, 있는 사실을 바꾸는 것만이 아니라, 전체 관계 중 특정 사실만 부각하여 전체를 호도하는 것도 말합니다.

희망돼지를 둘러싼 액수 논란도 바로 그 때문에 상당히 짜증스럽습니다.

1. 가장 큰 짜증은 희망돼지가 얼마짜리냐는 사실 그 자체에 대한 것입니다. 조중동도 이거 가지고 걸고넘어지고 있습니다. 진보누리의 진중권, 평검사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짜증스럽지만 한 번 따져봅시다. 임종석 의원에 따르면 신용카드, 휴대폰, ARS, 계좌후원, 희망돼지저금통, 희망티켓 등 6가지 형태의 희망돼지운동에 총 20만3천764명이 참여했다고 합니다.

20만명이 1만원씩 내면 20억입니다. 2만원씩만 내도 40억입니다. 20만명이 참여했다면 한 30-50억쯤은 모였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이 정상적인 사고입니다.

임종석 의원이 밝히기 전에 언론에서 20만이 아니라 11만명이라고 떠들었다는 것을 감안해도 적어도 20억원은 소위 말하는 "순수 서민" 모금액이라고 추정하는 게 정상적인 사고입니다.

이 금액의 객관적 사실에 대해 그래도 가장 잘 알 수 있는 임종석 의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계좌후원 43억2천여만원 △신용카드 모금액 13억3천만원 △희망 돼지저금통7억5천900여만원 △휴대폰 3억4천여만원 △희망티켓 3억100만원 △ARS 모금 2억1천여만원이라고 합니다. 총 72억입니다.

계좌후원 전체가 기업에서 낸 돈이라고 쳐도 신용카드, 저금통, 휴대폰, 쿠폰, ARS만 계산해서 27억입니다. 서민들은 계좌후원 절대 안한다는 매우 비현실적인 가정을 하더라도 최소 30억 정도는 서민모금액입니다.

기업후원금을 뺀 서민들의 계좌후원 금액이 신용카드 모금액과 비슷하다고 추정하면 40억은 됩니다. 아무리 적게 추산해도 이 정도입니다.

역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 중 정상적인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후원금 외에 계좌후원으로 몇 억이나 몇 천만원씩 낼 기업이 몇 개나 될까요?

많은 기업들은 이미 기업 후원금을 냈고 그 이름이 기업 후원금 명단에 떡 하니 들어가 있습니다. 그 외 기업 중 100개 기업이 1천만원씩 냈다고 해도 10억이고, 2천만원씩 내면 20억입니다.

희망돼지운동 모금액 72억 중 한 50억은 기업 후원금이 아닐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차지하는 부분을 크게 잡을 때 이 정도입니다.

정상적인 사고와 추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희망돼지운동으로 순수 서민이 낸 돈은 적어도 40억은 된다고 생각하고 그에 근거해서 글을 써야 합니다.

비판을 하더라도 이 사실 자체를 아닌 것인 양 호도하면 안됩니다. 조중동의 공세가 짜증스럽고 진보누리 논객들의 주장이 황당한 것은 이런 기본적인 것조차 무시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글을 쓰는 사람들이 기껏 한다는 주장이 돼지 "저금통" 만으로 들어온 돈이 얼마냐를 따지는 것입니다. 참 치졸한 글쓰기입니다.

"저금통"의 액수만으로 희망돼지 전체를 판단하는 인식. 그 인식의 협소함만큼 우리 사회를 보는 시각의 협소함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2. 그 다음의 짜증은 전후 관계를 무시하는 것에서 생기는 짜증입니다. 서민들의 참여가 얼마나 노 대통령의 선거 운동에서 큰 역할을 했는가를 따질 때, 희망돼지 모금액이 전체 노 후보 선거비용에서 차지하는 포션만으로 따지는 방식에 대한 짜증입니다.

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돈이 없어서 고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후보 등록할 때 지지 의원들이 카드깡해서 막은 돈도 꽤 된다고 합니다.

누구나 알듯이 희망돼지로 돈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은 김민석이 정몽준의 품으로 날아간 이후입니다. 그때부터 희망돼지가 살찌기 시작했습니다.

정몽준에게 뒤지던 지지율도 극적으로 역전시켜 단일화도 이뤄냈습니다. 기업 자금도 이때부터 훨씬 원활하게 들어왔겠지요. 희망돼지의 늘어난 액수의 제곱, 세제곱씩 영향력이 커지는 것입니다.

(좀 어렵게 얘기하면 희망돼지의 영향력은 "Exponential Growth"입니다. 산수는 이미 마스터한 분들이 너무 지겨워 할까봐 한 번 써봤습니다)

희망돼지는 적어도 노 후보의 명줄을 지켰고, 허덕이던 숨통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살을 찌우고 피를 공급하는 심장의 역할을 했습니다.

기름치고 고기 먹인 것은 기업 자금이 더 클지 몰라도 원동력은 희망돼지에 있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수리화시켜 계산할 때도 중요도가 큰 것은 가중치를 줍니다. 가중치를 얼마나 어떻게 주는 것이 좋으냐는 논쟁이 될 수 있어도 희망돼지의 역할이 그 액수 이상으로 중요했다는 사실 그 자체는 생산적인 논쟁의 대상이 아닙니다.

희망돼지의 크기를 기업 자금의 크기와 맞비교하는 것은 선거 과정의 일대기적 맥락도 무시하고, 양적으로 중요도 가중치를 빼고, 달랑 산수 하나 해놓는 인식의 단순함입니다. 이 단순함, 이 단순함이 빚어내는 비생산성, 이런 것이 저를 짜증나게 합니다.

3. 사실, 저는 이런 글을 쓰고 싶지 않습니다. 잘못된 것 지적하고 이러저러하게 바꾸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는 동력은 희망돼지에 있습니다. 희망돼지의 기운이 빠지면 공허한 말의 메아리만 남습니다.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려면 희망돼지의 힘을 어떻게 긍정적인 시스템으로 전화시켜 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 고민보다는 희망돼지가 희망이라는 아주 기본적인 것을 말하는 데 정력을 쏟으려니 이 역시 짜증입니다. 현 시점에서 우리에게 지켜야 할 마지노선은 희망돼지입니다.

제 짜증의 또 다른 원인은 민주당의 선거자금 운영행태에 있습니다. 어떻게 관리를 했으면 기본적인 액수도 왔다리 갔다리 할 수 있는지 한심합니다.

선거자금 전체와 관련된 정치개혁은 차라리 차가운 이성의 대상입니다. 짜증이 나는 것은 이번 사건을 통해 정치자금 문제, 관련법의 문제가 논쟁의 대상이 되지 않고, 정치자금과 당 운영행태에 관련해서 개혁의 힘이 되어줄 희망돼지 자체에 대한 공격만 횡행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논란을 보면 민주당의 자금운영이 엉망진창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희망돼지 모금액이 당의 공식 경로를 제대로 통하지 않고 비용이 집행되고 보고되고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이것은 비리의 문제와 별도로 당 운영을 해나가는 기본적 행태의 문제입니다. 민주당 당의 꼬라지가 꼴이 아니라는 것은 이런 것에서도 드러납니다. 이거 고쳐야 합니다. 이 문제에 관해서 민주당은 할 말 없습니다.

우리 사회는 돈 문제에 좀 더 민감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현실적인 것은 현실적인 것으로 고치고, 돈이 걷히고 집행되는 것에 대해 하나하나 따져야 합니다.

이번 사건을 기화로 정치자금 문제 한 번 확실하게 짚어야 합니다. 정치자금 문제로 물고 들어가면 지구당 문제, 조직 문제 다 불거져 나옵니다. 이런 거 다 개혁해야 합니다.

그 개혁하는 힘은 72억의 희망돼지에 있습니다. 3억 짜리 "저금통"으로 희망을 깎아 내려서는 추진할 힘을 잃습니다. 왜 추진력을 없애려고 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