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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당 시절부터 당 운영에 참여한 고은씨는 우리당 창당 이후에도 안팎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와 관련해서는 여성 비례대표 50% 의무 할당과 지역구 30% 할당을 주장했고, 지난 해 말 정치권이 도입 시도를 벌인 여성광역선거구제를 적극 추진했다. 당외에서는 호주제 폐지 운동에 앞장선 '여전사'로서 헌법재판소에서 진행 중인 호주제에 대한 위헌 여부를 가리는 심리의 공개 변론도 '눈에 불을 켜고' 지켜봤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부터 여의도로, 광화문으로 쫓아다니며 시민들과 함께 촛불을 밝혔다. 그런가 하면 고은씨는 지난 2월에는 여성정치 신인지지 운동을 벌이고 있는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가 선정한 당선 후보 102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겨레>도 '한국의 미래를 열어갈 100인'으로 그를 꼽았다. 네티즌도 고은씨를 선택했다. 다수의 네티즌이 여성 분야의 비례대표 1순위로 그를 추천한 것이다. <인터넷 한겨레>가 지난 3일부터 13일까지 실시한 '비례대표 선정 사이버 총선'에 따르면 투표에 참여한 네티즌 1822명 중 28.7%가 그를 택했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론 연대하기 어려운 현실정치의 한계 맛봤다" 하지만 현실 정치는 그를 선택하지 않았다. 지난 27일 발표된 우리당 비례대표 순위에 그의 이름은 없었다. [오마이뉴스] 이 사실은 고은씨 자신에게도, 여성계에도 충격이었다. 고은씨는 우리당의 비례대표 순위 발표 이후 <오마이뉴스>와 가진 전화인터뷰에서 이러한 당혹감과 현실 정치 속에서 겪었던 고충을 솔직하게 밝혔다. 고은씨는 "한약 분쟁을 겪고 국회를 상대로 호주제 폐지 민법개정안 통과를 위한 운동을 벌이면서 국회에 뿌리박힌 성차별 의식과 구태의연한 사고를 뼈저리게 느꼈다"며 "'그렇다면 내가 들어가서 내 손으로 바로잡아보겠다'는 심정으로 정당활동에 뛰어들었지만 이 과정에서 치고 받고 부딪혀야 했다"고 말했다. 고은씨는 특히 그가 집중적으로 추진했던 여성광역선거구제 도입과 관련해서도 "당내에서조차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함께 할 수 없는 지점이 있고 겉으로는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속으로는 반대하고 있는 점등도 감지 됐다"며 그가 몸소 느낀 현실 정치의 한계를 고백하기도 했다. "원칙과 상식 지키려는 개미당원들이 우리당의 희망" 하지만 고은씨는 희망을 말했다. 고은씨는 "새옹지마란 말이 있지 않느냐"며 "독재에 항거한 것도, 호주제 폐지를 주장한 것도 결국 왜곡된 사회 속에 사는 내가 행복하고 싶어서 했던 운동이다, 내가 또 다른 행복을 위해 일을 하다보면 다시 공동의 선과 맞물리게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우리당에 대한 희망도 버리지 않았다. 최근 우리당 내에서 민주당을 탈당하고 우리당에 입당, 비례대표 순번을 받았다가 중앙위원들의 반발로 막판 표결에서 탈락한 조성준 의원의 예를 들며 "그 과정에는 원칙과 상식을 지키려는 개미 당원들의 아래로부터의 노력이 있었다, 이것이 바로 우리당의 큰 자산이자 희망"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고은광순씨와 30일 오후 나눈 전화 인터뷰 전문이다. - 비례대표 순위에 포함되지 않을 것을 예상했나. "몰랐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충격으로 요 며칠 동안 잠을 푹 자지 못했다. 놀라움과 허탈감 때문이다." - 애초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와 맞붙겠다며 서초갑 출마를 선언해 관심을 모았었다. 중간에 비례대표로 선회한 이유는 무엇인가. "주변 사람들의 권유 때문이다. 서초구에 있으면서 지역구 출마를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주변에서는 '서초갑은 아무래도 힘들다, 원내 진출이 중요한 때'라며 모험하지 말 것을 권유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 1년 남짓 정당 생활을 하는 동안 느낀 점은 무엇인가. "여성광역선거구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느낀 바가 많다. 구태의연한 생각을 가진 의원들도 많았지만 여성 당원이나 여성 의원들 간에도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는 연대하기 어려운 지점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여성광역선거구제에 대해서도 여성 후보들 사이에서 이견이 많았다. 그런 과정에서 치고 받고 부딪힌 것도 많다. 하지만 희망도 있다. 유시민 의원 같은 의원들 때문이다. 물론 일부 날이 선 페미니스트들에게는 구설수에 휘말리기도 했지만 유 의원은 여성의 정치세력을 위해 음으로 양으로 노력을 많이 하는 의원이다. 과거에는 그만큼 하는 의원도 없었다. 이경숙 전 공동의장과 홍미영 중앙위원 등이 비례대표 후보에 포함된 것도 고무적인 일이다. 일단 여성이 양적으로 증가하면 질적 성장도 오는 것 아닌가. 그들이 바로 희망이다." - 비례대표 순위 선정 과정에서 느낀 문제점은 없었나. "선정 과정이 공개되지 않았으니 문제점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내가 가진 비례대표성이나 역량을 선정위원들이 잘 몰랐을 수도 있겠다. 선정위원들이 보기에는 내가 대한여한의사회 회장이라는 점에서 보건의료단체의 대표성을 갖기도 하고 호주제 폐지 운동을 했다는 점에서 시민단체 쪽을 대표하기도 하니 양쪽 분야 모두에 중복되긴 하지만 특별히 대표성을 줄만하지는 않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국회 밖에서 왜곡된 현실 바로잡기 위해 내 할일 할 것" - 왜 정치에 뛰어들어야겠다고 생각했나. "처음부터 국회의원에 출마해야겠다 거나 정치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개혁당 창당에 참여하고 보니 지구당을 만들어야할 필요성을 느껴 서초갑 지구당을 맡게 됐다. 이전에는 한약 분쟁을 겪고 국회를 상대로 호주제 폐지 운동을 하면서 국회 내에 뿌리박힌 남성 중심성과 구태 의연한 사고를 느끼게 됐다. 호주제 폐지를 두고도 법사위에서 '혈통 보존의 법칙'을 내세울 정도 아닌가. 한약분쟁 때는 특히 한의계가 의사협회나 약사협회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자라는 생각을 했다. 만약 의원으로 활동하게 되면 적어도 편파적인 힘의 논리에 의해 좌우되는 의약 입법은 막아야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좋다, 그렇다면 내 손으로 바로잡아보겠다'고 결심했다." - 정치에 대한 꿈은 접은 건가. "정치라는 게 별 것 아니다. 헌법재판소에서 진행중인 호주제 위헌 심리를 지켜보면서 느꼈지만 아직도 호주제를 두고 '조선 왕조시대에 공직에 있던 여성이 있었나' '딸이 문중 이끈 적이 있었나' 등의 얘기를 하면서 호주제가 마치 여성의 무능력 때문에 나온 결과라는 식의 얘기를 하더라. 또 어느 인사는 '여성단체에서 가정의 성 중립성 얘기하는 것은 동성애를 지향하자는 게 아니냐' '호주제 폐지 주장에는 우리 사회를 호주제 없는 북한사회로 만들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여자들은 국회 안에 있던 밖에 있던 이 엽기적으로 왜곡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할 일이 많다. 서로 네트워크를 형성해 격려하면서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 또한 내가 그간 살아온 삶이나 성정을 봐서도 눈과 코와 귀와 눈을 열어놓고 살고 있는 한 끊임없이 사회 문제에 부딪히고 치고 박고 싸우면서 살 것이다. 특별한 계획을 세워놓는다고 해서 가능하고 아니라고 해서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웃음)" "개미 당원들이 우리당의 희망... 민노당 급부상해 우리당의 매서운 경쟁자 되길" - 열린우리당에 대한 기대는 여전한 것인가. "물론이다. (당내에) 아직 구태의연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우리당은 개미당원들의 아래로부터의 참여와 원칙과 상식을 지키려는 노력이 있는 당이다. 조성준 전 민주당 의원이 막판 표결에서 탈락하게 된 것도 조 의원이 비개혁적 인물이어서라기보다는 원칙과 상식을 지키려는 아래로부터의 혁명 때문이다. 우리당 내에서 그 혁명이 성공하고 있다는 것에서 희망을 본다." -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달라.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지 않나. 내가 실수를 하거나 잘못해서 이렇게 된 것이 아니니 이후에도 나는 상처받지 않고 내 역량껏 또 다른 행복을 찾아서 일할 것이다. 독재에 항거하다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된 것도 호주제 폐지 운동에 뛰어든 것도 모두 따지고 보면 내 행복을 위한 것이다. 왜곡된 사회 속에 사는 내가 불편하고 분노하게 되니 내가 행복하고 싶어했던 운동들이다. 내가 또 다른 행복을 위해서 일을 하다보면 그것이 또 공동의 선과도 맞물려서 무슨 일이든 하게 될 것이다. 일단 주변을 좀 정리한 다음 한의원에 복귀해서 생업에 뛰어들 생각이다. 이제는 '한-민-자'(한나라당-민주당-자민련)가 이번 총선을 계기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으면 한다. 그래서 새로운 경쟁 상대로 민주노동당이 확실히 부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러운 경쟁자가 아니라 매서운 경쟁자가 되어서 서로에게 에너지가 되고 발전의 가속도를 낼 수 있는 요인이 돼서 우리나라 정치 구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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