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분들은 아실것입니다.. 잠깐 뉴스에 나왔던 어린이집 천장붕괴사건.. 그 사건이 이젠 어둠속으로 조용히 묻혀 가기에.. 이렇게 유가족들의 아픔과 서러움을 달래기 위해.. 제가 홍보차원겸 널리 이 소식을 알리고.. 국가의 올바른 대처를 바라는 마음에 이 글을 올립니다.. 운영자님..읽어보시고.. 바로 지우지 말아주세요..운영자님도.. 사람이시잖아요... 단 하루만이라도 게시하게 해주세요.. 강등.차단의 위험을 무릎쓰고 저도 이렇게 올리고 갑니다.. 나에겐 여느때와 다름없는 하루였다. 그저 그렇게 평범하게 지나갔을 하루가 저녁때 걸려온 한통의 전화로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날이 되어 버렸다. 전화를 받던 엄마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왜? 왜?' 라는 말만을 반복하셨다. 무슨일인가 싶어 난 그저 의아하게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전화를 끊은 엄마의 한마디는 그야말로 청천벽력-마른하늘의 날벼락이었다. '주석이가... 주석이가 죽었대.' 잠시 나는 내 귀를 의심해야 했다. '유치원 천장이 무너져서 주석이만 죽었대...'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아니, 꿈이어야만 했다. TV에서나 보아오던 일이 실제로 내 조카에게 일어날 순 없어. 절대로. 절대로 믿을 수 없었다. 믿고 싶지 않았다. 갑자기 가슴이 콱 막혀 오며 심장이 빠르게 고동쳤다. 먹던 음식이 다시 넘어와 모두 토해내고도 시원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답답함은 점점 더해져만 갔다. TV를 켜 뉴스를 틀었다. 국회의원들이 싸우고 카드사 직원들이 농성을 하고... 그 시간이 몇년처럼 더디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곧이어 끔찍한 사고소식이 보도 되었다. '유치원 지붕이 무너져... 오리엔테이션을 받던 원생중 맹모군이 숨지고...' 그리고 이어지는 형부와 언니, 이모의 모습들... 난 그저 '어떻게해 어떻게해' 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눈에는 눈물이 차올라 점점 TV화면이 흐려져 갔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여기저기서 전화가 걸려오고 전화를 걸고... 가까이 사는 이모님들과 엄마를 모시고 대전으로 향했다. 병원 위치를 몰라 물어 물어 가면서도 난 내가 그곳까지 어떻게 운전해서 갔는지도 알 수 없었다. 영안실에 들어서자 아득하게 향냄새가 풍겨왔다. 마치 다른 세계 같았다. 그래, 이건 꿈이야... 꿈일꺼야... 하지만 눈 앞에는 거짓말처럼 주석이의 이름이 붙어있었다. 빈소로 들어서자 너무나 예쁜 우리 주석이의 사진이 국화꽃에 둘러싸여 놓여있었다. 그리고 언니가 그 앞에 무너지듯 벽에 기대 앉아 있었다. 참을 수 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두서없이 쏟아지는 언니의 말들에 가슴이 미어질 듯 아파왔다. '난 울지도 않았어. 난 내가 그렇게 독한 줄 몰랐어. 그 이쁜 얼굴이 다 쪼개져서.. 여기 한덩이 저기 한덩이... 내가 막 다 주서가지구... 눈이라도 감겨줬으면 좋았을걸... 그 이쁜 눈도 못감겨주고... 안아볼수가 없었어... 이 품에 꼭 안아주고 싶었는데.. 머리가 다 쏟아져서... 안아주지도 못했어.. 우리 아기... 다들 우리 애기보고 차돌맹이 같다고 했지? 뭐가 차돌맹이야? 그렇게.. 그렇게 조각조각... 머리 뼈가 다 보이는데.. 그렇게 얇을수가 없어... 그렇게 조그마할 수가 없어... 열군데도 넘게 돌아다녔어.. 고르고 골라서 넣은데가 거기야... 애가 뛰어노는거 좋아해서 답답할까봐.. 제일 공부도 많이 안하고 제일 넓고 제일 햇볕 잘드는 곳으로 고르고 골라서 찾아간건데...' 언니는 아이의 피가 묻은 옷을 입은 채로였다. 사고가 나고 그 직후 언니가 올라가 아이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한다. 단 몇분전까지만해도 그렇게 예뻤던 아이의 머리가 조각나 뒹구는 모습을 본 언니의 심정을... 조각난 아이를 주워들어야했던 언니의 심정을...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을까? 너무 놀라고 기가막혀 눈물도 흘릴 수 없었던 그 마음을 누가 알까? 그런데 그 유치원 원장이라는 여자가 들어와 대성통곡을 하며 울고 불고 하더랜다. 언니가 너무 시끄러워 나가달라고, 제발 부탁이니까 나가달라고, 우리 애기가 시끄러운거 제일 싫어 하니까 나가달라고 했단다. 사람들은 다친 아이들을 병원으로 옮기고 우리 주석이는 조사해야 한다고 나뒀다고 한다. 그 무시무시한 콘크리트 덩어리가 널려있는 차가운 마루바닥에... 머리가 깨져 쏟아져서 안아주지도 못하고 그저 차가운 마루바닥에 눕혀놨다고... 가슴이 미어질 듯이 아파왔다. 눈도 감지 못하고 이렇게나 일찍 떠난 우리 귀여운 조카를... 이제는 다시 볼 수도 없는데... 2004년 2월 27일 세상에서 가장 슬픈 날. 나는 사랑하는 나의 첫 조카를 하늘나라로 떠나 보내야만 했다... 나는 하루종일 인터넷 기사를 뒤지며 울다가 멍해있다가 울다가를 반복했다. 나중에는 기사가 모두 남의 얘기같고 실감할 수도 없었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듯 했다. 저녁 늦게 다시 주석이의 빈소를 찾았다. 언니는 전날보다는 조금 정신을 수습한듯한 모습이었다. 오히려 기운을 내며 웃어보였다. 하지만 언니의 그 웃음이 더 마음아프게 다가왔다. 주석이의 사진 앞에는 많은 꽃들과 많은 화환들이 놓여있었다. 국회의원이니 교육감이니 하는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화환들도 있었다. 아마도 그 사람들은 이런 화환 하나쯤이면 위로가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자신들은 어떻게든 책임을 회피하며 빠져나갈 궁리를 하면서 말이다. 수족관 이름이 적힌 화환도 있었다. 주석이는 물고기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그래서 수족관에도 자주가고 모르는 물고기 이름도 없을 정도였다. 수족관 아저씨도 주석이를 참 많이 이뻐하셨는데... 주석이의 친구들도 다녀갔다고 한다. 주석이가 많이 좋아하던 여자친구도 꽃을 전해주고 갔다고 했다. 우리 주석이 아주 많이 좋았겠다... 그치? 주석이가 좋아하던 아이스크림집 아저씨 아줌마도 다녀 가시고... 생각보다 손님이 너무 많이 장례식장 사람들도 놀랐다고 한다. 너무 예뻐서 많은 사람에게 사랑도 많이 받았었구나... 낮에 '원장선생님'도 다녀가셨다고 한다. 어찌나 고귀한 분인지 충격에 그만 쓰러지시고 말았다고 한다. 병원에 누워 계시다가 겨우겨우 가족들까지 모두 대동하고 오실 정도니 말이다. 그.분. 얼굴을 보자 너무 화가나신 주석이 할머니께서 머리채를 잡아채셨다. 그랬더니 그 고귀하신 분 가족들께서 주석이 할머니를 떠다 미셨다. 우리 주석이는 머리가 다 깨졌는데 그깟 머리카락 뽑히는게 그리고 괴롭고 아까우셨던지... 아아 너무 고귀하시고 귀하신 분이시라서 그렇겠지- 언니는 그.분. 얼굴을 보자 오기가 생겼다고 한다. 우리 주석이 그렇게 가게 한 사람들 다 벌하기 전에는 울지도 않는다고 주석이에게 약속했다고 했다. 교육청에서 나왔다는 사람도 자기가 다 해결해줄것 처럼 하더니 자기 관할이 아니라면서 사라졌다고 한다. 세상에 5년밖에 머물지 못하고 금이야 옥이야 행여 어디 다치기라도 할까 곱게곱게 키운 아이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났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남겨둔 채 혼자서만 머나먼 길 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어른들이란 사람들은 서로 책임 회피를 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모두 똑같은 인간들이 자기는 책임이 없다며 서로를 헐뜯고 있다. 정말이지 우습지 않은가? 고개가 삐딱하게 돌아가 세상이 똑바로 보이지 않는 모양이지? 그럼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내가 똑바로 보게 해줄테니까 말이야. 주석이의 영결식이 있는 날이었다. 정말로 우리 주석이가 아기천사가 되어 하늘나라로 떠나는 날이었다. 모두들 이날이 가장 슬픈 날이라고들 말한다.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언니도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언니는 아이의 장난감을 끌어안고 오열했다. 형부는 그런 언니를 붙들고, 아이의 관을 붙들고 눈물을 흘렸다. 다른 가족들 모두 아이를 보내는 길을 눈물로 적셔야 했다. 그 심정을 말로는 표현할 수조차 없다. 가까운 곳에는 화장터를 구할 수가 없어 멀리 경남 사천까지 가야했다. 차로 3시간 가량이나 되는 거리였다. 그래도 주석이 차 타는거 좋아했으니까 괜찮을거야.. 비록 그렇게 좋아하던 아빠차의 편안한 뒷자리는 아니었지만...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프다. 머리가 깨지고.. 차가운 냉동실에 누워있다가.. 뜨거운 불길속으로 삼켜져야 하는 주석이.. 얼마나 괴롭고 아팠을까? 그래도 이제는 다 괜찮을거야.. 이제부터는 예쁜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만 보며 살아갈 수 있을테니까... 사람의 빈자리는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언니는 주석이 보내지 않는다고, 평생 등에 지고 살거라고 말했다. 앞으로 가족들은 문득문득 주석이가 생각날 때마다 가슴 아파해야 하겠지.. 주석이가 좋아하던 색깔, 음식, 장난감, 물고기... 이런걸 볼때마다 주석이를 떠올리겠지.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시린 눈물을 흘리겠지.. 그런데 어떤 사람들에겐 아주 사소한 일인 모양이다. 아주 쉽게 잊혀지는 별것 아닌 일인가보다. 채 피지도 못한 작은 꽃 한송이를 꺾고 그것도 모자라 발로 짓밟아 놓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어떻게 아이의 빈소에도, 영결식에도 얼굴한번 내비치지 않는걸까? 자기 사리사욕 챙기기가 그렇게들 바쁘신 걸까? 주석이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온 가족들의 모습은 말이 아니었다. 다들 기운내려고 노력하고는 있지만 주석이가 없는 집은 허전할뿐이었다. 주석이가 사다놓은 가재들이 어항속을 거닐고 있었다. 할머니 집에 있는 열대어가 마음에 들어 가재 4마리와 바꿔갔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후 가재 한마리가 알을 품었다. 주석이는 그게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바꿔가놓고 다시 달라기가 미안했던지 '저거 이상해 치워~'라고 했단다. 결국 그 알을 품은 가재를 다시 가져가고 나중에야 새끼가 부화하는게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석이는 결국 새끼 가재들이 태어나는 걸 보지 못했다. 그것도 보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먼저 떠나버렸다. 남은 사람들이 자꾸 많이 울면 우리 주석이가 마음 편히 떠나지 못할까봐 울지 않으려고 하는데... 자꾸만 눈물이 난다. 미안해 주석아.. 언제나 행복하렴.. 하늘나라의 예쁜 아기천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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