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은 온통 김선일씨의 피살소식에 모든 것이 멈춰있다. 모든 책임은 몽땅 노무현 정부에 있다고 아우성이다.
이라크 파병을 찬성하는 사람은 모두가 악당이고,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는 사람은 모두가 천사들이다.
그러면 우리 한반도를 둘러싼 냉혹한 현실 속에서 그렇게 단순 이분적 논리가 과연 타당한 것인가? 파병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작년 우리정부의 파병결정 당시의 상황을 한번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김대중 정부가 남북한 평화공존관계를 모색하며 적극 추진한 결과, 남북한의 평화무드가 가속화 될 무렵, 미국의 부시정부가 탄생하였다.
부시는 집권하자마자 김대중 정부의 남북한 평화공존정책을 철저히 무시하며 대북 강경책으로 그 방향을 180도 선회하였다.
그러던중 9·11테러가 발생하자 미국의 부시는 이라크 북한 등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이들 국가에 대한 강경정책을 더욱더 강화시켜 나갔다.
급기야는 작년 초, 세계의 대다수 나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부시는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라크 침공을 감행하였다. 실상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살상무기들을 자기나라가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결과적으로는 이라크 침공의 명분이었던 대량살상무기는 끝내 나오지도 않았지만...
그러면 이라크 다음의 미국의 공격목표는 어딜까?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바로 북한인 것이다.
지금은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파병등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일단은 북미관계가 최악의 상황은 가까스로 면했지만 작년의 상황은 어떠하였는가?
북한은 유엔의 핵사찰단원들을 모두 철수시키고 핵연료봉을 모두 뜯어내는 등 북미관계는 최악의 상황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만약, 미국이 이라크 침공하듯이 북한에 대하여 대규모의 미사일공격을 감행한다면 결과는 어떻게 될까? 북한은 졸지에 망하고 우리 남북한은 졸지에 통일이 될까? 천만의 말씀이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미사일공격을 함과 동시에 한반도 전체는 불바다에 휩싸일 것이다.
북한은 미국의 공격을 받으면 결코 이라크처럼 앉아서 당하고만은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북한은 즉각 남쪽의 미군 기지를 향해 역시 미사일공격을 감행하며 맞대응 할 것은 불을 보듯이 뻔 한 것이다.
결국은 남북한 간의 대규모 전쟁이 발생되어 수백만 명의 우리민족들이 살상을 당하게 될 것이며 6·25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한반도 전역은 깡그리 초토화될 것이다.
결국에 가서는 남북한 모두가 철저하게 망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 한 것이다.
그러면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 뻔 한 상황에서 우리정부는 단순한 여론 처럼 파병반대를 지지해야 하는가? 아니면 미국을 달래기위해 파병을 해야 하는가?
우리정부는 당연히 파병을 결정할 수 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이는 옳고 그름의 선택의 문제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한민족 전체의 운명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작년,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였을때 미국의 부시정권은 역대 한국의 대통령 중 친미적이지 않은 사람이 처음으로 한국의 대통령이 되었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대통령이 미국이 도움을 요청했던 이라크파병을 거부하였다면 한미관계는 더욱더 벌어졌을 것이며, 그와 같은 상황에서 미국이 절대로 북한을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100퍼센트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어디 한번 나와보기를 바란다.
아마도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이 약소국에 취해온 전력을 보면, 더구나 부시의 행태를 보면 더욱더 그러할 것이다.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가능성이 단 1퍼센트 아니 0.001퍼센트만이라도 있다면, 우리정부는 그 대비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그러면 그 대비책은 무엇이냐?
불행하게도, 파병으로 미국의 부시정권을 달래야 하는 방법이외에는 전혀 대비책이 없는 것이다.
국가를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는 미국의 북한공격 가능성이 단 0.001퍼센트만이라도 있다면 이에 대해 결코 확률이 희박하다며 전적으로 이를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만에 하나라도 이와 같은 사태가 발생한다면, 이는 한민족 전체의 생사가 달린 문제인 것인 때문이다.
대통령으로서는 설마하며 전쟁발발 가능성의 확률에 결코 도박을 걸 수는 없었을 것이다. 대통령의 파병결정에는 이와 같은 상황적 배경이 있는 것이다.
작년, 노대통령은 국익을 고려하여 이라크파병을 결정했다고 말하며 아무런 부연 설명은 하지 않았다. 이는 당연한 것이었다.
대통령이 미국을 달래서 한반도의 전쟁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국민에게 부연 설명을 자세하게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국가의 체면이 있고 국제외교 관계상 문제가 될 수 있는 설명을 어떻게 미주알 고주알 밝힐 수 있단 말인가!
만약 정치적 곤궁을 벗어나기 위하여 이러한 사실을 대통령이 직접 밝힌다면 오히려 아니함만 못한 결과를 역으로 초래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대통령의 국익을 위한 결정이 무슨 의미의 국익인지는 당연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이런 말 못할 사정을 계산에 두고 정치적 공세의 일환으로 마치 꽃놀이패를 잡은 양 기세등등하게 대통령 때리기에 여념이 없다.
한때는 대통령후보이었으며 민노당의 당수이었던 국회의원은 대통령에게 국익이 무엇을 위한 국익이냐며 밝히라고 아우성이다. 참으로 한심스러운 일이다.
대통령의 이라크파병 결정이 무엇을 위한 국익인지를 진정 모른다면 정말 정치적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고, 알고서도 그러하다면 파렴치하기 짝이없는 행동인 것이다.
이에 대하여 다른 정치인들의 행동 역시 조금도 다를 바 없다.
건전한 상식을 지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그중 어느 누가 대통령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 아니, 한민족 전체의 운명이 걸린 문제를 도외시하고 인기에 영합하여 파병반대를 외치며 행동할 수는 결코 없는 것이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부시가 금년 말 대통령 재선에서 떨어질 때까지 파병을 연기하면 되지 않는 가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부시가 반드시 미국대선에서 낙선할 것이라고 보장할 수 있단 말인가? 부시가 미국대통령에 당선될 당시도 부시가 당선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금년 미대통령선거에서 부시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부시는 더욱더 기세등등할 것이 뻔 한 상황이다.
이럴 때 지금 우리정부가 여론에 밀려 이라크파병 결정을 연기 내지 철회한다면, 그 다음에 벌어질 우리민족에 벌어질 불행한 사태를 어떻게 막을 수 있단 말인가?
이라크파병반대! 명분은 좋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그렇게 한가로운 상황만은 아니다. 그렇다고 우리국민 모두가 파병에 찬성하라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파병반대를 주장하는 국민들조차 없다면 어찌 정의로운 국가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다만 파병반대를 주장하는 국민들이라도 정도를 지켜달라는 말이다.
대통령이나 정부를 악당취급은 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다. 이글을 올리는 나 역시 개인적으로는 이라크파병을 찬성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라크파병결정을 한 배경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정부의 파병결정을 마구잡이로 욕할 수는 없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에게 제발 부탁하고 싶은 것은, 일반 여론에 부화뇌동하는 것도 모자라 이러한 사태에 대해 잘 모르는 국민들을 선동하지 말란 것이다.
어떻게 말로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봉사할 길을 찾겠다면서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이와 같이 민족의 운명이 걸린 문제를 정치적공세로 이용하겠다는 발상을 하고 있는가 말이다.
파병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는 발상을 가진 정치인들이라면 당장 정계를 떠나기를 바란다. 그런 자들은 정계에 없는 것이 바로 국가와 민족을 위한 길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정치인이라면 어쩔 수 없이 파병이 결정된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가능한 한 우리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며 우리의 운명과 국익을 지켜가야 할 것인지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더더욱 김선일씨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며 국민을 선동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선일씨는 단지 이라크 국민들의 저항의 대상인 미군에 군수물자를 군납하는 한국의 작은 무역회사의 한사람의 젊은 직원일 따름이다.
그를 죽음으로 몰아간 것은 파병결정을 한 대통령은 결코 아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현재 우리에게 놓여있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 어쩔 수 없이 희생된 가여운 한 젊은이 일 따름인 것이다.
우리는 한 젊은이의 죽음에 대한 분노를 대한민국 정부에 돌리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여서는 안된다.
분노해야할 대상은 극악무도한 만행을 자행하고 있는 알 자르카위라는 테러단체 인 것이다. 더욱더 나아간다면 이라크전쟁을 일으킨 부시에게 최종적인 책임이 있는 것이다.
만에 하나라도 발발할지 모르는 한반도전쟁 상태를 막기 위해 파병결정을 한 대한민국 정부에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다.나는 한 소시민으로서 우리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국력이 부족함을 통탄할 따름이다.
끝으로 하나를 첨언한다면, 해방이후 대미 의존외교에만 치우쳐서 미국통입네 하면서 미국만 쳐다보고 있는 외교부 관리들의 행태를 수정하려는 대통령에 대하여, 미국인과의 연줄에 의한 자기들의 출세끈이 떨어질까봐 두려운 나머지 뒷구멍에서 대통령 욕이나 해대면서, 미국관련 각종 외교정책 정보를 사전에 미국에 유출하며,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제동을 걸면서 항명을 일삼는 고위 외교부 관리들은 이번 기회를 통하여 완전히 일소시켜야 할 것이다.
외교관의 본분은 주재국에 있는 우리나라 교민들의 권익과 안전을 위하여 적극 힘써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재국이 어떤나라이든지 그나라 국민들이 한국에 대하여 갖고있는 수많은 그릇된 정보들을 하나씩 바로잡아 가려고 노력하며, 무엇이 국가에 이익이 될 것인가를 늘 염두에 두고 살펴야 하는 것이다.
정부가 수많은 예산을 들여가면서 세계 각국에 외교관을 파견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와 같은 일을하라고 보낸 것이지 유람이나 하라고 보낸 것은 아니다.
각국에 파견된 외교관은 하나 하나가 자기나라의 얼굴인 것이다. 민들에 대하여는 거들먹거리면서, 소국 정부에 대하여는 거만이나 피우며 행세하려 들고, 위 선진국 정부에 대하여는 굴종외교나 펼치면서 망신이나 당하라고 외국에 보낸 것은 아니다.
이러한 외교관들의 나태하고 썩어빠진 행태가 오늘날의 김선일씨 피살사태를 불러온 근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해방이후 대미 편중외교에 관습적으로 굳어져 버린 외교부 행태의 혁신이 없고, 외교부 관리들의 본분에 대한 의식개혁이 없는 한 앞으로도 제2 제3의 김선일 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