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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성폭행 ‘충격’…인터넷 ‘부글부글’


BY 백배처벌 2004-12-10

 


“일벌백계” “피해자 보호” 촉구…일부선 가해자 정보 무차별 유포

“밀양에 직접 가서 성폭행범들을 응징하자!” “이 사건에 침묵하는 여성부와 언론, 청소년과 사회의 의식개혁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토요일(11일) 저녁 7시 광화문 앞에서 열자!”

울산 남부경찰서가 여중고생 5명을 집단 성폭행한 밀양지역 고교생 41명 가운데 3명만 구속영장을 신청하자 네티즌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이번 사건을 담당한 경찰서 게시판에 수백개의 비난글을 남기는가 하면 포털사이트나 언론사 홈페이지, 토론 사이트의 토론게시판을 통해 ‘분노’를 표출하며,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인터넷한겨레> 한토마 네티즌 ‘길엔’은 “우선 이런 일이 실제로 발생할 수도 있구나 하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며 “가해자들이 전원 법의 처벌을 받기를 기대한다”고 썼다.

네티즌 ‘호지명’은 “명백한 범죄행위를 한 이들이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범죄의 원인이 사회에 있다는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을 해서는 안된다”고 했으며, 네티즌 ‘강철’도 “죄에는 그에 따른 합당한 벌이 있어야 하며, 그것이 교육”이라고 지적했다.

미디어다음의 네티즌 ’ssamgi007’도 “피해를 당한 여학생들은 평생 눈물을 흘리며 살아갈 것이다.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 가해자들이 단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풀려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합당한 죄의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서·가해자 학교, 언론 홈피에도 비난글 도배

특히 밀양 성폭행 피해자가 한 언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경찰조사 과정에서 약속한 신변 비공개, 여경을 통한 조사 등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경찰의 폭언 등 인권을 보호받지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당 경찰서 홈페이지는 네티즌들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방문객이 폭주하고 수백건의 항의글과 댓글이 이어지면서 울산 남부경찰서, 울산지방경찰청, 밀양경찰서 등은 사이트 접속이 폭주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대부분 ‘강력한 처벌’을 주문하고 있다.

울산 남부경찰서 홈페이지 자유발언대에 글을 남긴 한정희씨는 “강간범 신상과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고 썼으며, 안영희씨는 “가벼운 처벌은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황의영씨는 “피해 여학생들의 가족을 보호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으며, 이권수씨는 “신중한 조사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밀양경찰서 홈페이지 자유발언대에 글을 남긴 이명섭씨는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 이런 끔찍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엄중한 처벌을 해야 한다”며 “가해자들은 이미 학생이라는 신분을 넘어선 범죄자들이며, 모두 잡아다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이 피해사실을 확대, 왜곡보도하고 피해자의 신상을 노출해 가족 모두가 정신적인 충격을 받고 있다는 피해자 가족의 증언과 관련해서는 신중한 보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인터넷한겨레> 한토마 네티즌‘신문읽기’는 “과연 우리는 피해를 당한 여학생들에게 얼마나 배려를 하고 있냐. 미성년자인 아이들의 신상을 퍼뜨리는 것은 범죄행위다”며 “피해 여학생들을 위로하고 이들의 익명성과 신변을 보호하려는 인권의식이 결여된 경찰이나 언론, 한국 관료집단의 인권의식에 한숨이 나올 뿐”이라고 개탄했다.

가해자 미니홈피, 핸드폰번호 유포…인권침해 우려

화난 네티즌의 ‘분노’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네티즌들은 가해 혐의를 받고 있는 학생들의 소속학교와 실명은 물론 미니홈피에 올랐던 사진과 휴대전화번호까지 퍼뜨리고, 심지어 누나나 친구 등 주변인물들의 일거수 일투족까지 도마에 올리고 있어 ‘인권침해’ 우려를 낳고 있다.

‘밀양 강간범들을 조심합시다!’라는 제목으로 각 포털의 카페와 블로그, 미니홈피, 디시인사이드 토론게시판 등에 올라오고 있는 이 사진들에는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고등학생들 중 20여명의 얼굴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모두 5장의 사진 중 2장에는 야유회에서 티셔츠와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고, 나머지 3장에는 주택가 골목길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또 성폭행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뒤 이들끼리 미니홈피를 방문하며 남긴 글들 중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문구들의 캡쳐사진까지 올라와 네티즌들의 분노를 자극하고 있다.

실제 성폭행 가해 혐의를 받던 한 학생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한 여학생은 “잘 해결됐나? 듣기로는 3명인가 빼고 다 나오긴 나왔다더만... 못생겼다드만 그 X들.. 고생했다 아무튼”이라는 안부(?)의 글을 남겼다가 네티즌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이 안부글을 남겼던 여학생의 사진 역시 이미 인터넷 여기저기에 올라 네티즌들의 공격의 대상이 된 상태다. 또한 가해자와 가해자 여자친구들이 수시 합격한 것으로 알려진 대학의 홈페이지도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그러나 밀양지역 고등학교와 학부모들은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사진 속의 학생들이 여중생 집단 성폭행에 가담된 학생들과는 무관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어 제3의 피해마저 우려된다.

특히 사진 속 학생들의 학부모들은 크게 반발하며 “마치 자신들의 자녀가 이번 사건과 연루돼 있는 것처럼 나와 정신적 피해를 입고 있다”며 이 사진을 올린 사이트 주인을 대상으로 법적인 절차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엔 강간문화 있다” 마초성 성토…11일 촛불집회

일부 네티즌들은 한국의 마초문화를 성토하기도 한다.

<인터넷한겨레> 한토마 네티즌 ‘아직먼길’은 “우리 사회에는 강간문화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사건의 근본원인은 대한민국의 마초문화, 마초사회성에 있다”며 “여자아이에겐 순종과 수용을, 사내아이에게는 고추 달고 나온 것을 영광인양 대우하는, 사내아이들이 고추를 맘대로 놀리는 것에는 관용하고, 여자애들이 피해를 당하면 단정치 못해서 그랬다고 하는 마초조직범죄성을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일부 네티즌들은 가해학생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비난이 아니라 여성부, 여성단체, 언론, 전교조 등 교육단체 등 침묵하는 다수를 비판하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청소년과 사회의 의식개혁을 촉구하는 촛불시위를 진행하자는 제안을 내놓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디시인사이드 게시판.

네티즌 ‘인코그니토’는 “토요일 7시 광화문 교보문고 후문 앞 벤치에서 촛불시위를 진행한다는 것을 공지사항으로 알린다”며 “집회의 목적은 훈방조치 전면 철회, 폭언경찰 중징계, 축소나 은폐없는 철저한 수사, 강간범에 대한 처벌규정 강화 등”이라고 글을 남긴 뒤 각 사이트에 퍼날라 달라고 당부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각 사이트 게시판에 ‘촛불시위’ 진행 소식을 전하며, 많은 네티즌들이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한편 네티즌들의 비난 여론이 들끓자 울산남부경찰서는 9일 오후 홈페이지에 ‘성폭력 사건보도에 대한 해명 및 수사방향’이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올렸다.

하백종 형사과장은 사과문에서 “사건처리와 관련하여 여자 경찰관의 미입회, 수사사항 공개로 인한 피해자의 충격 등 일부 불미스러웠던 부분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가해자들을 검거한 후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과정에서도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가명으로 처리하고 주소를 바꾸었으며 신변보호를 제의하는 등 나름대로 피해자 보호를 위해 노력했지만 최초부터 여경 조사관을 배치하지 않은 점 등 피해자 보호에 미흡했다”고 인정했다.

또 가해학생 가운데 3명만 구속하고 나머지를 훈방했다는 것과 관련해서도 하 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우선 혐의가 명백하고 중한 가해자 3명을 구속했으며 나머지 가해자들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해 엄중한 사법처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