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에게 수신료를 일괄적으로 징수해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는 왜 이유없는 여성차별과 여성비하 발언을 일삼는 패널들을 출연시킬까 ?
여유만만 팬티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전원주씨, 그녀는 이전에도 방송에서 공공연하게 자신의 며느리를 험담했다. 그 이유는 '얼굴이 못생겼다','혼수가 적었다'.'예단이 부실했다'였다.
속으로는 무슨 생각을 못할까. 나도 속으로 전원주씨가 못생겼다고 생각하며 윤문식씨는 축 처진 눈썹이 너무 웃기게 생겼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렇게 속으로 생각하는것과 그 생각을 방송에 나가 4천만 앞에서 노골적으로 전원주 씨를 가르기며 '못생겼다'라는 발언을 하는것은 다른 일이다. 외모를 비하하는 것은 그 사람의 인격을 침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여유만만 게시판을 보면 전원주씨를 옹호하며 쓴 글도 몇 몇 보인다. 그런 글의 요지는 그저 전원주씨가 너무 '솔직'했다는 것이다. 며느리 팬티를 발로 차는 것과 며느리의 외모와 혼수 예단이 마음에 안드는 것은 비슷한 연배의 시어머니들이 갖고 있는 공통된 생각이며 그것이 올바르지 못한 생각이지만 그렇다고 방송에서 바른말만 하면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재미'를 따져보자. KBS는 공영방송이다. 광고수익에 집착해 너무 상업적으로 흐르는 폐단을 막기위해 각가정에서 수신료를 걷어간다. 우리 돈으로 운영되는 공공의 방속국이다. 상업방송이 아니란얘기다.
솔직하면 재미있어진다. 사실이다. 몰래카메라 같은 방송임을 의식하지 못하고 벌어지는 해프닝에서 드러나는 연예인들의 솔직한 모습은 그 의외성으로 사람들에게 재미를 준다.
예를 들어보자. 어떤 예쁜 여자 연예인이 장애우 단체를 방문하여 같이 밥먹고 노래부르는 모습을 촬영방송하고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몰래카메라로 촬영했다고 치자.
차안에서 그 여자연예인이 코티네이터와 매니져에게
"너 아까 걔봤니? 내 앞에 있던 애 말이야 밥먹는데 입이 돌아가서 국물이 질질 흐르더라. 드러워서 미치는 줄 알았어. 또 다른 방에 있던 척추마비된 사람있잖아 그 사람은 몸도 못움직이고 눈만 껌뻑거리고 있던데 그런 사람 왜 살려두는지 몰라. 치료비만 억수로 들어가고 그거 다 국민세금이잖아. 짜증나 그런애들 다 죽었으면 좋겠어."
이렇게 얘기했다 치자. 가식이 전혀없는 아주 솔직한 모습이다. 방송에 나가면 여러 사람의 흥미를 자극할 수 있다.
그 방송을 본 사람들이 모두 웃을까. 장애인 복지시설이나 장애인 학교가 들어선다고 하면 '절대불가 반대시위'를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웃을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맞어맞어. 나도 저 생각했어. 저렇게 솔직하게 말하니까 내속이 다 시원하네"라며 맞장구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방송을 접한 수많은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은 눈물 흘릴것이다. 비율로 따지면 이들은 소수이다. 장애인보다는 일반인의 비율이 월등히 높으며, 소수의 장애인들이 눈물 흘리던 말던 다수의 시청자가 웃고떠들면 시청율 올라가고, 시청율이 높으면 광고가 많이 붙는다. 시청율과 광고는 곧 방송국의 수익과 연계된다. 그렇지만 방송사에서 소수인 장애인들의 눈물을 외면하고 장애인 비하 방송을 하던가? 장애인 차별 방송을 하던가?
혹시 실수로 그런 발언을 하는 연기자나 패널의의 발언을 내보냈다하더라도 그 다음 날 사과방송내보내며 책임자는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거나 그에 상응하는 징벌을 받게된다. 그런 발언을 한 연기자 또한 다시는 방송에 발붙이지 못하고 바로 다른 직업을 구해야할 것이다.
약자의 편에서, 소수인 그들의 인격을 존중하고 다수의 횡포를 막는 것이 방송의 공영성이기 때문이다.
다시 전원주씨 얘기로 돌아가자. 게시판에 어떤 시청자가 올린 말대로 친정이 가난해서 혼수가 부실하며 게다가 못생기기까지한 며느리 험담에 공감하며 내 얘기 대신해줬다고 속시원해하는 시어머니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방송을 본 며느리는? 곱게 기른 딸을 그런 시어머니에게 시집보낸 친정 아버지와 어머니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을지 통곡을 했을지 모르지만, 분명한 것 전원주씨의 속내를 솔직하게 표현하고, 그 표현을 여과없이 방송에 그대로 내보낸 것이 어떤이들에게는 상처가 됐다는 점이다.
전원주씨는 혼수와 예단 그리고 외모까지 부속한 며느리가 마음에 안들 수도 있다. 남자는 하늘이고 남편을 '우리주인'이라고 칭하며 남성우월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얘기를 방송에서 하면 안된다. 방송에서는 여성비하, 남녀차별 발언을 하면 안되다.
내가 개인적으로 전라도 사람을 싫어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방송에서는 지역차별 발언을 하면 안된다.
내가 개인적으로 흑인을 싫어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방송에서는 인종차별 발언을 하면 안된다.
정당한 이유가 없는 불합리한 차별이 방송을 통해 오히려 확대되고 힘을 얻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유없이 차별을 선동 한다던가. 하다못해 일상적으로 흑인을 검둥이라 불러도 방송에서 흑인을 검둥이로 비하하는 일은 절대로 불가한 일이다. 방송이 일반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방송주체들도 자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방송에서 알게모르게 유독 취약한 부분이 여성차별이다. 전원주씨 팬티 발언이, 며느리를 지칭한 것이 아니라 만약 같이 사는 친척 장애우를 향한 것이 없다면 어떻게 그녀는 됐을까?
"사정이 어려워 우리집에 얹혀사는 친척이 있는데, 장애인이야. 근데 그 애가 빨래를 하고 개켜놨는데 글쎄 일반인인 내 팬티가 밑에 있고 장애인인 그 애 팬티가 위에 있더라구. 그래서 내가 꼴보기싫어 발로 차버렸어. 일반인은 하늘이고 장애인은 땅인데 어디 감히 그럴수가 있어. 그저 땅인 장애인은 하늘인 일반인을 공손히 떠받들며 살아야하는 거야." 전원주씨가 한 발언 중에 며느리를 장애인으로 바꿨을 뿐이다.
만약 이랬다면 방송윤리위원회에서 그 프로 프로듀서 부터 징계를 먹을 것이다. 장애단체들의 항의가 줄을 이을 것이며 사과방송도 하겠지. 전원주씨는 방송에 공개사과를 하거나 일정기간 자숙하는 척하다가 시간이 좀 흘러 사람들이 그 사건을 잊고 잠잠해졌을 때 슬쩍 컴백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오늘 아침마당에서 또 전원주씨를 봤다. 여유만만을 보니 역시 사과방송같은 건 없었다.
맨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국민들에게 수신료를 일괄적으로 징수해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는 왜 이유없는 여성차별과 여성비하 발언을 일삼는 패널들을 출연시킬까 ?
정당한 이유없이 비하 당하고 차별당한 피해자가 장애인이라면,특정지역사람이라면,특정인종이라면, 이렇게 조용히 넘어갈리가 없다. 사과방송 한 번 없이 바로 다음날 전원주씨가 KBS에 얼굴을 디밀 수는 없다. 그녀가 아무렇지않게 방송에 다시 나올 수 있고 사과방송 없이 문제의 프로를 계속 방송할 수 없다. 그들이 그럴 수 있는 이유는 그 피해자가 만만한 이 땅의 여자라서 그렇다. 차별에 너무 익숙해져 분노하는 방법도 잊어버린 며느리라서 그렇다.
전원주씨는 솔직하고 입담좋은 연기자가 아니라 여성비하, 남녀차별주의를 선동하는 악질 선동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