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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내 집이 있었으면 좋겠다.


BY 지나다 2006-03-30

요즘 나는 기분이 많이 다운된 상태다.몸도 안 좋다.

뉴스에서 서울에선 11억을 가져야 중산층이라는 소리를 듣고,큰 아이 짝꿍집에 갔다가 잡지 속에 나온 듯한 40평대 아파트를 보며 난 뭐 하고 살았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난 전까지 남이 우리보다 부유하게 사는 것에 대해 별로 개이치 않고 살았다.돈이 다냐고,그렇게 생각하며 살았다.하지만,난 돈 뿐만 아니라 너무나 가진게 없는 사람이다.

결혼 10년.우리는 내 집이 없다.전세다.남편은 대기업에 다닌다.하지만,남편은 카드를 많이 긁는 편이다.그래놓고 자기 합리화는 끝내준다.얘기 듣고보면 다 필요한데 쓴거란다.남편은 술 담배를 즐기는 편이 아니지만,필요없는 물건들을 많이 산다.남편 한달에 이것 저것 떼고 받는 월급이 370만원 정도 된다.그런데,카드값이 많을 땐 한달에 200만원 이상 나온다.그게 거의 남편 개인적으로 쓴 것들이며 가족 공동을 위해 쓴 건 거의 없다.그러면서 현금은 현금대로 쓴다.남편이랑 내가 통장 캐쉬카드를 둘다 갖고 있는데,없애면 자꾸 만든다,통장이 남편 이름으로 되어 있으므로.

그러면서 자기는 강남쪽에서 집 살거란다.한때 기회가 있긴 했다. IMF 때.그때 우리가 처음 그 집에 들어갈 때의 전세금에다 5천만원 정도만 대출 받으면 살 수 있었다.그런데,남편이 지방에 2년 이상 내려가게 되었는데,지방 내려갈 때 거기에 회사에서 집도 전세 얻어주고 해서, 우리 전세값에다 보태서 살 수 있는 기회였는데,망설이던 중 아주버님이 사업 자금 빌려달라고 해서 그 돈 그대로 빌려줬다.그때 그렇게 많이 오를걸 예상 못했는데,우리가 다시 서울에 오니 거기서 다시는 집을 못  살 처지에 이르렀다.

그래서 우린 전에 살던 그 동네 근처에서 아직 전세로 살고 있다.열심히 오르는 전세금 올려주면서.2년마다 열심히 이사 다니면서.그것도 매번 근처의 다른 동네로.난  이사 안가고 살 수 있는 내 집이 있었으면 좋겠다.

강남쪽이 아니어도 좋다.하지만,울 남편 판교나 되면 모를까 아님 여기에 계속 살거란다.남편은 이사 다니는 것에 개이칠 않는다.아이 전학시키는 문제도 너무 간단히 생각한다.

남편은 우리가 집을 못 산 것이 집 살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란다.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매번 이사하는 스트레스와 지방 사시는 시부모님 10년동안 집 한칸 마련 못 했다고 날 멍청한 사람 취급하신다.이번에 우린 판교 1순위인데,그런 사람들끼리도 경쟁률이 높다하니,우리 시부모님 그러신다.그 사람들 10년이 넘도록 집 안 사고 뭐 했냐고,그런 한심한 사람들이 그렇게 많냐고 그러신다.

내가 호의호식하면서 지금의 상황이라면 이렇게 억울하고 허탈하진 않았을거다.다른 사람들이 남편이 남들 부러워하는 대기업 다닌다면서 왜 이렇게 궁상 떨고 사냐 할 정도로 난 검소하게 살았다.그러면서도 이 모양 이 꼴인데,건강까지 안 좋다.

난 남편이 다음엔 또 어디로 이사가자고 할지... 지금까지 유치원 옮기며 적응하기에 힘들었던 아이와  동네에 적응하기 힘들었던 나를 생각하면...한숨만 나온다.

판교가...혹시라도 혹시라도 당첨된다면,그땐 남편이 거기서는 이사 가자는 소리 하지 않을까?

판교가 주는 장점때문이 아니더라도,남편 말이 판교 되면 거기서 산다니깐,판교라도 되었으면 좋겠다.난 정말 이사가기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