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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랑 살기 싫다.


BY 지나다 2006-07-31

남편 때문에 너무 힘들다.그 얘기를 어찌 말로 다 하랴.전집으로 치더라도 몇질은 될 것을.

남편을 만나기 전엔, 힘든 것도 있었지만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고,미래에 대한 희망도 있었다.

하지만,지금은 아무런 희망도 자신도 없다.정신적 육체적 정신적 하나도 힘들지 않은 구석이 없다.

너무나 힘들어서 신앙에 의지하고 있지만,가끔은 하느님도 원망스럽다.내가 무슨 죄를 얼마나 지었길래 이런 사람하고 사는지...

그래서 이 사람은 딱히 친한 친구도 이 사람에 대해서 아는 사람도 별로 없다.하지만,겉으로는 아는 사람들에게 잘 하기 때문에(자기 방식대로의 친절. 다른 사람이 뭘 원하는지 전혀 고려치 않음.아이들이 자기가 좋다고 생각하는 로보트 같은 걸 어른들에게 선물하듯이) 사람들과 크게 트러블은 없지만,친한 사람도 속내를 터 놓을 사람도 없다(원래 누구에게도 속내를 털어놓는 사람은 아니지만).

오히려 급박한 상황에서 단 한번 이 사람과 마주친 사람은 이 사람의 인간성에 대해 오히려 더 잘 안다.모든게 자기 입장에서만 이루어지고 인사만 잘 하면 예의 바른건줄 알고(질서,규칙,에티켓 왕무시),자기는 뭐든지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자기 때문에 힘든 사람이 하다하다 못해 돌려서라도 얘기하면,얘기하기 전까지 이 사람 입장 고려해서 순화하여 고심 끝에 얘기한건데도,그 사람은 생각이 부정적이네 못 됬네 욕하고,자기 잘 했다 춰주는 사람한테는 그 사람의 아니다 싶은 생각과 행동까지 모두 옳다고 두둔하고...

이건 어디까지나 이 사람의 인간성의 일부를 얘기한 것이고,시누이와 시어머니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너무나 남편을 닮아가는 큰 아이를 보며 절망에 빠지게 된다.아이라도 바르게 키우려고 시시비비 가려 아이에게 얘기하면,남편은 애들이 그럴 수도 있지 하며 애 보는 앞에서 나를 나무라고 난 큰 아이와 사이가 자꾸 멀어진다.친구 사이에도 왕따 당하고 다툼이 잦은 아이를 이해해보려고도 하지만,남편을 보면 자꾸 절망적인 답이 보인다.

작은 아이,큰 아이와 4살 차이인데도 큰 아이보다 생각도 깊고 남을 배려할 줄도 안다.엄마가 힘들 때 위로해주고 슬퍼해줄 줄도 안다.하지만 큰 애는 자기 밖에 모른다.남편과 똑같다.그러다보니 작은 애는 내 자식이 되고 큰 애는 남편 자식이 되어버린다.그도 그런것이 남편은 큰 애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예민하고 애니까 애니까 하면서 큰 아이를 애 취급을 하면서도 작은 아이는 신경도 잘 안 쓸 뿐더러 잘 혼내며 큰 아이 취급을 한다.그러니 큰 애는 매일 애기처럼 징징대는 말투를 쓰며 하는 짓도 그렇고 작은 애는 나이에 비해 어른스럽다.덩치만 아니라면 작은 아이가 꼭 큰 애 같다.

그 성격에, 자기 월급을 거의 카드값에 쓰면서도 항상 내가 살림 못 한것처럼 뒤집어 씌우고 큰 소리치고(남편이 통장도 절대 안준다),그 카드로 긁은 쓸데없는 물건들 집안에 들여놓으며 쑤셔박아놓고 난 손도 못 대게 하면서 자기도 안 쓰고 누구 주지도 않고 나중엔 뭐 샀는지 자기도 기억을 못 하고 산 물건 또 사고, 기능 추가 되었다고 또 사고, 임시로 쓴다고 사고 나중에 또 사고...집은 점점 그런 물건들로 쌓여가니 정작 필요한 물건들은 놓을 자리도 없고,나중에 포장 박스와 스치로풀이나 포장지는 나중에 쓸거라고 버리지 말라고 하여 그런 박스들이 산더미를 이루어 집은 쓰레기장  만들어 놓고...집안 살림 살이나 애들 물건,옷이라도 내 맘대로 사고 싶은데,그런거 지 맘에 드는걸로 사다놓고(내가 사면 내 취향에 필요한 것들만 살텐데,필요함에 상관없이 그냥 즉흥적이고 기분대로 사버려서 저도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도 있고)...

나 정말 알뜰하게 살았는데,한 쪽에서 돈 세고 있는데 나 혼자 뭐하나 싶어 이젠 낭비까지는 아니지만 그리 쥐어짜며 살지는 않는다.

늘 헛돈만 나가는 집이니,난 결혼 10년 되도록 집이 없다.이사만 2년마다 짧게는 6개월만에도 이사를 다녔다.이사하면 지긋지긋하다.환경에 적응하기도 쉬운게 아니고...

돈도 없으면서 꼴에 죽어도 강남 산단다.그래서  있는 돈 탈탈 털어 강남서 전세 산다.아이들 교육 문제도 있고(전학 다니는 것도 안 좋고) 하니 이사 안가고 한 동네에서 살 수 있게 집 살 수 있는 동네로 이사가자고 내가 말해도,시누랑 바람이 쌍으로 들어서 그러고 있다.우리는 이 동네에 있는한 죽을때까지 집 못 산다.

결국은 나 늙어 죽을 때쯤 다른 동네에 집을 살지도 모른다.그게 우리 남편 스타일이다.내가 보기엔 딱 봐도 안 되는 게임인데, 만신창이가 될때까지 버텨보다가 결국 포기하는거.이사만 수십번 다니다가 다른 동네에 집을 살지도 모르겠지.

내 남편.집안 살림 육아 도와주는거 하나 없으면서 잔소리는 무지막지 하게 심하다.난 살림도 육아도 내 맘대로 할 수 없다.살림살이도 지 마음대로 사야 하고(하다못해 주전자 하나라도),냉장고 안 검사는 기본,냉장고 겉의 때도 손으로 문질러보고 잔소리한다(자기는 집을 쓰레기장을 만들면서.오죽하면 내가 새벽 2시까지 치울까.그래도 깔끔하기가 다른 집 일상적으로 치우는 정도도 못 된다).아이의 책가방이나 신발을 빤 후 조금이라도 보풀이 생기면 사람 잡아죽일 듯 하고...

그런 남편이 회사나 단체로 어딜가면 날 도와주는 척 한다.요번에 회사에서 단체로 휴가가면서 밥을 하더라.

사실 가끔 그런 적인 있긴 한데,내 남편은 라면 하나만 끓여도 부엌이 다 뒤집어진다,식탁위로 온갖 그릇과 음식물 쓰레기 비닐 봉지 포장 뜯은 쓰레기가 날라다니고, 바닥에는 식재료나 물이 흥건하고,음식쓰레기의 일부는 그릇에 함께 박혀있고,어제 전 끼니의 설겆이 후 말끔히 닦아놓은 가스레인지는 음식물 눌어붙고 흘린 것으로 잔뜩 얼룩져 있고...차라리 안 얻어 먹는게 편하다.

이 경우는 내가 어쩌다  주말 아침을 얻어 먹는 경우인데(대부분 라면),작은 아이가 아토피가 있어 가려움증 때문에 밤에 몇 번씩 깨서 울고 난리를 쳐서 아침에 거의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일어나곤 하는데,주말쯤 되면 깔아지는 경우이다.그러니 목 마른 놈이 우물 판다고 남편이 라면이라도 끓인다(절대 안 깨운다.준비하면 난리 치는 소리 그릇으로 내어 깨우고 잔소리할 여지를 남겨 놓는다).

그걸로 끝나면 그나마 고마운데(그렇지만 라면은 라면일 뿐 난 밥과 다른 반찬을 또 준비해야 한다.그 사람 입은 짧아도 한 상 떡 벌어지게 차리는걸 좋아하고 그렇게 안 하면 한심한 여편네 취급하니까.라면을 허기를 면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살림살이 부엌의 청결에 대한 잔소리가 늘어지니 고맙던 마음도 쏙 들어간다.

그런데 요번 휴가때의 남편이 아침 준비하는걸 보더니 다른 부인네들이 내 남편이 가정적인 거 같다며 칭찬을 하는거다.남편은 지가 마누라 호강시키고 사는냥 으쓱하고.난 그런 여자들 보면 정말 패주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난다.잘 모르는 사람들이니까 그냥 꾹꾹 누르고 있을 뿐이다.

제발 남의 남편 단면만 보고 이러쿵 저러쿵 판단하지 말았으면 한다.

남편은 정작 자기가 집안의 가장으로써 결정해야 할 일 같은 것에 대해선 결단력이 없어 언제나 흐지부지 하고,미루고 나중엔 될대로 되라 식이고(오죽하면 결혼할 때도 그러다 살집을 늦게 구해서 결혼 후 한달 간을 떠돌이 생활을 하고 다녔다).

정말 남편에 대해 얘기하자면 끝도 없다.아는 사람들한테는 속은 다르게 생각할 지언정 헤헤 거리는데,나한테는 대 놓고 소리 지른다.

남편 때문에 자식 키우는 것도 살림하는 것도 남들보다 더 힘들고,그 놈 닮아서 애도 왕따 당하고,집도 못 사고  맨날 이사 다녀야 하고,다른 사람한테 싫은 소리 안 하니(모르는 사람 한번 스치고 지나갈 사람에겐 말도 안 되는 소리 잘함) 내가 매일 화살받이 되어야 하고...

내가 왜 이렇게 이 사람 하고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그래도 안된 내 새끼들 저 인간한테 맡기면 죽도 밥도 안 되지 싶어서 그냥 이 인간이랑 살고 있다.

그런데,내 맘은 살기 싫다.이 인간 징그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