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안녕하세요. 불효여식 균이가 이렇게 모처럼 멀리에서 어머니께 서신을 올립니다. 그러고 보니, 시간이 정말 빨리도 흘러가는 것만 같습니다. 어머니께서도 벌써, 칠순을 훌쩍 넘기셨으니 말이지요. 뒤돌아보면, 지난 시절은 참으로 온갖 힘든 역경과 고난의 세월이었던 듯도 싶습니다. 어머니나 저, 그리고 우리 온 식구 모두에게 다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 시절에 어머니께서 저희 자식들에게 시간이 날 때마다 들려주시곤 하던 그 구구 절절한 사연들이 떠오릅니다. 처음 시집을 오시자마자 그 다음 날부터 벌써, 끼니 굶기를 밥 먹듯이 하시면서 열 몇이나 되는 시댁 식구들의 호구지책을 혼자 도맡다시피 하셨다는 그 말씀하며 또, 나중에는 아버지와 함께 그 힘겨운 시댁 살림으로부터 분가를 해 나오시면서도 변변히 부엌 살림도구 하나를 채 마련하지 못해, 심지어는 남이 쓰레기통에 내다가 버린 밥사발이나 부러진 수저까지 주워다가 그것으로 살림도구를 대신 하셨다는 그 기가 막힌 사연들 말입니다. 어머니, 정말 죄송합니다. 그러나 어머니, 제가 어머니만큼은 극진히 효도로써 모실 것을 맹세합니다. 비록, 큰 호강은 시켜드리지 못할망정, 제 힘이 닿고 형편이 되는 만큼은 꼭 편안히 모셔드리겠다는 말씀입니다. 모처럼 이렇게 어머니께 서신을 올리면서 밝은 내용을 올려드렸어야 하는데, 그저 어두운 내용만을 두서없이 나열하고 말았군요. 그럼 어머니, 앞으로도 오랫동안 계속 몸 건강하게 백년해로 해 주시기만을 간절히 기원 드리며 오늘은 여기서 이만 글을 줄일까 합니다. 몸 건강히 안녕히 계세요. 불효여식 균이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