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포외고 문제유출 사건의 진원지인 목동 종로M학원이 교육당국의 등록말소 처분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헤럴드경제 취재 결과 확인됐다. ‘학교-교사-학원’ 간 검은 커넥션이 밝혀져 사회에 큰 충격을 줬지만 편법으로 점철된 한국의 사교육 시장에서는 행정처분장은 한낱 종이조각에 불과했다.
2일 본지 취재진이 찾아간 목동M학원 중등부 건물은 겉으로 보기에는 영업을 중단한 듯 보였다. 셔터가 굳게 내려져 있었고, 문 앞에는 지난해 12월 20일 강서교육청이 발부한 ‘행정처분장(등록말소)’이 붙어 있었다. 그러나 겉모습에 불과했다. 인근 학원을 다닌다는 L양(15)에게 “중등부가 없어진 것이냐”고 묻자 그는 옆 건물을 가리키며 “이 건물만 문을 닫았지 옆에 있는 종로학원 건물 6~7층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종로M학원과 5m도 떨어지지 않은 종로학원 1층 로비에는 이날까지 중등부 접수를 마감한다는 포스터가 걸려 있었고, 접수창구에 몰려든 학부모로 발디딜 틈도 없었다. 중등부를 폐쇄했다는 학원 측과 교육청의 설명과 달리 이들은 건물만 옮겨 편법으로 운영하고 있는 현장이었다.
불법학원을 운영하는 학원 관계자의 설명은 어이가 없었다. 취재진이 “종로M학원을 찾고 있다”며 접근하자 학원 관계자는 “여기가 기존의 그 학원”이라며 “기존의 강사 그대로 모두 이 건물에서 똑같이 수업한다”고 했다. 입학생에게도 등록말소된 ‘종로M학원’이란 로고가 선명한 원서를 배부했다. 사고가 나기 전의 외고반 강사가 그대로 있느냐는 질문에도 “겨울방학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그 분들이 수업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포외고 문제유출로 사교육 시장에 만연한 비리를 몰아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정작 문제의 시발점이었던 이곳은 무풍지대인 셈이다. 이 관계자는 “3개월에 132만6000원, 두 달에 88만4000원인데 조기마감될 수 있으니 등록을 서두르라”고 재촉하기까지 했다.
교육당국의 무관심이 결국 학원의 편법운영을 방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준상 연세대 교수(교육학)는 “이런 식으로 지도감독을 했다면 교육청도 문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교육부의 권한을 개별 교육청으로 이양할 때 이런 지도 소홀이 나오지 않도록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수 기자(dlcw@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