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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반이라도 닮고 싶습니다.


BY 자작나무 2009-08-30

어릴적 엄마의 끔찍한 절약과 끔찍한 자식사랑 그리고 끔직한 깔끔함에 항상 부르르 떨면서 소리를 쳤다.

"난 죽어도 엄마처럼 안 살거야.. 엄마 같이는 싫어... 엄마 안 닮을거야."

 

허나.. 이제 서른이 넘자 전 이렇게 소리칩니다.

"엄마 반만 닮아도 소원이 없겠다..난 왜 엄마 발끝에도 못 미치지...."

 

가진거 정말 하나 없는 아빠에게 시집와서 온갖 고생 다 해가면서 그래도 끔직히 부부의 정이 강해서 딸하나 아들하나 소중히 보듬어 안고 절대 고생 안 시키려고 절약에 절약을 해서 아빠 나이 40이 되기 전에 집 한칸 마련하신 부모님.

그리고 그렇게 되기까지 엄마의 커다란 희생이 있었다는것을 알게되자 제가 얼마나 철이 없는 모난 딸이었는지 알게되었습니다

 

늘 음식점에 가면 엄마는 몰래 집에서 찬밥을 먹고 갔습니다. 아빠도요.

꼭.. 이인분이나 삼인분만 시키셨죠.

당신들은 배가 부르다고요.

그게 그렇게 궁상맞아보여서 맨날 욕을 했는데 그게 부모의 사랑이더군요.

내 입에 들어가는 것 보단 내 새끼 입을 채워주려고 하는 부모의 사랑.

그리고 그렇게 맛난것들은 모두.. 자식입에 채워주고 당신은 찬물에 김치에 밥을 먹으면서도 행복한 미소를 짓고.. 조금만 시간이 남으면 부업이다 아르바이트다 해서 자식들 다른 사람에게 뒤쳐지지 않게 노력하시고..

그렇게 사셨네요.

 

혹여 다치면 당신이 대신 다치지 못 함을 슬퍼하시고 좌절해서 기죽어있으면 그 좌절을 피하게 해 주지 못 함을 미안해 하셨고 피로에 절어있으면 혹여 그 피로 그 손으로 쓸어서라도 가져가고 싶어서 밤늦게까지 침대 머리맡에 계셨던 엄마...

 

입덧으로 열달 내내 못 먹는 내가 안쓰러워서 다이어트 하신다면서 같이 굶어버리고.. 그리고 내가 불쌍해서 혼자 울고.. 그나마 입에 댕긴다고 하면..그걸 그 더운 여름에 하느라 고생만 하시던 엄마.

 

아이를 보는게 서툴어서 고생하는게 불쌍해서 다른거 다 재쳐놓고 손주보느라 허리가 나빠지고 팔이 나빠져서 지금도 침을 맞고 있는 엄마.

 

자기 속옷은 다 헤어진거 입으면서 몇년전에 사준걸 아직도 입는다면서 내 옷을 사오신 엄마의 그 손을 보면.. 내가 왜 이렇게 부끄러고 화가 나고 속상해지는지.

 

전 아직 먹었네요.

하루 하루 엄마가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아직도 엄마다운.. 엄마를 닮아가기엔..너무도 머네요.

사랑하는 엄마.

제발..내가 제대로 된 엄마가 될때까지 옆에서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셔야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