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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더 이상 미안 해 하지 마세요!”


BY 일필휴지 2010-04-30

 

아침에 출근하면 맨 먼저 내 책상의 PC부터 부팅한다.

이어 커피를 한 잔 타고 도착한 이메일을 확인한다.


그같은 패러다임은 어제도 변화가 없었는데

어제 도착한 ‘좋은 글’은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촉촉한 단비였다.


제목은 <3,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이었는데 내용의 골자는 우산이었다.

우산은 최소 3,000년 전부터 이미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 당시 우산의 모양과 사용법은 지금과 별반

다름없이 위쪽에 펼칠 수 있는 비 가리개가 있고

그 아래 중심부엔 기둥을 붙잡는 기능이 있다고 했다.


아울러 이 글을 쓴  필자는

“(근데) 제가 어제 새로 산 우산의 모양과 사용법도

3,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에게 우산같이 절대로 변하지 않을 확실한

마음의 구조가 있나?’를 반문하였고 이 글을 소개한 모 커뮤니티 사이트는


‘(우리도 이처럼) 누군가에게 우산같이 변함없는 사람이 되어보세요.

우산만도 못한 사람은 되지 맙시다.’라고 끝을 맺고 있었다.


결코 원하진 않았으되 가혹한 운명의 신은

일찍부터 나를 소년가장이라는 절벽으로 밀어냈다.

하여 남들은 학교에 가는 때에 고향역 앞에서 구두를 닦았다.


그러다가 소나기라도 쏟아지는 때면 부리나케

우산 도매상으로 달려가 파란 비닐우산을 떼다 팔았다.

그런데 우산을 파는 것도 타이밍이 중요했다.


즉 비가 아침부터 구질구질하게 내리는 경우엔

사람들의 거개가 아예 집에서 우산을 들고 나왔다.

그러했으므로 그런 날은 당연히 우산이 잘 팔리지 않았다.


반면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라고 한다면 상황은 사뭇 달라졌다.

너도나도 우산을 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손님들로

말미암아 나는 연신 즐거운 비명을 지를 수 있었으니까.


당시 비닐우산 하나를 5백 원에 팔았는데 2백 원이나 남는 매우 짭짤한 수입이었다.

그렇게 우산을 많이 팔아 주머니가 두둑해질 때면

귀갓길에도 흥이 나고 발걸음에도 힘이 붙었다.


병환으로 두문불출하시는 아버지껜 모처럼

맛난 생선도 한 마리 사다 드릴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고로 그 즈음의 우산은 내게 있어선

돈벌이의 혁혁한 우군에 다름 아닌 참으로 고마운 대상이었다.


세월은 여류하여 아버지께선 내가 결혼을 하고

아들이 불과 세 살이었을 적에 그만 저 세상으로 떠나셨다.

아내(나의 생모)도 없이 독수공방의 홀아비로만

사시다 가신 당신이었기에 나의 슬픔은 더했다.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아버지의 부재(不在)는

둘째인 딸을 낳게 하는 동인(動因)이었다.

나는 박복했던 탓으로 비록 삭풍의 간난신고만을 점철하였으되

내 사랑하는 아이들만큼은 그러한 악재(惡材)로부터도

반드시(!) 내가 우산이 되어서까지 막아주리라 결심했다!


지난 2월에 아들과 딸은 마침내 대학을 졸업했다.

내처 아들은 취업에까지 성공함에 따라 비로소 고진감래의 종착역은 있음을 절감했다.


그 옛날 우산팔이 소년의 꿈은 바로 내 자녀만큼은 남부럽지 않게 기르자는 것이었다.

어버이날을 맞아 아들과 딸이 선물을 사 들고 온댔다.


빈손으로만 와도 고마운 녀석들이다.

“공부 잘 하는 널 못 가르쳐 한이 된다”고 하셨던 선친께도 이젠 드릴 말씀이 생겼다.


“아버님~ 이젠 더 이상 미안 해 하지 마세요!

아버님의 몫까지를 담아 두 아이를 참 훌륭하게 키웠으니까요!”


앞으로도 내 가정에 닥치는 온갖의 풍파를 너끈하게 막는 오롯한 우산이 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