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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가 보고 싶네요..


BY 아리아드네 2011-04-04

봄이네요.

오늘 아침 운동을 하다가 따스한 볕에 피어난 보라색 제비꽃을 봤습니다.

문뜩 떠오르는 분이 제 돌아가신 외할머님이네요.

 

수줍게 얼굴을 내밀고 있는 모습이 마치 그 분과 닮아서일까요..

 

갑자기 밀려오는 그리움에

그만 제비꽃를 꺾어서 가져왔어요.

 

오늘은 그 분의 이야기를 풀어 놓을까 합니다.

 

옛날 분치고는 늘씬한 몸매와 키로 당신 자식들 그 누구도

그 외모를 받지 못한것을 후회하게 만드시는

얼굴 또한 가름하셔서 누구 앞에서도 `우리 할머니다`라고

자랑하고픈 아름다우신 모습이었습니다.

 

제 친정어머니는 그 분의 큰 딸..

제가 살았던 동네와는 그리 먼 거리는 아니지만

걸어서 한 시간여쯤.

버스로는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에

할머니집에서 저희 집으로 오시기에는

정말 힘든 코스인데도 불구하고,

일 주일이면 하루, 이틀 빼 놓구는 매일 새벽 걸어서 오셨답니다.

그 당시 저는 고등학생

도시락 두 개에 학교 가방이 버거워 보이는 저를 보시러

입이 짧아 기름진 음식을 싫어하는 손녀에게

당신이 직접 기르신 열무로 담근 김치와

제가 좋아하는 상추도 직접 키워 가져와

맛난 강된장 바글바글 끓여서 내어 주시던 그 손길.

고등학교가 집과는 너무 멀리 있어서

잠을 설치고 혹시나 아침 식사를 거르고 갈까봐

새벽 걸음을 하셨던 분입니다.

 

저는 할머니가 오시면 정말 세상이 가득찬 것처럼 행복했습니다.

할머니 손 맛에 기다리는 것도 있지만

저를 바라 보시는 그 눈 빛-말씀은 없으신 편이라 늘 행동으로 보여 주시는 그 분이 지금의 저를 만드신것이라 생각합니다.

 

엄마가 있음에도

할머니가 그리운 것은 그 분의 사랑이 저에게 더 다가와서일까요?

 

초경을 했을 때 일입니다.

별로 두렵거나 놀래지 않게 처리를 하고는

그 날도 할머니께서 오신 날입니다.

오히려 할머니께서 놀래시며

다음날에는 아기들이 하는 기저귀천을

작게 만들어 오셔서 집에서는 그 걸 하라고 건내주셨답니다.

그리고는 절대 제가 빨지 말라고

당신이 다음날 깨끗이 삶아서

다시 하얗게 만들어 놓고는 하셨지요.

그 정성이란..

 

전 조용히 할머니의 고생스런 삶을 들여다 보며

다짐을 했습니다.

대학을 들어가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늘 떠오르 할머니께 제일 먼저 달려가

봉투를 내밀며 할머니의 힘든 짐을 덜어드리려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월급날이면

제일 먼저 할머니 생활비로 일정 금액을 내어 드렸지요.

얼마 되지 않은 돈을 받으시며

늘 미안해 하시는 할머니..

결혼하고도 제 일이 있어

생활비를 보내 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었지요.

 

제 곃혼식에 제일 많이 눈물을 보이신 분,

신혼여행 다녀와서 인사 갔을때

손을 흔들며 하염 없이 눈물을 보여시는 모습이

백미러로 보여 저도 가슴이 아렸습니다.

 

좀 더 잘 해 드릴껄..

후회만 됩니다.

 

생전에 할머니께서는 일본에서 사신 경력이 있어

저를 보면 기모노를 입혀 보고 싶어 하셨습니다.

일본 여자들의 화려한 기모노를 입은 손녀딸의 모습을

당신의 손으로 하고 싶어 하셨지만..

 

항상 생활고에 찌들어 사셨지만

손녀 사랑이 남 달랐던 분입니다.

 

오늘 그 분이 너무 보고 싶은데..

그 분이 어딘가 계신다면 가보고 싶은데..

꿈 속에서라도 만나고 싶습니다..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