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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씌어진 시 / 윤동주


BY 모란동백 2014-10-06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 *(六疊房 )은 남의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 (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를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몰아내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  윤동주

 

 

 

**육첩방은 일본식 다다미가 여섯장 깔린 일본식 방

 

시를 쓰는 행위에 대한 반성과 시가 쉽게 쓰여지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을 노래하며

내면적 자아와 화합을 이루어 보여주는 의지적 결단의 자세를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