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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믄장 아기 정말 재미있게 잘 보고 왔네요


BY 인철맘경희 2008-03-27 23:09:35

아이와 함께 기쁜 마음으로 가믄장 아기를 보러갔다왔네요,

제목부터가 독특하면서도 맘에 와닿았는데

울 아들 "엄마 가믄장 아기가 뭐야??"

저도 첨 들어보는 말인지라 궁금했네요.

 

오늘 오신 관객분들의 대부분은 출연진 배우분들의 부모님과

그분들 친구분들이신지

나이가 많으신 아버님 어머님들이 대부분이었네요.

 

드뎌 공연이 시작되고.....

공연 관계자분께서 나오셔서 공연 중간에 관객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면서

미리 연습하는 차원에서

비오는 날 연못에서 들리는 소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소리를 같이 내는 연습을 했습니다.

공연 중간에  그소리를 내야하다보다 했더니 그 소리는 아니구

거믄장 아기가 파도에 휩쓸릴 때 파도소리와

바람을 뚫고 지나갈 때 바람소리와

숲에서 길을 잃고 헤매일 때 숲에서 나는 무서운 소리가 필요하더군요.

음향 효과가 관객들의 입을 통해서 나오게끔 하는

아주 독특하고도 재밌는 발상이었습니다.

아마도 공연마다 다른 음향효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더군요.

 

 

해금과 장구를 든 배우분들이 거지행세를 하면서

관객뒤에서 연주를 하면서 나타납니다.

배우 두 명이서 구수한 제주도 방언으로 대화를 하다가 관객들을 보면서

제주도 말을 아느냐구...물어봅니다.

 

잠깐 동안 제주방언에 대해서 공부하고나서~

머리에 박을 쓰고 나타난 배우분은 연주를 하면서

박을 슬며시 내려놓더니 눈짓 몸짓으로

박에 돈을 넣으라는 퍼포먼스를 보이네요..

그 모습이 어찌나 우습고 재미있는지....

박에 돈이 하나도안모이자 박을 들고서 얼굴을 가렸다가 보였다가 하면서

표정연기를 하는데 표정이 너무나도 리얼하면서도 표정변화도

어찌나 무쌍한지...

암튼 얼굴이 자유자재로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았네요..

 

결국 거지들은 밥을 달라면서 관객들에게 애절하게 매달립니다.

앞에 앉으신 지긋하신 아버님 어머님들이 어찌나 재밌어하시던지..

관객이 별로 없는데다가 유일하게 꼬마친구로서 울 아들이 혼자 있으니

당연 울 아들에게도 배우분께서 밥을 달라며 통사정을 하더군요.

울 아들 실실 웃다가 없어요~~~

 

거지대감이 나타나서 배고프다며 사람들에게 밥을 요구하다가

또다른 여자 거지를 만나서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되고

은장아기 놋장아기 그리고 가믄장아기를 낳게 됩니다.

가믄장이라는 게 검은 나무그릇을 뜻하는 거더군요.

가믄장아기를 낳은 뒤로 부자가 된 거지대감은

아이들을 불러놓고서 누구덕이냐구 묻고

은장아기와 놋장아기는 부모덕에 살았다고 대답하나

가믄장아기는 배꼽아래 자궁덕이라고 말하며 월경천을 내보이다가

거지대감의 분노를 사서 쫓겨나게 됩니다.

가믄장아기는 파도에 휩쓸리고 무서운 숲에서 헤매다가

마를 팔아서 파는 셋째 마퉁이와 사랑에 빠져서

결혼해서 농사를 짓고 행복하게 사는 것으로 공연이 끝나네요.

 

북 장구 해금 등으로 적절하게 음향효과를 내고

관객들에게도 음향효과를 내게끔 하고

관객의 참여를 많이 유도해내는 독특한 방식의 공연...

거지대감의 부인이 아기를 낳을 때도

나이 지긋하신 아버님께서 직접 나가서 아기를 받으시구..

거지대감 부부가 첫날 밤을 보낼 때도

얼레리 꼴레리 얼레리 꼴레리~~가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유도하고...

 

돌모양으로 된 얼굴모양을 앞뒤로 돌려가며

한 사람이 세 사람 몫의 역할을 해내는데

말투며 행동 얼굴 생김새까지 자유자재로 바꾸는데

얼굴 표정이 정말 다양하고 코믹하면서도 재미있네요.

 

중간중간 배우분들이 관객에게 다가와서 눈을 맞추며

관객분들에게 대답을 요구하기도 하고

노랫소리를 따라부르게 하기도 하고...

관객들의 호응도도 좋아서 나이지긋하신 부모님들

약간 겸연쩍어하시면서도

정말 잘 따라하시구 좋아하시더군요.

 

가믄장아기가 마퉁이랑 노란 황금들판을 만든 후에는

직접 떡도 돌리고...

하나씩 나눠주는 떡도 받아먹고

마지막으로 사물놀이를 신나게 하고 나서

공연이 끝났습니다.

 

공연내내 제주도 방언이 나오는데

약간 어려운 말도 있었지만

귀에 착착 감기는게 알아듣기에는 문제가 없는 듯...

 

소곤소곤하면서도 구수하고 

때로는 강렬하고 멋지고 경쾌한 공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