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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토막난 747 공약, 조중동·KBS의 침묵은 왜


BY 맨토르 2009-05-06

4만달러 간다더니 오히려 뒷걸음질… 2만달러도 넘기 어려워

 

[경제뉴스 톺아읽기] 반토막난 747 공약, 조중동·KBS의 침묵은 왜

IMF가 우리보다 우리를 더 잘 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국민소득 2만달러라는 것도 하나의 지표일 뿐 여기에 목을 맬 이유도 없다. 그러나 이쯤해서 이명박 대통령의 747 공약을 다시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연 평균 7% 경제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위 경제 대국. 그 화려했던 전망과 달리 올해 경제 성장률은 잘 해봐야 -2%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2%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전망이고 국내외 전망은 그보다 낮다.

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는 최근 발간한 세계 경제 수정 전망에서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2007년 2만1695달러에서 지난해에는 1만9231달러로 줄어든데 이어 올해는 1만4945달러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에는 1만5192달러로 조금 늘어나겠지만 2014년까지 2만달러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환율 영향이 크긴 하지만 새삼 충격적인 전망이다.

일단 문제는 환율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1695달러였던 2007년 기준 원달러 환율은 929원이었다. 환율은 지난해 1102원으로 뛰어올랐고 올해는 1300원을 웃돌 전망이다. 달러 환산 국민소득이 20% 가까이 또는 환율에 따라 그보다 더 줄어들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IMF의 전망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만 1300원 수준의 환율이 비정상적으로 높다고 본다면 애초에 국민소득 2만달러가 허상이었다고 보는 게 맞다.

주목할 부분은
보수성향 언론의 반응이다. 3대 보수 신문, 이른바 조중동은 이명박 대통령 임기 안에 국민소득 4만달러는커녕 2만달러도 넘기기 어려울 거라는 전망을 단 한 줄도 싣지 않았다. 방송 중에서는 KBS가 침묵했다. IMF를 얼마나 신뢰하느냐와 별개로 일단 공신력 있는 국제 기구의 전망인만큼 뉴스 가치는 있다. 납득할 수 없는 전망이라면 비판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들 언론은 침묵했다.

IMF는 원달러 환율이 2010년 1433.4원, 2011년 1458.9원, 2012년 1478.8원, 2013년 1494.7원, 2014년 1510.3원으로 오히려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IMF에 따르면 선진국으로 분류된 33개국 가운데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2007년 28위에서 지난해에는 31위, 올해는 32위로 처질 전망이다. IMF는 2014년까지 우리나라가 대만과 함께 꼴찌 수준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IMF의 전망에는 귀 기울일 만한 부분이 좀 더 있다. 우선 우리나라 물가 성장률이 33개 선진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 될 거라는 전망, 올해는 1.7%로 국가 부도 사태에 직면해 있는 아이슬란드와
몰타에 이어 슬로바키아와 공동 3위를 기록한데 이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평균 3%로 33개국 가운데 최고 상승률을 보일 전망이다. 역시 환율 탓이 크겠지만 상당히 부담스러운 전망이다.

IMF는 또한 우리나라의 재정수지가 올해 33조420억원의 적자에서 내년에는 49조8200억원 적자로 급격히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총생산 대비 적자 규모도 3.2%에서 4.7%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들보다 재정 건전성이 좋은 편이지만 문제는 올해부터 대규모 감세와 재정지출로 재정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선진국들 평균이 내년에는 0.1%
포인트 개선되는 것과도 대조적이다.

물론 최근에는 여러 가지 긍정적인 지표들도 많았다. 사상 최대의 경상수지를 냈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우리나라 주식을 악착같이 사들이고 있다. 이번 IMF 전망에서도 경상수지가 지난해 64억달러 적자에서 올해 208억달러 흑자로 돌아선 뒤 2014년까지 200억달러 이상의 흑자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최고의 부자, 워렌 버핏 버크셔헤서웨이 회장도 최근 주총회에서 우리나라 제조업 기업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처럼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전망이 의미하는 결론은 뭘까. 대부분 언론이 단편적인 지표 하나하나에 일희일비 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의 성장 잠재력이 급속도로 둔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부 대기업들의 실적이 호전되고 있긴 하지만 일부에 그칠 뿐인데다 결국 주주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뿐이고 과도한 수출 의존도와 빈약한 내수 기반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사실을 최근 여러 전망들은 일관되게 웅변하고 있다.

물론 성장률 후퇴가 전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책임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일차적으로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탓이 크지만 오락가락 환율 대책과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강박관념, 수출 대기업 중심의 성장전략과 극단적인 주주 자본주의, 막무가내 부자 감세, 무분별한 규제완화, 방치된 양극화, 취약한 내수기반과 더욱 열악해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급증하는 실업률. 이명박 정부는 해법을 내놓기는커녕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