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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에 읽는 '명화 다르게 보기'


BY joongmae 2007-08-08

아이들 방학과 함께 여러 전시회들이 우리들을 사로잡습니다.
덕수궁에서 '비엔나 미술사전'
예술의 전당에서 '오르세 미술관전'
시립미술관에서 '모네전' 등등!
욕심을 내보았습니다.  이 전시회들을 하나 하나 둘러보기 전에 책으로 미리 작품들을 만나보자.
그래서 도서관에서 여러 책들을 찾아보았는데 아주 재미난 사실을 발견했어요.
한 작품을 보더라도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해석이 전혀 딴 판이라는 거지요.
예를 들어 의학자는 그림 속 주인공의 건강상태, 경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화가의 마케팅전략 내지 돈 버는 방법에 대해,
소설가는 주인공이나 작가의 생애에 관심을 두고, 미술평론가는 그림이 소장되어 있는 박물관, 미술관에,
음악전공자는 재킷에 인쇄된 작품과 음악에 더 관심을 둔다는 식의....
그래서  다섯 권의 책들을 두루 읽으면서 '고것 차암'이라는 말을 거푸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소설가 함정임이 쓴 '나를 사로잡은 그녀, 그녀들'은  미술 속 여자이야기인데 여기에서 소개된 최초의 여성화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의 작품 '자화상'과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배는 유딧'부터 봅시다.
 

 
화가였던 아버지로부터 어릴때부터 화가수업을 받았던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는 같은 화가였던 아버지의 친구에게 강간을 당한 뒤 이태리에서 재기한 여성화가입니다.  그녀가 그렸던 '유딧'은 앗시리아 적장인 홀로페르네스를 술 취하게 한 후
목을 벰으로서 민족의 위급함을 구한 미모의 유대인 과부랍니다.  '유딧'에 대한 그림은 많아요. 산드로 보티첼리,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피터 폴 루벤스, 카라바조와 구스타프 클림트도 그렸거든요.  그런데 남성화가가 그린 '유딧'은 대부분 적장을 죽이기 직전이나 직후의 연약하고 아름다운 소녀로 묘사한 반면 여성화가였던 '아르테미시아'는 과감하게 적장을 죽이는  근육질의 씩씩한 '유딧' 으로, 목을 베여 피를 철철 흘리는 현장을 극적으로 표현했다는 것이 충격적이지요.  아마도 자신을 '유딧'으로, 여성을 성적으로 사회적으로 억압하는 모든 남성들을 '홀로페르네스'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어요.
그녀는 자신의 모습도 독창적인 시각에서 그렸습니다.  왼쪽의 '자화상'을 보세요. 위의 각도에서 한 손에는 팔레트, 한 손에는 붓을 들고 그림에 몰두하고 있는 예술가의 모습이지 않습니까? 점잖게 정면을 보고 고정자세를 취하는 대부분의 자화상과 확연히 다르죠.    
 
이제는 오브리 매넨 지음, 박은영 옮김의 '예술가와 돈, 그 열정과 탐욕'에 소개된 두 화가, '베르니니'와 '보로미니'에 대해 얘기해 보죠. 
일평생 부와 명성을 누리며 자신을 잘 홍보했던 조각가 '베르니니'와 그의 조수역할로 일평생 가난했던 천재 석수 '보로미니'는 동시대에 태어나서 전혀 다른 길을 간 또래입니다. 1599년 태어나 1667년 죽을 때까지 '베르니니'의 그늘에서 괴퍅스럽게 일만 했던 '보로미니'.  두 조각가의 작품은
 
 
'메두사'와 '성베드로성당 천장'에서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베토벤 머리같이 머리속에서 뱀이 꾸역꾸역 기어나오는 듯한 '메두사'와 밤낮없이 일만 했던 '보로미니'의 '성베드로성당'은 '베르니니'가 만들었다고 전해진다죠.
'베르니니'를 보면서 저는 자꾸 '베르메르'와 혼동을 합니다. 처음 '베르니니'를 읽었을 때 어? 조각가야? 아닌데 '진주귀걸이 소녀'를 그린 '베르메르'가 아니고? 라고 했으니까요.
 

 
본격적으로 의학으로 들어가보죠.  법의학자 문국진이 본 명화속 주인공의 건강상태나 일생에 대한 얘기 '명화와 의학의 만남'속에 보면 '퐁파두르 부인' 그림 얘기가 나옵니다.  '퐁파드르 부인'이 누구이냐 하면 파리의 은행가의 딸로 태어나 미모와 교양을 무기로 스물넷에 루이 15세의 정식 애인이 되어 베르사유 궁에서 살다가 마흔셋에 죽은 퐁파두르 후작부인을 말합니다.
 

 
20년은 처녀로, 15년은 창녀로, 7년간은 뚜쟁이 였던 여인, 여기에 잠들다 라는 묘비 문구로도 유명한 그녀의 일생은 '프랑수아 뷰세'가 그린 '퐁파두르 부인에서도 잘 나타나지요.  정적들과의 암투, 매일 밤 계속되는 연회로 지친 몸, 루이 15세의 왕성한 정력으로 냉증이 심해서 뒷물을 자주 했던 여인, 그래서 비데를 새로 고안해서 사용했다는데 그녀의 진료 기록에는 20년동안 월경 전후로 심한 두통 호소, 가벼운 변비 동반하여 연하제 투여, 기침과 냄새나는 가래 동반등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녀의 사인은 심부전으로 되어 있지만 폐결핵으로 추측한다는 저자의 말. 미인은 박명?
 
이제는 이주헌의 '프랑스 미술관 순례'에 소개된 작품중 '들라크루아'에 대해서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요.  들라크루아미술관은 그의 아틀리에를 개조하여 한 곳으로 파리 생 제르맹 데
프레지역에 있답니다.  추하고 악한 것을 적나라하게 미의 경지로 승화시킨 '들라크루아'의 그림은 무척이나 격렬하고 뜨거워 "색깔들의 폭발"이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합니다.
그는 늘 이렇게 말하곤 했답니다.
"자연은 광대한 사전이다, 자신의 상상을 좇는 화가들은 그들의 생각을 담아줄 요소들을 그 사전에서 찾는다." 그가 그린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을 보면
 

 
지저분한 옷을 대충 걸쳐입은 자유의 여신 옆에 실크해트를 쓰고 양손으로 총을 움켜 쥔 '들라크루아' 자신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진짜 총을 들고 시가전에 참여한 적이 없는 '들라크루아'는 그림을 통해 조국을 위해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지 않았나 싶네요.
이외에도 그는 '키오스 섬의 학살' '사르다나팔루스의 죽음'이라는 그림을 통해 공포, 소름끼치는 장면을 극적으로 표현해 많은 비평가들과 살롱의 심사위원들이 비난했던 화가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음악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아니 음악보다 음악재킷에 인쇄된 명화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클래식광, 그림을 읽다'의 저자인 이장현은 존 가디너가 아르히프에서 몬테 베르디 합창단 설립 25주년 기념으로, 생전에 그가 재직하던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성당에서 라이브로 녹음한 음반
 
몬테 베르디의 '성모 마리아를 위한 저녁기도'
 
를 소개하면서  재킷에 들어있는 '마르티니'의 '수태고지'에 대해 알려줍니다.
 
 
 
처녀인 마리아에게 천사가 손가락으로 암시하는 잉태소식을 거부하는 듯한 몸짓의 마리아의 그림.
화면 중앙에서 시선을 집중시키는 마리아의 저어하는 듯한 손과 천사의 손이 모아지는 공간의 아우라. 음악전문인인 저자는 음반 표지에 실린 명화들이 어떻게 선택되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 표지를 장식하게 되었는지 배경설명과 함께 풍성한 음악 지식을 알려줍니다.
유명 음반일수록 명화가 그 음반의 품격을 한층 더 높여주어 수집하는 분들도 더러 계신 모양인 터.
 
이렇게 예술작품을 보는 눈, 느끼는 감동이 제각각인 것.  이것 또한 예술가들이 뛰어나기 때문아닐까요?  그저 바라만 봐도 감탄스러운 작품들을 요모조모로 뜯어보고 분석한 분들처럼 저도 보는 눈, 느끼는 마음눈을 더 키워가야 겠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발품, 다리품을 팔아 타임머신을 뚫고 21세기 한국에 찾아온 15, 16, 17세기 작품들을 자주 만나볼 작정입니다. 
 
아! 위의 귀한 그림들은 empal검색창에 뜨는 그림들 중 골라 올려 놓았음을 밝힙니다.
그리고 책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www.kyobobooks.co.kr에서 퍼올린 책 표지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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