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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회상- 첫번째


BY kyou723 2008-01-30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가는, 한국에서 있었던 삼십 일 동안의 내 스토리를 열어제킨다.
일기장을 공개한 것 같아 쑥쓰럽구만~~
<12/19> 베를린 출발!!! 프랑크푸르트에서 입국심사하던 중 혜인이랑 주은이가 싸워서 우는 바람에 줄서다 다른 우대통로로 인도당했고, 그 덕분에 일찍 들어가게 되었다. 덕분에 면세점에 들러 이것저것 선물 살 시간을 벌었다. 와우~ 아그들 우는 것도 주효하네~

<12/20> 비행기가 인천공항에 거의 도착할 무렵 잠자던 혜인이를 깨웠더니 비행기에서 안내리겠다고 앙탈을 부리며 우는 바람에 청소하는 아줌마랑 함께 비행기안에 있었다. 덕분에 독일인 기장 아저씨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시는 바람에 혜인이의 울음을 잠재울 수 있었다. 공항에 픽업나온 큰언니랑 형부.... 30분 이상을 기다려도 안나와서 걱정했단다

<12/22> 시댁과 친척들이 있는 광주에 갔다. 시차적응 할 새도 없이 한국에 있는 시간이 아까워 이리저리 종횡무진이다.

<12/24> 다시 서울에 올라와 큰언니 식구들과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냈다. 낮에는 오이도에 사는 시누이집에 들러 맛있는 회를 먹고 밤에는 큰언니 집에서 밤늦게 촛불을 켜고 케익을 자르고 예수님 생일을 축하했다.

주은이가 한국교회에서 선물받은 커다란 양말을 장롱에 걸어두고 산타가 선물을 줄거라고 고대하며 잤는데 정말 산타가 다녀갔는지 과자가 잔뜩 들어있었다. 나도 한번 해볼까.

<12/26> 둘째딸이 퍼머를 했다. 아이도 하고 나또한 고대하고 기대하던 매직 스트레이트를 했다. 독일은 워낙 비싸고, 예약을 해야 하기에 한국에서 하리라 벼르고 있던 차였다. 반곱슬이라 스트레이트가 잘 안된 것 같은데, 그래도 상쾌하다.


 * 네살 짜리 둘째딸! 아줌마 되다~

<12/27>대전에 내려가 장태산 휴양림에서 휴식을 취했다. 얼마만에 맛본 천연 자연의 느낌인가. 잠에 쓰러진 혜인이까지 들쳐없고 장태산 산정에 나섰다.

슬리퍼를 신고 날날이가 된 중학생짜리 조카 예은이와 요리솜씨 뛰어난 예지의 맛있는 호떡잔치, 낑낑대며 광일이를 들쳐업은 성균이와 잠든 혜인이에게 장태산공기라도 쐬주러 안고나온 주은아빠까지.... 장태산의 공기는 우리 모두를 한아름에 안을 만큼 신선했다.

둘째언니 집에서 그렇게 먹고 싶었던 동태찌개와 꽃게탕을 맛보았다. 독일에서 정말 먹고 싶었던 얼큰한 동태탕~~

<12/29> 서울로 올라와 다시 고흥으로 내려갔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고 손오공도 부럽지 않은 우리 가족의 행보에 모두가 놀란다. 한국에 있는 동안 남아있는 시간이 너무나 아깝기 때문이다. 넘실대는 바다, 내가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냈던 나의 뱃속고향으로 출발!!!

고향의 내음이 날 반긴다. 나에게 정말 맞는 자궁과도 같은 내 고향. 부모님의 고향이기도 한 이곳에서 칠십 노년의 부모님은 새로운 신혼을 맞고 계신다. 우리를 위해 준비한 엄마의 맛깔스런 정찬과 함께 떠난 차가운 겨울바다로의 여행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그래도 이번 여름에 아빠가 독일에 여행 오신다니 위안은 된다.(지금 베를린의 냉장고엔 엄마가 싸주신 마른생선과 직접 만든 고추장이 추억을 되씹어주고 있다.)


 ** 남해안 겨울바다로의 여행

<1/4> 다시 대전으로 올라와 둘째형부에게 침을 맞고, 뜸을 뜨고...이국생활에서 약해져 있던 내 젊은 기를 다시 올리리라 마음 먹으며 매캐한 뜸의 연기도 듬뿍 마셔본다. 남편과 나를 위해 맥을 잡아주고 한약재료를 주신 둘째형부. 너무나 감사해요^^ 힘이 불끈불끈 솟는 것 같다.

<1/5> 남편의 외할아버지(나의 시외할아버지) 댁에 다녀왔다. 나의 시어머니는 돌아가신 지 8년이 되셨는데, 할아버지는 살아계셔서 우리만 보면 눈물을 흘리신다. 구십을 훌쩍 넘기셨고 눈이 보이시지 않지만.... 할아버지!!!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사세요~~


 ** 시외할아버지의 눈물

<1/7>남편과 나, 아이들 모두 간단한 건강검진을 했다. 모두가 정상...독일에서 기압 때문인지 주은아빠에게 늘상 아프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드뎌 꾀병이었음이 들통났다.

<1/8> 가장 큰 사건이 일어났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우리 큰조카 겨운이가 학교 끝나고 집에 오다 불량배들에게 맞아서 얼굴이 붓고 이가 깨지고 이의 신경이 죽은 사고가 있었다(현재 주변 모두들의 기도덕분에 신경이 모두 살아났다 함. 깨진 이도 심한 것은 아니어서 그냥 쓰기로 했다고 한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 폭력배가 달아나버려서 찾을 수 없었지만, 잡아서 능지처참이라도 하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아프고 힘들었다. 내가 경찰에 대해서(관련 일을 했기에) 조금 안다는 이유뿐만 아니라 갈증이 나서 경찰서를 들락거렸다. 용의자 몇 명의 사진을 보여주는데, 조카가 고개를 젓는다. 아무래도 찾기가 쉽지 않을게다. 그런데 무엇보다 맞는 것보다 조카가 받을 마음의 상처에 가슴이 아프다. 어딘가에서 제2,제3의 폭력을 휘두르고 있을 그네들을 생각하니 아찔하다. 이 땅에 폭력청소년이 사라지길 바래본다.

<1/9>남편이 아는 직장선배의 초대를 받아 식구들과 함께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신촌의 횟집에서 밥을 먹었는데, 갑자기 시끄러운 고함소리가 들린다. 부부가 기분좋게 밥먹다가 싸운 것 같다. 술먹은 남편이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그릇이 날아다니고... 급기야 주인 아줌마하고 싸움까지 붙어 식당은 초토화되고, 경찰이 오고....

식당은 금새 아수라장이 되었다. 사실 독일에서는 식당 내에서 이렇게 주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크고 고함지르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두 딸아이에게 괜히 한국에 대한 좋지않은 시각을 갖게 할까봐 노심초사했다. 정신없이 시끄러운 우리나라, 무서운 우리나라.. 그럼에도 이 땅이 좋은 이유는 무얼까.

<1/10> 대전에서 조카들이 올라와 용인 에버랜드로 총 출동했다. 약간 추운 날씨임에도 아이들의 모습은 마냥 즐겁다. 아침에 열심히 만든 김밥은 마다하고 햄버거를 먹고 싶다는 아이들... 김밥 재료에 쏟은 돈이 아깝다. 이눔들아~~


 ** 에버랜드에서의 즐거운 한때

<1/11> 염원하던 아줌마 닷컴 회의에 참석했다. 정원이 있는 주택같은 사무실이다. 직원분들도 예쁘고 귀엽고 지적이다. 눈이 내린 길이어서 더욱 운치가 느껴지는 날이다.

<1/12> 언니들과 쇼핑했다. 예전에도 알았지만 역시 우리 옷들이 정말 예쁘다. 이것저것 주섬주섬 사다보니 예산 초과다. 그래도 기분은 업이다. 애들옷, 이불, 헤어용품, 앙증맞은 악세서리 등등 하루해가 너무 짧다. 언니들이 사준 신발이랑 선물들 너무 고마왕~

1/13 한국 살 때 큰아이 유치원 친구들 엄마들을 만났다. 둘째를 임신한 재희집에서 차 한 잔 마시면서 그동안 쌓아두었던 수다를 몽땅 털어내었다. 정현엄마가 만든 빵이며, 맛있는 군고구마 맛을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은정엄마, 인호엄마, 시현엄마~~ 모두 잘있어~

<1/16> 친정가족들 모두 찜질방으로 출동했다. 뜨뜻한 곳에 몸을 지지니 노순시대도 부럽지 않다. 찜질방을 독일 우리집으로 가져오는 방법은 없나....

<1/17> 하루종일 독일에 들어갈 짐을 챙겼다. 내일이면 다시 독일로 간다. 한 달이 너무 짧다. 열심히 짐을 챙기는 남편 등너머로 난 십장이 되어 이것저것 지시하고 있다. 며칠 전부터 한국을 떠난다는 생각이 힘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1/18> 가족들과 아쉬운 이별의 시간이다. 인천공항 입국심사 하는 곳 근처에서 몇 번씩이나 유리창 작은 틈새로 모두 쪼글시고 앉아서 아쉬워하는 식구들. 특히 사람들 발에 채이면서 도 쪼그려 앉아 빠빠이를 하던 쪼꼬만 둘째 혜인이.....

사랑하는 가족들~~ 아듀~~


박경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