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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래, '가슴 아픈이'의 사연은 이미 답이 나와있네요


BY 칵테일 2000-07-25

냉정하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가슴아픈이님의 사연 자체가 더 사무치기에 몇 자 올립니다.

님의 무절제한 감정의 끝자락을 탓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님의 남편과 아이를 가엾게 여겨 하는 말도 아닙니다.

그 남자(미혼이라죠?)의 어떤 점을 사랑하게 되었는가를 한번 곰곰히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님께서 왜 아이 아빠와 결혼까지 하게 되었나도 되짚어보시구요.

사람사는 거 다 거기서 거기라고 말하지만, 불꽃처럼 타오르는 감정에 휩싸일땐 누구나 눈이 멀게 되는 거라죠?

사람은 결혼하면서 이미 레테의 강(망각의 강)을 건너게 되었다고 하죠.
그게 무슨 뜻인지 아십니까?
사랑은 안개같은 거에요. 분명히 짙은 안개속에 휩싸여 앞뒤를 분간하지 못할 만큼 헤매였어도, 그 안개를 손에 잡으면 어떻게 되던가요?
그야말로 '안개'가 아니던가요? 마치 신기루처럼 손가락사이를 빠져나가는 안개를 느껴보셨나요?

설령 님께서 지금의 남편과 아이를 버리고, 그 남자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였다고 칩시다.
그 남자와 영원히 행복할 자신이 있으신가요?
시도때도 없이 떠오를 아이를 버렸다는 죄책감과, 한 남자를 배신했다는 자괴감이 과연 님을 행복하게만 놔둘까요?
그 남자는 미혼이라니 당연히 다시 아이를 낳아야 할 것인데, 그 남자도 아이를 낳게되면 또 다른 아이의 아빠가 되겠죠.
그렇다면 님의 현재 남편과 아이와, 그 새로운 남자와 새 아이가 과연 님에겐 어떤 인연의 사슬을 엮게 될까요?

실타래를 흩어놓아도, 조금씩 풀어가다보면 어느 새 단정한 실패가 되지요.

지금 님의 경우, 너무도 혼란스러워서 무엇을 어떻게, 어디서 부터 헤쳐나가야할 지 모를 수 있습니다.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고자 함이 아닙니다만, 세상 사는 진리야 너무도 원초적이고, 또한 단순한 것 아니겠습니까?

새로운 남자와의 열정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믿으신다면, 지금의 가족을 모두 포기하셔야 하겠지요.
그렇지만 과연 지금의 님의 가족이 그렇게 하찮게 버려져도 될만큼 님에게 의미없는 사람들이었나요?
이유도 모른 채 버려질 님의 아이는 대체 뭔가요?
부모라는 이유로 너무 모진 채찍을 아이에게 휘두르게 되는 건 아닐까요?

그리고...... 지금 님의 갈등을 모르는 남편을 한번 생각해보세요.
그에게 죄가 있다면, 자기 아내의 배신을 눈치채지못한 것 뿐이고, 만약 그가 안다면 그 또한 그 늪에서 벗어나기 힘들겠지요.
애나 어른이나 누군가에게 버려진다는 서글픔은 무엇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답니다.

돌아오세요. 모든 것이 잊혀진답니다. 잠시 바람 서늘한 나무그늘아래서 춘몽을 달콤하게 꾸었노라고 생각하세요.
내가 왜 남편과 결혼했을까. 그리고 난 내 남편에게 무엇을 꿈꿔왔을까...... 하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보세요.
아직 뜨거운 피가 서로 식지않았다면 얼마든지 새로 시작할 수 있을 거에요.
왜냐하면 님과 님의 남편에겐 이미 당신들의 사랑으로 비롯된 아이가 존재하고 있으니까요.

이방 저방 다 다녀도 제 서방만한 남자가 없고, 이집 저집 다 다녀도 제 계집만한 여자가 없다는 속어가 있는데......
지금 님에겐 무엇보다 이게 진실인 것 같으네요.

다시 한번 님에게 권고합니다.
그 잘못된 만남, 사랑....... 다 잊고 가족에게 돌아가세요.
자신이 돌아가야 할 자리를 아는 사람은, 자신이 어디에서 올바른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지도 알 것입니다.

이별은 일종의 열병같은 거에요. 죽지만 말고 그 병도 한번 앓아보세요. 그 열병이 님을 더욱 강건하게 해줄 거에요.
그러니 더욱 튼튼한 님이 되길 기원하면서.....



칵테일